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따금씩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귀여운 동물 사진들을 보기도 하고 강아지 인플루언서에 대해 듣기도 한다. 그러다 어떤 때에는 고양이인데도 강아지 마냥 애교가 많다든지, 치와와 치고는 순둥하다든지와 같은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도, 키울 생각도, 큰 관심도 없는 나로서는 무슨 무슨 품종이다, 하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어떤 특성들이 있다는 게 낯설면서도 조금 신기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강아지의 품종에 특성을 기입하듯,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을 짧게 기술해야 한다면 어떤 단어가 쓰일까. 그런 생각을 며칠 동안 품고 있다가 우연히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MAN은 무려 3분 40초가량의 러닝타임을 가진 아주 짧은 애니메이션이다. 인간이 자신들의 편의와 발전을 위해 인간 외의 생명과 자연을 어떻게 죽이고 파괴했는지를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나열한다.


영상을 다 보고 나면 약간의 충격과 함께 어딘가 찝찝한 기운이 가슴에 맴돈다. 아마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사실을 가감 없이 끄집어내 영상으로 재현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의 잔혹함을 전부 보여주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영상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학살과 착취, 배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상에 등장하지 않은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인간이 자행하는 파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일부를 투자해 인간이 저지르는 착취적 행위를 막으려 노력한다. 어쩌면 인간이 아직까지 망하지 않고 지구에 발붙여 살고 있는 건 이런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크기변환]bulb-5258341_1280.jpg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만약 인간을 접해본 적 없는 미지의 생명체가 지구에 도착해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을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나아지는 건 너무나도 느리고 이뤄낸 진전이 후퇴하는 건 너무나도 빠르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역시 인간의 특성은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우며 생명을 경시하는 것이 아닐까, 남을 배려하고 연대하며 사랑을 베푸는 건 인간의 본성이라기보단 몇몇 인간의 개별적 성격에 불과한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종류의 질문이 언제나 그렇듯 마땅한 정답은 없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일부분이고 세상이 마냥 쉽게 흑과 백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인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면 이러한 종류의 질문으로 회귀하곤 한다. 인간이 본래부터 나쁜 존재라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세상에 일어나는 온갖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애초에 이상한 일이 아닌 게 되는 것처럼.

 

 

[크기변환]rainbow-6964089_1280.jpg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아무리 답답하고 답이 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진보는 느리고 퇴행은 빠른 것처럼, 파괴는 눈에 잘 띄고 파괴를 막으려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그러니 세상은 원래 이래, 인간은 원래 이래, 같은 말에 숨지 말고 마주 보자.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누군가 다시 이 질문을 꺼냈을 때 당당히 사랑, 연대, 공존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