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올해 내한하는 오아시스(Oasis)의 10월 21일 공연 티켓팅에 대차게 실패했다. 이후 오아시스에 관한 소식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16년 만인 국내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한다니. 고통스러울 따름이다. 아마 나같은 락키드들은 공감하겠지만, 락 음악에 빠져보았다면 누구나 오아시스를 거쳐가기 마련이다. 밴드를 잠깐이라도 해봤다면 ’Don’t Look Back in Anger’나 ’Live Forever’를 연주해 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하물며 오아시스 음악엔 관심이 없더라도, 갤러거 형제의 독설 영상을 보며 방 안에서 킥킥대던 순간들이 떠오르는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오아시스에겐 음악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서도 로큰롤 정신이 뭔지, 두뇌에 ’때려 박아주는’ 그들이다. 밴드의 재결합 투어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 우리가 <슈퍼소닉>을 찾아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upersonic’은 오아시스(Oasis)의 데뷔 싱글이다. 노엘 갤러거가 본래 첫 싱글로 지정되었던 ‘Bring It On Down’ 녹음 중 30분 만에 작곡해낸 일화로 유명한데, 발매 이후 오아시스를 상징하는 트랙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초음속‘이라는 뜻의 곡명처럼 오아시스는 맨체스터 출신의 아웃사이더 밴드에서 3년 만에 영국 최고의 로큰롤 밴드로 성장했다.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소닉>은 2009년 오아시스가 해체된 이후 원년 멤버와 조력자들 모두가 의기투합한 최초의 프로젝트였다.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콜드플레이(Coldplay) 등 유명 뮤지션의 뮤직비디오와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베테랑 감독 맷 화이트크로스 주도 하에, 갤러거 형제가 영화의 제작부터 내레이션까지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개봉 이후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슈퍼소닉>의 재개봉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던 바, 8월 29일 4K로 국내 관객들을 다시 찾았다.
알다시피 오아시스는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팀이 결성된 1991년부터 2009년 해체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건들을 모아도 영화 한편에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랄까. <슈퍼소닉>은 결성 초기의 오아시스, 그리고 ‘프라임 오아시스‘ 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 넵워스 공연 실황은 실로 장관이었다. 1996년 8월 10일과 11일, 영국 하트퍼드셔 주 넵워스 파크에서 이틀간 진행된 이 공연에는 당시 영국 인구의 약 1/20에 해당하는 260만 명이 예매를 시도했으며, 그중 약 25만 명이 티켓을 손에 넣어 현장을 찾았다. 이는 영국 야외 단독 콘서트 사상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인기가 절정에 다다른 오아시스의 넵워스 공연은 2021년 라이브 앨범 Knebworth 1996으로도 발매되기도 했는데, 이는 팬들 사이에 회자되는 최고의 라이브 퍼포먼스로 손꼽힌다. 라이브 영상이 모두 담겨있는 건 아니지만, 대형 스크린과 영화관 음향으로 전성기 오아시스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슈퍼소닉>이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슈퍼소닉>의 또 다른 특이점이라면 메인 내레이터가 갤러거 형제라는 점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욕을 맛깔나게 하는 두 사람 덕분에, ‘Fxxx’이라는 단어의 등장 횟수는 셀 수 없다. 듣는 이들도 속이 시원해지는 언변 덕분에, 영화의 재미는 한층 배가 된다. 오아시스에게도 무명 시절은 있었다. 맨체스터의 노동자 계급 청년들이 우연히 크리에이션 레코즈의(Creation Records)의 앨런 맥기(Alan McGee)의 눈에 들어 메이저 데뷔를 이루게 되는 과정이 갤러거 형제의 입장에서 표현되는데, 이들의 회상이 인상 깊다.
“오아시스는 페라리 같았지. 보기도 좋고, 성능도 좋고, 너무 빨리 몰면 제멋대로 튀어나가고. 난 그 모든 시간을 사랑했어.” - 리암 갤러거
"Oasis was definitely like a fxxking Ferrari, great to look at, great to drive and it will fxxking spin out of control every now and again when you go too fast. I loved every minute of it." - Liam Gallagher
사실 여기엔 <슈퍼소닉>에 드러나지 않는 배경이 있다. 크리에이션 레코즈는 당시 최고의 인디 레이블로 이름을 날렸지만 회사 사정은 좋지 못했다. 전설적인 슈게이즈 밴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의 2집 Loveless

“오아시스 최대의 장점은 나와 리암의 관계였어. 그게 밴드를 끝장내버린 요소이기도 하지만.” - 노엘 갤러거
형제와 함께 밴드에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었을까. 익히 알려졌듯, 오아시스는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해체를 경험했다. 목소리로 출연한 모친 페기 갤러거(Peggy Gallagher)에 따르면, 형 노엘은 큰형과 함께 아버지에게 자주 폭행을 당했다. 삼형제를 데리고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로부터 도망쳐, 맨체스터에서 새 삶을 시작했지만 아들들은 결국 문제아로 자라났다고 한다.
<슈퍼소닉>은 갤러거 형제의 성장 과정을 상세히 전하는데, 그들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왜 부딪힐 수밖에 없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레프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에서 남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이 시대 마지막 락 스타로 평가받는 갤러거 형제에게 왠지 모를 친밀감이 생기는 부분이라고 해야 할까.
화끈한 성격만큼이나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형 노엘의 천재성, 그리고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프론트맨 동생 리암의 조합은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파트너십이었다. 다사다난했지만, 둘의 라이벌리는 밴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고, 형제는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해체는 어쩌면 당연한 결말이었다. 덕분에 리스너들의 삶엔 ’초음속‘으로 한 시대를 휩쓸었던 밴드를 추억하는 재미가 있다.
여담이지만 <슈퍼소닉>의 1차 편집본은 무려 8시간이 넘는 분량이었다고 전해진다. 122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미방영분까지 모두 합쳐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락 스타들의 이야기였다. 지난해 오아시스는 재결합을 발표하고 전 세계를 순회 중에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형제들의 만남에 팬들은 열광하면서도, 마음 한편엔 아직도 불안한 모양이다. 사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슈퍼소닉>을 통해 그 불안마저 재미로 승화된 듯하다. 오아시스를 좋아한다는 건,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슈퍼카에 탑승한 것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