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조금만 발소리를 크게 내면 까마귀들이 요란하게 울어대고, 탈출구는 걸어도 걸어도 나오질 않는다. 점점 커지는 심장 소리에 귀가 아파오고…
어라, 내 뒤를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다.
도망쳐야 해!
『Dead by Daylight』(줄여서 ‘데바데’라 불린다)는 심약한 심장을 가진 내가 유일하게 플레이하는 공포-생존 비대칭 PvP 게임이다. 고전 슬래셔 무비와 유사한 분위기를 지닌 이 게임은 1명의 플레이어가 살인마 역할을, 나머지 4명이 생존자 역할을 맡아 술래잡기를 펼치는 구조를 따른다. 언뜻 아동적인 구조처럼 보이지만, 게임의 요소들이 이를 단단히 뒷받침하며 술래잡기의 긴장감을 호러스럽게 끌어올린다.
데드바이데이라이트는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비대칭 대전 게임이자 공포 콘셉트 게임으로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비슷한 콘셉트의 게임들이 살인마/생존자 간 밸런스를 맞추지 못해 게임 양상이 늘 비슷하거나 너무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 게임은 ‘판자’와 ‘갈고리’를 중심으로 기본 틀을 잘 잡아두고, 여기에 살인마들의 다양한 능력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술래잡기라는 컨셉에 걸맞게 살인마는 생존자보다 빠른 속도로 달린다. 이에 생존자는 판자와 같은 구조물을 활용해 시간을 끌며 도망쳐야 한다. 생존자는 심리전과 수 싸움을 통해 살인마를 따돌리고, 살인마는 생존자의 움직임을 예측해 앞을 가로막는다. 이 과정에서의 긴장감은 절로 손에 땀이 나게 만든다. 특히, 고어한 연출은 이 게임의 대표적인 매력이다. 부상당한 생존자는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갈고리에 꿰뚫려 매달린 모습은 잔혹하다. 절뚝이며 도망칠 때의 공포는 직접 생존자가 되어보지 않고는 체감할 수 없다.(난 실제로 소리를 지르며 이 게임을 플레이한다…)
하지만 유입이 적은 게임인 만큼, 이른바 ‘고인물’로 불리는 유저들이 많다. 이들은 살인마보다 무서운 ‘생존마’로 불리며, 이미 외워버린 맵에서 구조물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판자를 이용해 살인마의 머리를 내리치며 그들을 농락한다. 하도 뚝배기를 맞다 못해 분노의 ‘랜선뽑기’를 감행하는 살인마도 있을 정도다. (아무리 화가 나도 랜뽑은 하지 말자!)
무섭지만, 두근두근
살인마들은 인간의 형태를 지녔지만, 때로는 짐을 옮기는 짐승처럼 보인다. 뒤틀리고 기형적으로 변형된 몸, 끔찍한 흉터들…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시체’처럼 느껴진다. 끝없이 생존자를 쫓고 갈고리에 매다는 모습은 단순히 살인의 쾌감을 위한 행위라기보다, 반복적인 단순 노동과 유사하다. 어쩌면 이들은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살인마가 가까워질 때마다 점점 커지는 심장 소리는 플레이어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그중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살인마는 ‘너스(간호사)’다. 너스는 Spencer’s Last Breath라는 점멸을 이용해 순식간에 생존자를 추격한다. 기괴한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등장하는 너스는 항상 고개가 꺾인 채 시체처럼 늘어진 자세로 이동하며, 얼굴을 가린 베일과 군데군데 찢긴 간호사복은 그녀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 Dead by Daylight 공식 유튜브
너스(샐리 스미슨)는 정신병원에서의 고된 노동과 정신적 학대 끝에 광기에 잠식당한 인물이다. 그녀는 남편을 잃고 동료들에게 수십 년 학대와 멸시를 견디며 살아갔다. 게다가 병원 내에서 환자들이 당하는 고문과 학대를 지켜보며 점차 정신이 피폐해져갔고, 엔티티(살인마를 모으는 거대한 악의 존재)는 이를 틈타 악몽과 환청을 선사해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정신적 지주처럼 따랐던 캠벨 신부를 포함해 50명의 환자를 모두 목 졸라 살해하고, 엔티티의 첫 번째 살인마가 된다.
고스트페이스는 미국 고전 슬래셔 명작 <스크림>의 얼굴인 ‘고스트페이스’를 차용했지만, 게임 속에서는 전혀 다른 스토리라인으로 등장한다. 고스트페이스(대니 존슨)는 원래 제드 올슨이라는 이름으로 로즈빌 신문사에서 활동하는 기자였다. 하지만 온전히 자신만의 ‘특종’을 원했던 그는 직접 살인을 벌이고, 이를 기사로 작성하는 기이한 행동을 시작한다. 주점에서 술을 마시며 목표를 고르고, 희생자가 귀가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하며 살인을 기획한다. 그렇게 몇 주 동안 희생자를 관찰하며 습관과 일과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완벽한 타이밍에 살인을 저질러 완벽한 특종을 만든다. 그는 엔티티의 초대를 받아 또 다른 살인을 기획하고, 새로운 컬렉션을 쌓아가는 중이다.
이렇게 살인마의 매력적인 콘셉트와 디자인은 데바데가 호평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생존자는 살인마를 피해 생존한다는 설정에 맞게 평범하면서도 처절하게 디자인되어 있고, 살인마는 생존자를 찾아내 고문하고 죽인다는 설정에 맞게 공포스럽고 기괴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다양한 공포 게임과 공포 영화와의 콜라보도 잦아 원작 팬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한다. 콜라보 대상이 영화, 드라마, 게임, 소설, 만화 등 워낙 다양하다 보니 “콜라보로 연명하는 게임”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제작진이 해당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원작 성우 초빙, 더빙, 오마주, 상세한 배경 스토리 등 납득 가능한 요소들을 잘 녹여내며 콜라보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트레일러는 매번 공을 들여 제작한다. 고스트페이스의 트레일러는 정말이지 그의 아이콘적인 비주얼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들었다.
ⓒ Dead by Daylight 공식 유튜브
이번 여름, 두근두근대며 누군가에게 쫓기고 싶다면 『데드바이데이라이트』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집이 아닌 PC방에서 플레이 한다면 분명 옆자리 사람에게 ‘왜저래’라는 눈총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