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는 김유미 작가의 에세이로, 인생을 살아가며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감정들과 에피소드들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책이다.
작가의 삶과 생각이 진솔하게 녹아들어 있기 때문일까, 읽다 보면 지인에게 인생 이야기를 듣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아주 친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모르는 사이도 아닌, 그런 애매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진솔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처럼, 작가는 담담하게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그마한 위로를 건넨다. 그렇게 써 내려간 많은 이야기들 중 특히 나에게 와닿았던 챕터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모두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세상에서
주변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키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많아졌다. 단톡방에는 고양이 사진이 자주 등장했다. ‘귀여워’ 이모티콘을 날렸지만, 사실 사진을 다 클릭해보지도 않았다. (p.35)
나는 고양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양이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에게 큰 애정이 없다. 물론 짧은 영상이나 사진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하고 우연히 길에서 그들을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빙긋 웃음을 짓곤 한다. 그렇지만 보통의 사람들처럼 동물들을 열렬히 찾아보거나, 동물을 주제로 길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 챕터의 제목을 읽었을 때부터 너무나 공감이 갔다. 친구들이 반려동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열심히 들어주고 맞장구도 곧잘 치곤했지만, 사실은 공감할 수 없는 주제라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다른 친구들을 보며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곤 했던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걸 난 안 좋아할 수 있다. (...) 모두가 좋아하는 걸 안 좋아해도, 모두가 싫어하는 걸 좋아해도, 어딘가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 그러니 내 취향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남다른 취향은 죄가 아니다. (p.36)
보통의 취향과 다른 나를 깨닫는 순간마다 이유 모를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어딘가 이상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관심도 없건만 괜히 유행하는 것들을 슬쩍 찾아보던 때도 있었다. 주변에 금방 휩쓸리는 성격이라 그런지 취향은 취향일 뿐이라고, 모두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음에도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어쩐지 변명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작가가 던지는 이 말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빚을 잘 갚으면 빛이 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일이 마냥 감사하기 보다는 미안하고 불편했다. 이런저런 계산을 하느니 애초에 도움을 받지 않는 게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신세 지는 일을 피하고 싶었고,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거절당하는 순간이 민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해내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려 했다. (p.169)
상대가 도움을 줄 때 감사히 받고, 누군가 내가 필요할 때 기꺼이 손을 내미는 것, 어쩌면 그게 정말 독립적인 어른인 듯하다. (p.170)
나도 이전에 비슷한 논지의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타인에게 기댈 줄 아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고 기대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주변 사람에게 기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지 거진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이 어렵다. 그래서일까,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작가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진정으로 독립적인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여러 일들을 겪고 시간이 지나면 주변에 기댈 수 있는 사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평범한 하루에서 찾은 어른의 행복
주로 알고리즘이 골라준 노래를 듣고, 즐겨 듣는 가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치열하게 티켓팅을 하고 혼자서 응원봉을 흔들 정도로 좋아하진 않는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애정하는 대상이 없다는 사실에 때로 좀 쓸쓸한 기분이 든다. (p.49)
내 인생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무미건조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나에게는 무조건적인 애정의 대상은커녕 좋아하는 취미도 거의 없다. 그나마 있는 취미조차도 내 딴에는 아주 열렬히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넘보지도 못할 사랑의 온도로 애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며 낙담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면 내가 가진 최대한의 사랑조차 미지근한 수준밖에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곤 했다.
작가는 자신의 루틴을 이야기하며 “푹 빠져 있는 가수도, 숨넘어가는 음식도 없지만, 매일 아침 책장을 넘기는 그 짧은 시간을 사랑한다. (...) 꼭 무언가에 열광하지 않아도 된다. 미친 듯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 이미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의 평범한 하루에,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하다.” (p.51)는 말로 챕터를 마무리한다.
그런데, 이 챕터를 지나 책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한 가지를 알 수 있다. 바로 작가가 그림을 아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이야기하는 자신의 삶에서, 그리고 그가 그린 그림에서 그림에 대한 엄청난 애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10년 동안 꾸준히 직장과 그림을 병행하고 있다니? 느긋하고 바쁜 것을 싫어하는 천성을 가진 나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꾸준함이다. 그리고 그런 꾸준함은 엄청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작가가 영화 <패터슨>의 주인공 패턴슨 씨를 아주 열정적인 사람으로 보았던 것처럼, 나 또한 작가가 가진 커다란 열정을 발견한 것만 같았다. 그러니 어쩌면 다른 사람이 나를 보았을 때, 내가 미처 알지 못했을 뿐 나도 무언가에 꽤나 큰 애정을 쏟았던 적이 있던 건 아닐까. 그랬다면 좋겠다. 뭐, 아니라 해도 괜찮을 거다. 꼭 무언가에 열광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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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이미 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옆에서 말해줘야 할 때가 있다. 나보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살고 있구나, 같은 유대감이 필요할 때가 있다. 미숙한 태도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찌하랴. 나를 잘 달래볼 수밖에. 그리고 이제는 그런 위로가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는 좋은 책을 발견했으니 아마 다음에는 빨리 고민을 털어버리고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삶에 작은 불안이 찾아올 때,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는 좋은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