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낯섦에게
‘페스티벌은 처음이라∙∙∙’
이 말로 운을 띄운 가수가 많았다.
비록 나는 페스티벌이 처음은 아니지만(메가필드는 처음이 맞다), 첫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을 보니 괜히 긴장됐다. ‘무대 체질’이라고 할 수 없는 한 사람으로서 그것을 업으로 삼는 아티스트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의 떨림이 음악을 통해 전해져 올 때, 그것은 다시 설렘으로 다가왔다.

페스티벌에서는 낯선 음악을 만나게 된다. 가수는 알지만, 노래는 모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혹은 둘 다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낯섦을 즐기는 자리가 페스티벌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려고 앞자리를 선점하지만, 뜻밖의 앞 순서 노래가 좋아 제목을 찾아보게 된다. 평소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사람이지만, 가수의 부름에 기꺼이 호응하는 낯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요즘 음악을 듣다 보면, 내 취향은 내가 만든 것인지, 알고리즘이 수집해 준 건지 헷갈린다. 학생 시절, 요일마다 음악방송을 챙겨보며 ‘내 가수’를 목 빠지게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 모르는 노래가 귀에 꽂히고, 그게 인생 노래가 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페스티벌에 서 있으니, 그때를 추억하게 된다. 보고 싶은 가수, 기대했던 노래가 있었지만, 마음을 흔드는 새로운 노래를 한두 개씩 줍게 된다.
참으로 낯선 취향의 수집이다.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는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
페스티벌은 야구장과 닮았다.
야구장에서 뭐 먹어도 되나요?
네.
춤춰도 되나요?
네.
노래 불러도 되나요?
네.
자도 되나요?
네.
시험공부나 과제해도 되나요?
네.
중간에 들어가도 되나요?
네. 됩니다.
페스티벌과 야구장의 공통은 ‘안되는 것 빼고 다 된다’는 데 있다.
570분(+α)의 러닝타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긴 어렵다. 그래서 관객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틈틈이 그 시간을 채워간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피곤한 한 주를 보내신 건지 굉장한 사운드에도 꿀잠을 주무시는 분도 있었다. 신나서 춤을 추거나 떼창으로 목소리를 보태는 이들도 있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관객이 점점 늘어가는 걸 보며, 9회 말에도 입장할 수 있는 야구장이 떠올랐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은 실내에서 진행된 만큼 폭염과 우천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편의시설 이용도 용이했다. 그래서인지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 단위의 일행이 많이 보였다. 주말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가족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엄마아빠의 응원봉
특히 가족 단위의 일행분들이 많았다. 다양한 세대의 아티스트가 이름을 올린 덕에 관객의 스펙트럼도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가수가 밥 먹어주냐?”는 잔소리를 들으며 자란 세대가 이제는 부모가 되어 아이와 함께 페스티벌에 온다. 영문도 모른 채 엄마의 응원봉을 흔드는 아기를 보니 귀엽기도 하고, 묘한 뭉클함이 느껴졌다.
음악이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모두가 헤드라이너가 되는 날까지
좋은 노래가 반드시 좋은 공연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무대는 호흡과 호응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공연히 후반을 달려갈수록 관객과의 소통, 무대의 기술적인 면이 완숙해짐을 느낀다. 이건 경험에서 오는 것이다. 무대를 많이 밟아본 사람이 더 잘 뛴다. 이름을 익히 아는 가수들은 많았지만, 데뷔 30년을 바라보는 god가 주는 무게감은 달랐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쓴다는 것을 톡톡히 보여주는 헤드라이너였다.

페스티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 왜 저명한 축제가 헤드라이너 자리를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는지 알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깨닫는다. 언젠가는 오늘 오프닝 무대를 열었던 가수들이 10년, 20년 뒤 헤드라이너로 돌아오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또 다른 페스티벌에서, 오늘의 신예들을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한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듣는다는 건 큰 힘이 있다. 음악을 공유한다는 건, 추억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언젠가는 2025년이었는지, 2026년이었는지 흐릿해지겠지만, 함께했다는 감각은 깊이 남을 것이다. 기억은 펙트지만, 추억은 기억의 보정으로 완성된다.
모든 여름을 보정으로 버텨왔던 것처럼, 이번 페스티벌은 여름을 행복이라 부를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