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한 번,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어본 적이 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캐드펠 수사라는 매력적인 탐정을 알게 된 것이 가장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소설의 주인공 캐드펠은 수도회에서 수도 생활을 하는 수사이다. 그러나 어딘가 반항아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어쩐지 그의 과거가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수사의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 같은 느낌. 그 느낌의 실마리를 찾고자 다시 한번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찾았다.
이번에 읽은 시리즈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11권부터 21권까지로 구성된 로열 골드 컴플리트 에디션으로, 책을 배송받을 당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권수만큼이나 놀랄만한 두께, 그리고 무게. 오랜만에 느껴 보는 기분 좋은 묵직함이었다.
내가 이 시리즈를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캐드펠 수사의 시작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11권부터 20권까지는 일반적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21권은 특별 편이다. 21권 특별 편은 로열 골드 컴플리트 에디션을 구매하면 만날 수 있는 선물과도 같은 책으로, <특이한 베네딕토회: 캐드펠 수사의 등장>이라는 제목 아래 캐드펠 수사의 탄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얇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책이었다.

특이한 베네딕토회: 캐드펠 수사의 등장
캐드펠은 본디 수사가 아니었다. 웨일즈 출신의, 무기를 다루는 것에 능숙한 직업군인으로서,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전적도 있다.
일생을 군인으로서, 자신이 섬기는 주군을 위해 봉사를 하며 살아가던 그가 돌연 수사가 되기로 결정한 이유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캐드펠이 마지막으로 섬겼던 주군 밑에서 함께 봉사를 하던 알라드는 군인이 되기 전, 사제였다고 말한다. 사제 신분을 벗고 밖으로 나와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던 그가 돌연, 이제는 정착할 곳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모시던 주군의 요청이 끝나가는 밤, 늦은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벗을 보며 캐드펠은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일까? 알라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에도 은근하게 정착의 꿈이 자라났던 것 같다. 그 방법으로 수사가 되는 것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책 <특이한 베네딕토회: 캐드펠 수사의 등장>에 따르면, 군인으로서 그의 마지막 활약이 수도원과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만 말해둔다.
그렇게 슈루즈베리 베네딕토회 수도원의 수사가 된 캐드펠. 허브 밭을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수사로서 조용한 삶을 살아가려고 했었지만, 군인으로서 오랜 시간 다져진 동물적인 감각만큼은 숨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캐드펠 수사, 그리고 그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들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책들에 비해 두께는 얇았지만, 그 안에도 알찬 추리가 들어 있다. 그가 해결한 사건들을 읽으며 캐드펠 수사의 추리에는 어딘가 따뜻한 느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예리한 관찰력을 기반으로 '옳음'을 행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아온 대부분의 탐정들은 주로 의뢰를 받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에 비해 캐드펠은 능동적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진실을 밝히지 않을 때도 있다. 진실을 밝히지 않는 편이 더욱 이로운 결정이라는 확신이 들면, 몰래 눈을 감아 주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추리에는 인간미가 묻어 고소한 향이 난다.

책 <캐드펠 수사 시리즈 11~21 - 로열 골드 컴플리트 에디션>은 캐드펠 수사의 이야기의 결말로 향하는 마지막 시리즈로, 캐드펠 수사의 시작과 끝을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전집이다. 앞서 소개한 21권 <특이한 베네딕토회: 캐드펠 수사의 등장> 외 11권에서부터 20권까지 해당하는 일반 시리즈 역시, 따뜻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11권: 위대한 미스터리 - 1141년 잉글랜드가 내전으로 극심한 혼란 속에 빠져 있을 때, 한 여인의 실종 사건을 좇는 지적인 미스터리 소설
12권: 어둠 속의 갈까마귀 -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 가장 철학적이고 인간적인 미스터리를 담은 작품
13권: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 장미 한 송이로 얽힌 사랑과 탐욕의 미스터리
14권: 에이턴 숲의 은둔자 - 미로처럼 얽힌 살인과 납치 사건, 위장된 신분과 권력의 음모, 그리고 진실을 향한 집요한 추적이 어우러진 작품
15권: 할루인 수사의 고백 - 눈보라 치는 날의 살인 사건과 함께 속죄와 용서, 기억과 왜곡, 사랑과 오해가 교차하는 지점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작품
16권: 이단자의 상속녀 - 의문의 살인 사건과 함께 원죄, 예정설, 인간의 자유의지, 보편구원론과 같은 이단 논쟁을 미스터리라는 장르 속에 녹여낸 매우 이색적인 작품
17권: 욕망의 땅 -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여인의 죽음을 파헤치는 작품
18권: 반란의 여름 -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인물과 사건을 치밀하게 엮어낸 미스터리 소설
19권: 성스러운 도둑 - 성스러움이라는 이름 아래 일어난 도둑질과 살인, 그리고 성물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신념의 충돌을 예리하게 그려낸 작품
20권: 캐드펠 수사의 참회 - 전쟁보다도 고통스럽고, 진실보다도 애틋한 캐드펠 수사의 마지막 이야기가 담긴 감동적인 작품
벌써 7월,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을 시즌이다.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반드시 챙기는 준비물은 아마 각기 다를 것이다. 휴대용 손 선풍기, 무선 충전기, 수영복 등등... 그것들과 더불어서, 이번 휴가에는 책 한 권을 챙겨 보는 건 어떨까? 그래도 명색에 휴가인데 너무 무겁고 처지는 책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훌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책이 제격이다.
마치 캐드펠 수사 시리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