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뮤지엄 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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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SAN의 비전은 ‘소통을 위한 단절’이다.

 

어린 시절 종이컵 수화기에 귀를 갖다 대면 건너편의 목소리가 들려서 신기해하던 기억이 있다. 가느다란 실로 이어진 연결에서 비롯된 소통이었다.

 

반면에 우리가 대화가 통하지 않다고 느낄 때는 흔히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단절과 소통은 너무나 상반된 단어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서로를 전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GROUND》 안도 타다오, 안토니 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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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개관한 새로운 전시공간 'Ground'는 이 철학을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


'Ground'는 ‘대지’의 의미에서 ‘현재에 몰입하다’는 뜻을 품은 이름처럼, 이곳은 우리를 낯선 방식으로 끌어당긴다. 지상에 있는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건축물로 입장하여 삼각형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간다. 전시 공간에 도착하면 타원형 유리창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거대한 유리창 너머에는 앉거나, 누워있거나, 바닥을 응시하는 조각 작품들이 있다. 그 뒤로는 녹음이 짙은 산과 나무가 배경처럼 감싸주고 있었다. 조각상과 자연은 전시장 안에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유리창 옆 곡선 통로를 따라 전시 공간 안쪽으로 들어가자, 수족관 속에 몸을 던지듯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설렘이 밀려왔다. 원형 돔 공간은 금세 사람들의 말소리와 조각상 옆에서 따라 앉거나 누워 보는 사람들의 몸짓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나는 회색의 벽면과 철제 조각상의 단조로움만 느껴져, 이해되지 않는 공간을 콘크리트 벽에 손을 짚어가며 한 바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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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뚫려있는 돔 형태의 공간은 벙커 같기도 하고, 밖에서 안을 향해 볼 땐 풀이 덮인 작은 언덕마을의 동화 속 집 같기도 했다. 밖에 펼쳐진 산의 경치를 바라보다가 뜨거운 해를 피해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 통로의 반대편 복도를 통해 입장했던 유리창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유리창 저편의 세계를 경계 지으며 조각상을 따라 하는 사람들을 보다가, 누가 사람이고 누가 예술 조각품인지 헷갈렸다.

 

눈에 보이는 산의 저편까지가 예술의 세계라면 나의 눈은 어디까지 쫓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Be Groun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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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어두운 통로를 지나 전시장 안으로 들어올 때는 약간의 두려움도 느껴졌다. 이 공간을 끝내 즐기지 못할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각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철제 조각상의 크기를 가늠해 보기도,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입을 다문 채로 햇빛이 만들어지는 그림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조각상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내심 부러워하면서 전시를 즐기지 못하는 나는 공간의 한쪽으로 비켜섰다.

 

벽에 등을 기대고, 왼쪽에는 햇빛이 들어오는 출구를 오른쪽에는 가로막힌 유리창을 두었다. 시선을 밖에서 안으로 옮기면서 조각상과 사람의 그림자를 하나둘씩 세어 갈 때, 이 공간에 빛이 가득 들어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돔 안에 울리는 매미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무채색 아스팔트 열기 위로 온 세상이 시끄럽게 반사되듯, 색을 잃은 시멘트 벽면에 온갖 여름 색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소통을 위한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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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간 사람들도 잊은 채, 몇 번이고 혼자서 공간을 배회했던 것 같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자연 요소를 끌어안는다고 하지만, 텍스트가 아닌 현실에서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안토니 곰리의 조각들도 처음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끝내 전시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멀리 떨어져 서 있던 순간, 감았던 눈이 왈칵 떠지듯 역동적인 세계가 터져 나오는 감흥을 잊을 수 없다. 그제야 조각상 옆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도시에 걱정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듯, 조각들 사이로 솔솔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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