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날보다 여유로운 날이 더 힘든 순간들이 있다.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는 순간이 반복되면 쌓아뒀던 고민들이 마치 사치처럼 느껴지고, 하는 일에 집중하다보면 그 고민들은 어디론가 자연스레 떠나버린다.
그런 바쁜 순간들이 지나고 다시금 여유로운 날이 찾아올 때면, 사라졌던 고민들은 다시금 스멀스멀 어딘가에서 튀어 나온다. 그렇게 바쁜 날에 대한 보상이 되어야 할 날들은 밀린 숙제를 해결하듯 다시금 새어나온 고민에 한숨을 토로하는 날들로 변모한다.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어른이지만 여전히 여러 순간에서 용기가 없어 망설이는 우리에게, 작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자신의 삶을 책에서 곧잘 드러내고 있다. 어떠한 포장도, 꾸밈도 없이 개성적이면서도, 많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우리네 일상과 엇비슷한 일상을 그저 툭 건네온다.
과감하고 직설적인 말이 주목을 받는 요즘같은 시대에서, 이 책은 그저 담담하게 그녀가 그린 그림과 함께 그녀의 일상을 써내려간다. 그 일상, 일화에서 그녀가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지혜를 그저 무심하게 건네올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을때면 명쾌한척하는 피로보다 아무런 꾸밈없는 데에서 오는 편안한 위로를 받게된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정답인양 말하는 무수한 책들보다, 그저 작가 본인이 느꼈던 상황들에 대해 써내려간 말들에 더 깊은 울림이 생긴다.
작가의 모든 상황에 공감을 했다고는 못하겠지만, 작가가 겪은 일화들, 작가의 생각들이 나의 과거, 혹은 현재의 순간들과 맞닿는다고 느낀 순간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나 역시 최근에 가장 공감하면서 실천하려고 노력중인 부분이 바로 첫 대목의 주제로 나와 굉장히 반갑게 읽어내려간 것 같다.
결국 내 인생의 시나리오는 내가 쓴다는 것. 당연한 말일수도 있지만 때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심하게 지나친 것들을 다시 뒤돌아봤을 때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인데, 언제부터인지 나의 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써 나를 바라보며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쩌면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모른척하며 손쉬운 길, 상황을 쉽게 흘러가게 하는 길을 택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책에서 말하듯 결국 세상이 뭐라든 나답게 살아갈 용기가 필요하다. 내 스스로가 나의 첫 번째 지지자가 되어 내 스스로를 믿어주고, 가장 나다운 채로, 나의 눈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꽤나 오랜시간 눈 가린채 방황하다가 다시금 이 책, 그리고 작가의 여러 일화들을 마주했을 때, 크게 돌아 결국 내가 다시 가야할 길에 당도한 기분이었다.
이 책은 드라마틱한 순간들, 그 순간들을 통해 얻은 절대적 진리같은 것들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우리가 한번쯤 일상에서 겪은 일화, 그리고 그런 무수한 일들의 반복 끝에 얻은 작가 나름의 삶의 지혜,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적용해서 결코 나쁠 것 없는 일상의 지혜가 안치되어있을 뿐이다.
남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 내가 불현듯 떠올린 지혜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한번 더 확인시켜줄 누군가가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