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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지난해 함세덕의 동명의 원작을 상연한 극단 돌파구의 <고목>을 관람한 경험이 있다.

 

일부 각색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고 훌륭한 '재상연'이었다면, 이번 국립극단의 <삼매경>은 함세덕 <동승>을 하나의 재료 삼은 완전한 '재창작'의 산물에 가까웠다.


원작의 인물들과 대사, 장면을 그대로 등장시키면서도 그것은 극중극일 뿐, <삼매경>의 배우들은 더 넓은 차원에서 움직인다. 이를 통해 옛 희곡의 현대화라는 작업에 있어서 새롭고 독창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시도가 좋은 선례가 되어, 한국의 우수한 근대 희곡들이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국립극단] 삼매경(2025) 홍보사진02.JPG

 

 

가장 압도적이었던 것은 단연 지춘성 배우의 존재감이다.

 

1991년 27세의 나이로 연극 <동승>의 주연 '도념' 역을 맡아 주목 받았던 배우가, 어느덧 61세가 되어 다시 그것을 마주하기까지. 배우의 세월과 개인적인 기억들이 극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흘러간다. 오랜 시간 한국 연극계에 몸담아온 한 배우에 의한, 한 배우를 위한 기획이라는 것만으로 대단히 의미 있는 작업물이라 생각된다.


러닝타임도 120분으로 긴 편이고, 어지럽고 복잡한 그의 심리와 고뇌를 따라가다 보니 극 자체가 심오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 자체를 하나의 예술혼으로 받아들이고 말 그대로 '삼매경'에 빠져들듯 관람하면 좋을 것이다.


또, 원작 자체도 불교와 관련해 결코 단순하지 않은 주제 의식을 담고 있는데 그로부터 더 나아간 공연인 만큼, 사전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해가 쉽지 않아 보인다. 관람 전 원작의 간단한 내용과, 해당 극의 기본 정보를 파악하고 간다면 보다 수월하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극장 1층에는 대본을 미리 열람할 수 있는 공간도 운영되고 있다.

 


[국립극단] 삼매경(2025) 공연사진11.jpg

 

 

연출 역시 섬세한 부분이 많았다.

 

관객 입장 때부터 무대 위에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배우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관객석 조명이 암전되지 않은 채 공연이 시작되기도 했다. '도념'과 '지춘성'의 모호한 경계처럼, 이 또한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히 하며 초반부터 몰입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무대 위에는 진짜 웅덩이가 파여있고, 위에서는 물과 가루가 떨어진다. 기둥이 내려오거나 바닥과 벽을 여닫는 등 각종 무대 장치의 활용이 적절했다.

 

무대 연출과 효과에 관심이 많다면 무척 인상적일 만한 공연이었다.

 

 

[국립극단] 삼매경(2025) 공연사진01.jpg

 

 

이철희 연출은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보는 오늘날 관객들이 '나는 이렇게 뜨거워 본 적이 있나', '내가 나다웠던 적이 있나'라는 질문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 말처럼, '연극'과 '예술'에 대한 배우들의 고통스러운 사랑과 진심이 진하게 묻어나는 극이었다.

 

무더운 여름, 연극 <삼매경>을 통해 저마다의 뜨거운 내면 속으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


본 공연은 오는 8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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