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로 이탈리아의 국립 카포디몬테의 소장품 중 19세기 작품 총 74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구성이 다소 독특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첫 섹션부터 여성을 주제로 하여 계급별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한 쪽 벽면에는 귀도 고차노의 '여인이여, 끝없이 아름다운 신비여!'라는 말이 핀 조명을 받고 있었다.
현대 시각에서 봤을 때 과거 작품이 등장하는 여성이란 존재는 타자화의 대상이란 점에서 비판 요소가 있다.
어쩌면 이번 전시에도 타자화되고 대상화된 여성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각 섹션의 주제를 먼저 인식하고 나니 피사체를 통해 당시의 생활상이나 복식에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산업화와 도시화 이후의 중산층의 여성상에서 통일 과정 속 어떤 여인의 삶까지 19세기 작품 속 여성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했다. 시대를 앞에 두고 여성을 하위 카테고리로 두지 않고, 여성을 주제로 시대상의 반영을 보여준 점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되었다.
2장에서는 실내 풍경화를 다뤘다. 실내 풍경화는 당시 시대의 서사와 사회 변화를 담고 있다고 했다.
몇몇 작품의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정리하면서 보니 비슷한 시기(1834년, 1827년)에 다른 계층의 다른 장면이라 하나로 묶이지 않는 간극을 느꼈다.
궁정화가인 알렉상드르 장 뒤부아 드라오네는 왕실 자녀들의 모습을 그렸는데 캡션의 설명을 읽지 않아도 복식과 소품에서 상류층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실내 화가였던 루이 니콜라 르마슬에게 공간 연출 기법을 배운 빈센초 아바티의 대표작 '부엌 내부'.
부엌이라는 생활감 있는 공간에 인물이 작게 배치되어 있다. 가재도구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어떤 물건을 보고 어느 시대인지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있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부제에서 나폴리를 언급한 만큼 이런 남부 바닷가 풍경이 빠질 수 없다.
19세기 후반의 토레 안눈치아타를 묘사한 에토레 체르코네의 이 작품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고 있는 이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인물들의 알록달록한 복장에서 흔히들 남부하면 떠올릴 색채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나폴리 화단을 대표하는 조아키노 토마. 불우한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서민의 일상을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역사적 사건도 그림으로 다뤘던 그는 반정부 활동으로 유배를 당하기도 하는데 통일 전쟁 때는 의용군으로 자원하여 참전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화와 풍속화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이런 사명이나 신념을 가지고 표현하는 작가를 만나게 되면 무척이나 설렌다.
작가 소개를 읽고 토마의 자화상을 지나 소개된 작품은 그의 아이들이었다. 나란히 걸린 두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은 '죽어가는 아들'이었다.
이렇게까지 사실적인 작품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제목을 보기 전에도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예상할 수 있지만 제목에 직접적으로 '죽어간다 dying'는 표현을 사용하여 한층 무거워졌다.
이어서 등장한 작품은 헌금을 혁명운동에 전달할지 고민하는 사제의 모습으로 관람객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옳다는 것은 무엇이고 그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 작가의 신념과 인물의 고뇌를 보며 관객은 저마다의 정답을 낼 수도 있고 한참을 고민할 수도 있겠다.
초반에 나폴리 출신도 아니고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지도 않은, 북부 지역에 대한 작품을 봤을 때는 조금 어리둥절했고 당시의 시대적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지만 동양인으로서 상상을 가미해서 그린 '오리엔탈'은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타국의 어느 지역이라는 한정된 주제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등장하고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작가나 작품은 없었지만,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과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