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어반브레이크 2025(URBAN BREAK 2025)는 ‘Play with Artist’라는 슬로건 아래, 관람객이 직접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들로 채워졌다. 나는 9일 토요일에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총 15개국 3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시각예술을 넘어 여러 장르와의 협업을 선보였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토이콘 서울 2025’와의 첫 동시 개최였다.
‘토이콘 서울’은 어반브레이크가 직접 기획한 국내 유일의 글로벌 디자이너 토이 페어로, 10개국 100여 팀의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참여했다. 최근 ‘라부부’로 대중적 인기를 끈 세계 1위 아트토이 기업 팝 마트도 현장을 빛냈다.
이번 어반브레이크에서는 자이언티, 기리보이, 원슈타인, 슬롬&수민, 소코도모 등 국내 정상급 뮤지션의 공연도 마련되어 있었다.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고, 친구는 기리보이가 아니냐며 노래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오랫동안 그의 팬이었던 친구에게는 뜻밖의 서프라이즈 선물이 되었고, 나 역시 가까이에서 들은 라이브 무대가 즐거웠다.
한국적 신화를 현대적으로: 고숙 작가의 '스페이스깨비'
공연을 보고 난 뒤, 천천히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화려한 예술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스는 바로 고숙 작가님의 '스페이스깨비'였다. 한국 전통 민담 ‘도깨비와 푸른 돌’을 모티프로, 디스토피아적 미래 배경 속에 도깨비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특히, 입구에 전시된 거대한 ‘코인깨비’는 푸른빛으로 빛나며 마치 게임 속 캐릭터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고숙 작가의 도깨비는 일본 오니처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장난스럽고 서툰 한국 도깨비의 성격을 반영해 친근하면서도 독창적인 매력을 보여주었다.
작가님의 인스타그램(@spacekkabi)에 방문해 보면 다른 작품들과 앞으로의 전시 일정들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자연을 해부한 아름다움: 김혜민 작가가 바라본 '과일의 아름다움'
다음으로 발길이 머문 곳은 김혜민 작가의 전시 공간이었다.
‘스페이스깨비’의 화려함을 보고 나니, ‘과일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차분한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과일을 분해하고 관찰하며 씨앗의 색감, 형태, 그라데이션 하나까지도 예술로 끌어올린 작품들은 일상 속 과일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작가님은 원래 자연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하는데, 그래서 꽃의 결정체인 과일에 대한 관심이 생기셨다고 한다. 과일을 관찰하다 보니 신비롭고 신선한 과일의 매력을 느끼셨다고 한다.
주로 아주 작고 미미한 과일 속의 것들에 영감을 받으셔서 딸기 겉면에 싸여 있는 씨앗을 자세히 보다 보면, 그 속에 숨어 있는 모든 것이 다채롭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신다고 한다. 김혜민 작가님은 앞으로 과일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는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었다.
작가님의 작품들과 이후 전시는 인스타그램(@fruityhye)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불안을 마주하는 예술: 김도연 작가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스는 김도연 작가님의 작품들이다.
작품을 보자마자, 어떤 주제를 표현하고 싶으셨던 것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조금 찾아봤는데, 인간의 불안과 욕망을 가시적으로 표현하셨다고 한다. 소녀의 얼굴에 무언가 전선들이 꼬여 있는 작품을 보자 나도 무언가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작가님의 의도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에 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로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해소 자체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불안을 직면하는 것은 불안이라는 감정을 알고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첫걸음이기에 이러한 작업을 하셨다고 한다.
자신 내면의 불안을 꺼내어 작품으로 표출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기에 제작의도를 듣고 나니 더 멋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님의 인스타그램(@taradora_takuzzang)을 통해 추가적인 작품들과 소식들을 접해볼 수 있다.
내년을 기약하며
이번 어반브레이크 2025는 예술가들의 상상과 그 상상이 구체적인 작품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각각의 부스는 저마다의 세계를 품고 있었고, 나는 그 속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흔치 않은 경험이었기에 내년에도 반드시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작가의 여정과 결과물에 박수를 보낸다.
어반브레이크는 그 자체로, 예술이 우리 삶과 호흡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채롭고 흥미로운지 보여주는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