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지난 시간에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스토리보드 수정 과정을 거쳤다. 스토리보드 작업 만큼은 수정을 거듭해야하니, 피그마를 활용해 디지털 구성을 시도해보았다.
마트 전단을 오려낸 이미지들이 입을 지나며 잘게 부서지는 과정을 시각화하고, 이후 위산을 만나 녹아드는 장면에서는 색과 형태의 흐림, 번짐 등을 활용해 점차 소화되어가는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
융털은 실제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사람의 손을 겹쳐서 색다른 느낌을 주고자 했고, 잘게 쪼개진 조각들은 미끄럼틀처럼 휘어진 혈관을 따라 이동해 심장에 도달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지난 주와는 확연히 달라진 내 스토리보드에 대해 피드백도 몇 가지 받았다.
인물의 얼굴은 더 과감히 잘라내 시선을 한데 모으는 것이 좋겠다는 것과, 원고에서 ‘검은 박동’으로 표현된 추상적인 감정 요소는 시각적으로 좀 더 분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장면이 다소 개연성 없이 마무리된다는 인상을 준다는 지적을 반영해, 여운이 찝찝함으로 남지 않도록 원고를 좀 더 친절히 바꿔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장면의 원고들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간결하게 유지하되, 면지에 작가 노트를 덧붙여보는 것을 추천해주셔서 다음 주에 곧바로 반영할 생각이다. 그림 피드백과 달리 글에 대한 조언은 금새 갈피를 잡을 수 있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수업을 함께 듣는 분들에게서 여러 실질적인 제안을 받았다. 붓펜으로 직접 선을 그리거나, 색종이로 면을 구성하거나, 트레이싱과 그래픽 툴을 혼용하는 방식 등이다.
감정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는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재료와 질감이 전달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자꾸만 상기하게 된다.
이번 시간에는 처음 만든 더미북도 함께 펼쳐보았다.
나는 원래 각 단면을 A3로 작업했는데, 프린트 과정에서 펼침면 기준 A3 크기로 출력하게 되었다. 막상 실물 크기의 책을 보니, 굳이 크기를 키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오히려 요소 위주로 구성된 내 작업 특성상 A4 크기에서도 여백이 많아 보였고, 여차하면 더 줄여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감정의 흐름이 ‘소화기관’을 따라간다는 설정이니만큼, 책을 위아래로 펼쳐보이는 것도 의도의 명확한 전달을 위해 고려해봄직하다.
다른 수강생 분들의 더미북에 관해서도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스케치가 돋보인 작품은 더 큰 판형을 선택하거나, 재미의 극대화를 위해 기존 정방향에서 가로로 긴 구성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을 나누었다.
이제 스토리보드의 구성과 구도는 어느 정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원화 스케치가 막막하다.
앞으로의 일주일은 이번 시간에 언급된 세르주 블로크의 『낙서가 예술이 되는 50가지 상상』, 그리고 니에토 구리디의 『어려워』를 참고해 익숙하지 않은 표현 방식을 적극적으로 실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완성을 향한 직선 주로를 달리는게 아니라,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두고 원형 궤도를 돌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