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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는 소녀와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이제 소설을 넘어 영화와 뮤지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남겨진 추억이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매일 전날의 기억을 잃는 마오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반복해 고백하는 도루의 이야기는 특별하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감정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사랑을 잃고, 기억에서 희미해진 감정과 다시 마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화면을 넘어 무대로


 

이 작품이 여러 매체에서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는 이유는 그 서사가 단순히 ‘기억 상실’이라는 설정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말보다 진심이, 기억보다 마음이 더 오래 남는다는 메시지는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나는 이 작품을 처음에는 영화로 접했고 주인공들의 서사와 섬세한 감정선이 인상 깊게 남아 뮤지컬 무대에서도 그 여운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해 공연장을 찾게 되었다. 시각적 연출에 의존하던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배우의 연기와 음악의 흐름 속에서 감정을 이끌어낸다.


뮤지컬만이 가지는 매력은 극 중간중간 배우들이 선보이는 애드리브과 현장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춘 재치 있는 애드리브는 극의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친구들끼리 나누는 대사에서 변주가 더해지거나 관객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타이밍은 라이브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즉흥성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같은 서사를 공유하더라도 무대 위 배우들의 호흡과 관객의 반응이 더해져 매 공연이 조금씩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뮤지컬은 가장 살아있는 형태의 이야기 전달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수족관, 불꽃놀이, 공원의 벤치와 같은 공간들이 실감 나게 재현되며 시각적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무대 위에서 빛과 음악으로 구현된 사랑의 순간들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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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감정의 조각들


 

기억을 잃는 병을 앓는 주인공 히노 마이와 하루키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다.


매일 아침 전날의 기억을 잃는 마이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사랑을 고백하는 하루키의 관계는 잊히는 사랑 속에서도 마음에 남겨지는 감정과 기억의 깊이를 보여준다.

 

비록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그 시간 속에서 함께한 순간과 남겨진 추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매일 같은 인사를 반복하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매 순간 처음처럼 되새겨야 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감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날 공연장에는 어린이 관객도 눈에 띄게 많았고 그 덕분에 극장 전체에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작품 특유의 서정적이고 맑은 정서가 연령대에 관계없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 첫 뮤지컬 관람을 앞둔 관객에게도 부담 없이 추천할 만하다.

 

반복되는 하루, 잊히는 기억 속에서도 진심을 놓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각자의 감정선에서 다르게 읽히는 여지를 남긴다.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있는 사람, 혹은 ‘오늘’이라는 시간을 더 충실히 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작품은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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