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과다상태
최근 나는 인형뽑기에 빠져버렸다.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가. 초등학교 시절에 즐겨 하던 인형뽑기는 카드 리더기를 달고서 더 쉽고 유혹적인 존재로 돌아왔다. 계기는 술을 마시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 인형뽑기방에 방문한 경험이 시작이었다.
그것이 행운인지, 불운의 시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분명 행복했다.
그 뒤로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길을 걷다 보이면 습관처럼 뽑기방에 들어가 작은 인형이든 큰 인형이든 닥치는 대로 도전했다. 여름의 더위는 그 열정을 더 부추겼다. 인형뽑기방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뜨거운 도시 속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였다.
그렇게 매일같이 드나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내 통장은 그 광경을 묵묵히 참아주지 않았다. 한 달간 만만치 않은 돈을 쓰자 지갑이 얇아졌고, 지나친 반복은 인형뽑기에서 얻던 설렘마저 점점 옅어지게 만들었다.
결국 깨달았다. 인형뽑기는 즐겁지만 적당히 해야 한다는 것을. 무엇이든 오래 즐기려면 빈도를 조절해야 한다. 나는 ‘도파민 디톡스’라는 이름으로 잠시 거리를 두기로 했다.
친구와 함께 용산 아모레퍼시픽 건물 안에 있는 오설록에 들렀다. 인형뽑기 기계 대신 친구의 얼굴을 보며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자, 내 안의 빈자리가 채워지는 듯했다. 향긋한 차 향이 온몸을 감싸는 순간, 마치 누군가에게 정성스레 대접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경험 이후 차에 관심이 생겨 이번 올리브영 세일 때는 오설록 차를 몇 가지 들여놓았다. 에어컨을 켜둔 방 안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시간은 분명 회복의 순간이었다.
도파민 디톡스
또 하나, 건강한 도파민을 얻기 위해 다시 시작한 취미가 있다. 바로 러닝이다. 원래 즐겨 달렸지만 군대에서 무릎을 다친 뒤로는 자제해왔다.
이제는 천천히 몸을 풀며 달리기를 다시 이어가고 있다.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숨이 가빠지면서도 기분이 이상하게 고양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흔히 ‘러너스 하이’라고 불리는 상태다. 장시간 달리면서 분비되는 엔도르핀과 도파민 덕분에 머리가 맑아지고,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며 때로는 고민의 해답이 떠오르기도 한다.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고 싶다면 작은 팁이 있다. 먼저 10분 정도 걷기로 몸을 풀고, 무릎과 발목을 돌리며 준비운동을 한다. 이후에는 30분 이상을 목표로, 쉬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달린다. 과학적으로도 20~30분 이상 러닝을 이어가야 러너스 하이에 도달하기 쉽다고 한다.
여기에 음악과 러닝화가 더해지면 즐거움은 배가된다. 랜덤 재생 중 지금 기분과 딱 맞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진다. 보름달이 뜬 날 아이유의 ‘strawberry moon’을 들으며 달린 날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또 발에 잘 맞는 러닝화를 신으면 러닝이 훨씬 편안해진다. 나 역시 새 러닝화를 신고 난 뒤부터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달릴 수 있었다.
빠른 쾌감과 즉각적인 자극도 물론 즐겁다. 하지만 진짜 오래가는 행복은 느리고 건강한 방식에서 온다. 쉽게 얻은 즐거움은 쉽게 질리고 사라진다. 반대로 정성을 들여 쌓아 올린 경험은 버팀목이 되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도파민으로 채워진 일상 속에서도 나는 이제 빠른 자극보다는 깊고 단단한 행복을 선택하고 싶다.
인형뽑기방에서 시작된 짧고 강렬한 쾌감은 결국 허무를 남겼다.
대신 나는 차와 러닝에서 오래가는 도파민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