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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언제나 눈앞에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진짜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차유나 작가의 ‘캡차시티 Captcha_city’는 이 질문에 관해 탐구한다. 도시는 현실에서 걸을 때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도시는 지도 앱의 위성사진, 유튜브 브이로그, 부동산 홍보 영상, 그리고 인공지능이 합성한 풍경 이미지 속에서도 끊임없이 재현된다. 우리가 ‘도시를 본다’라는 경험은 이미 수많은 매개와 기술적 가공을 통과한다. 이 전시는 그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감각의 불안정성을 다룬다.

 

 

 

진짜보다 더 익숙한 가짜 이미지 속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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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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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CHA_city

 

 

차 작가의 ‘CAPTCHA_city’는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사용자가 실제 사람인지 컴퓨터 프로그램인지를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인 CAPTCHA 시스템을 응용한 형태이다.

 

프로그램이 학습한 영등포 거리 사진을 활용해 관람객은 가짜 영등포 사진 사이에서 진짜 영등포 사진을 찾아야 한다. 신호등, 횡단보도, 차량을 선택하던 우리의 익숙한 동작은 이제 ‘도시 주민임을 증명하는 시험’을 치루는 것으로 변환됐다. 정답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인공지능이 구성한 세계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감각을 시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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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 CITY’ 중 가짜 이미지 도시

 

 

이는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크르(simulacre)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와 기호가 현실을 단순히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작가의 ‘TWIN CITY’에서 실제 영등포 거리와 인공지능이 합성한 풍경이 번갈아 재생될 때, 관람객은 어느 쪽이 더 ‘진짜’인지 혼란에 빠진다. 오히려 AI가 합성한 장면이 더 익숙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현실보다 시뮬라크르에 더 안착해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도시는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무한히 복제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는 최근 사회적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직접 걸을 수 없는 거리를 TV 프로그램과 SNS 속 사진을 통해 대체 경험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사는 도시’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이미지와 데이터의 총합으로 변모했다. 동시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낯익던 동네의 풍경이 하루아침에 카페와 스튜디오로 바뀌는 장면을 목격하며, ‘내 기억 속 도시’와 ‘지금 눈앞의 도시’가 어긋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캡차시티’는 바로 그 어긋남을 기술적 이미지와 결합해 시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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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cat'

 

 

이 전시는 너무 무겁게만 흐르지 않는다. ‘Capcat’은 문래동 고양이와 상인을 모티프로 한 게임 형식으로, 진짜 고양이와 가짜 고양이를 가려내는 과정을 유희적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그 유희 속에서도 드러나는 것은 결국 ‘구별 불가능성’이다. 고양이가 실제 문래동에서 본 존재인지, 아니면 생성형 이미지인지 판단하려 할수록, 우리는 인간의 감각이 기술과 얼마나 유사한 방식으로 오류를 범하는지 깨닫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토마스 데만트 같은 현대미술가들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데만트는 실제 사건 현장을 종이로 재현한 뒤 촬영해, 관객이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의 사진 속 세계는 현실을 닮았지만 현실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의 기억과 감각을 더 ‘현실처럼’ 자극한다. 캡차시티의 이미지들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의 영등포를 닮았지만, 어느 순간 더 영등포답게 느껴지는 ‘가짜’ 속에서 우리는 진짜와 가짜의 의미를 재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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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gable’과 ‘huggle’

 

 

한편 ‘huggable’과 ‘huggle’은 이러한 긴장을 완충한다. 관객들은 귀여운 공기 조형물 캐릭터를 안고 사진을 찍는다. 기술 비평의 차가움 속에서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는 장치다. 결국 도시를 진짜로 본다는 건, 기술적 이미지에 더해 인간적 감각의 조율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한다.

 

전시장을 나서며 나는 다시 영등포의 거리를 걸었다. 그러나 이 거리는 이전과 달리 낯설게 다가왔다. 눈앞의 철공소와 벽화, 길모퉁이의 고양이가 분명 실제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합성된 장면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진짜 도시’를 본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시선은 이미 수많은 미디어 이미지를 통해 길러지고 학습되어 왔기 때문이다. ‘캡차시티’는 그 사실을 인지시켜 주며, 우리가 결국 이미지 속 도시를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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