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월드가 던지는 메시지
올해 7월 2일, 공룡 블록버스터 영화, 『쥬라기월드: 새로운 시작』이 개봉하였다. 개봉한 날 바로 CGV영화관에서 감상하였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공룡이 등장하는 스릴러, 액션 장르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생존’의 의미, 자아초월과 기술의 윤리에 관한 질문을 스토리와 극중 등장인물간의 대화를 통해 답변한다.
이에 나는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설을 차용해 메시지를 해석해본다.
![[포맷변환][크기변환]스크린샷 2025-07-06 204334.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7/20250706205014_bnkiezsl.jpg)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설
우리가 흔히 아는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설 5단계 모형
자아실현 욕구 : 자기발전을 위해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자신을 완성시키는 욕구
자존의 욕구 :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과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소속되고 싶은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 신체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된 상태로 되고 싶은 욕구
생리적 욕구 : 생물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욕구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설 5단계 이론의 피라미드 모형을 보면, 밑에서부터 생리적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자존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순이다. 이 이론에서 핵심은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시작되어, 상위 욕구를 받쳐주는 하위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음 욕구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대중에게 알려져서 ‘매슬로우’하면 해당 5단계 피라미드 모형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욕구위계설의 초기 모형이지, 최종 완성 모형이 아니다.
매슬로우는 자아실현의 범주를 벗어나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다른 것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이타적인 욕구인 자아 초월 욕구를 피라미드 꼭대기에 추가했다.
또한, 그의 제자들이 존중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 사이에 인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를 추가했다. 이 두 욕구는 자아실현 욕구의 범주에 넣기엔 애매모호하지 않았을까.
최종 수정된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설 8단계 모형
자아초월의 욕구: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New!)
자아실현 욕구 : 자기발전을 위해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자신을 완성시키는 욕구
자존의 욕구 :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과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소속되고 싶은 욕구
인지적 욕구 :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지식 측면에서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New!)
심미적 욕구: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자신을 외적으로 발전시키는 욕구(New!)
안전에 대한 욕구 : 신체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된 상태로 되고 싶은 욕구
생리적 욕구 : 생물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욕구
알고 보면 좋은 캐릭터들의 이야기
영화의 흐름은 두 일행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한 그룹은 파커-제닉스 엔지니어링 회사의 미션에서 시작된다. 이 제약회사는 초거대 공룡의 DNA를 통해 심장병 약품을 개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심장병 약품을 개발해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여 막대한 자본을 얻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목표다. 제약회사 관리자 중 하나인 마틴 크렙스는 공룡 DNA샘플 채취를 위한 원정대를 꾸리기 위해 조라 베넷과 헨리 루미스 박사와 접촉하게 된다. 크렙스는 이번 원정의 성공으로, 막대한 부와 명성이란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기를 원하는 존중의 욕구를 소유하고 있었다.
조라 베넷은 던컨 킨케이드라는 지휘관과 함께 미 해병 특수작전부대에서 주로 구출, 탈출 임무를 담당했던 용병이다. 베넷은 돈이라면 궂은 일까지 다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마틴 크렙스의 익살스러운 돈 표현과 심장병 해결을 위한 권유에 공룡 채취 원정에 참가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목숨을 걸어야하는 일에 회의감을 갖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생존은 단순히 숨이 붙어있는 존재가 아니라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의미를 지향할지에 관한 존재의 의문이 된 것이다.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어 보다 상위의 욕구인 자아실현 욕구를 갈망하게 된 것이다. 존재의 욕구에서 성장의 욕구로 도약하는 경계점에 그녀는 서있었다.
이에 그녀의 지휘관으로 동고동락했던 던컨 킨케이드는 베넷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이제 너의 삶을 살아. 의미있는 일을 이젠 해보는 건 어때?"
헨리 루미스 박사는 쥬라기 시즌 초기에서부터 등장했던 앨런 그랜트 학자의 제자이자 고생물학자다. 그는 최근 박물관 폐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의 상상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공룡이 복원되어 등장하자,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은 공룡에 대한 관심을 덜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사라져가는 고생물학의 인기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과 실제 살아있는 공룡을 보고 싶다는 소망으로 원정에 참가하게 된다. 그는 고생물학에 관한 소속 및 애정 욕구를 갖고 있었다.
어린이들을 비롯한 관심 대중들과 함께 공룡에 관해 이야기하며, 고생물의 애정도 표현하고 싶어했다. 또한, 죽은 공룡 화석뿐만 아니라 자연 환경에서 살아가는 공룡의 생애를 직접 관찰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인지적 욕구를 갖고 있었다. 그는 제약회사가 제안하는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선 수명이 긴 거대 공룡 3종 혈액을 기계 장치로 추출해야한다고 말한다.
그 공룡들은 해양의 지배자, 모사사우로스와 꼬리가 엄청 크고 몸집 또한 거대한 용각류인 티타노사우로스, 헬리콥터만한 크기의 익룡, 케찰코아틀루스이다. 그는 불가피한 경우에도 인간은 공룡 생태에 손상을 입혀선 안 되며, 생명에 관해 존중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의 원정 참가 동기에 의문이 생긴다. 아무리 소속감 및 애정 욕구, 인지적 욕구를 갖추고 있다하더라도 목숨을 걸어서 제약회사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 혈액 샘플을 구한다는게 이해가 되는가?

그는 자아 초월의 욕구를 갖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유전자 혈액 샘플이 자본 상위 1%인 특정 제약 회사의 독점적 소유가 아니라 99%를 위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픈 소스로 공유해야한다는 목적 의식이 있었다. 독점없이 누구나 심장병 약을 개발할 수 있고, 개발된 약이 소수가 아닌 모두에게 쉽게 접근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끊임없이 베넷에게 거대 공룡 DNA가 모두를 위한 샘플이 되어야한다고 설득한다. 그는 스스로와 베넷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과학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머지 다른 일행은 여름방학을 맞아 대서양 여행을 하던 가정이다. 루빈 델가도(가정의 아버지), 데리사 델가도(아버지의 큰 딸), 제이비어 돕스(딸의 남자친구), 이저벨라 델가도(아버지의 작은 딸, 어린 소녀)로 구성된 일행이다. 이 일가족은 바다 여행 중, 모사사우로스의 습격을 받아 구조 요청을 하게 된다. 타고 있던 배가 전복하면서 안전 욕구를 갈망하게 된다.
생존에 있어 가장 뛰어난 도구는 지능일까
우리는 흔히 인간의 지능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생존 도구라고 믿는다. 크렙스도 극 중 인간의 지능이 가장 우월한 생존 도구라고 말한다. 하지만 루미스 박사는 이렇게 반문한다.
“지능은 절대적으로 우월한 생존 도구가 아니에요. 지능이 높다고 해서 생존할 확률이 높은 건 아닌걸요. 공룡은 1억 8천만 년 넘게 지구를 살아왔는데, 현생 인류의 조상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겨우 20만년을 살아왔어요. 오히려 공룡보다도 쉽게 멸망할 거에요."
"우리는 지능이 높은 탓에 자멸하는 법을 배웠죠.”
공룡이 그렇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높은 지능보다도, 환경에 대한 조화로운 적응력이지 않았을까. 강인한 체력, 날씨와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학적 다양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옛 지구라는 시스템과의 조화를 통해 그들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번엔 적도 기후에서 무사히 적응해 자체적인 생태계를 유지하며 생존하고 있다.
전 시리즈에서부터, 실험실 사람들은 첨단 과학기술로 공룡을 복원하고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이 오만한 시도는 곧 파국으로 이어진다. 현 인류는 크렙스의 말처럼, 지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 생존, 문화, 기술 발전 모두를 '인간 두뇌의 승리'로 정의한다. 그러나 자본을 위해 첨단 과학으로 만들어낸 공룡들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며, 고도로 발달한 두뇌를 지닌 인간은 오히려 생존에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 이는 멸종된 생물을 복원시켰다는 이유로, 생명을 상품과 같은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었을까.
영화에선 사고로 인해 DNA융합 공룡들이 존재하는 섬에 도착하게 된다. 또한 생존에 있어 기본적인 필수품 또한 잃어버리고 만다. 사회에서 어떤 존재였는지에 관계없이, 결국 사람들은 모두 기본 욕구 단계로 추락하게 된다. 당장 오늘을 살아가는데 있어 안전 욕구와 생리적 욕구를 갈망하게 된다. 모든 생존 수단을 잃어버렸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끝까지 살아남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일괄편집_[포맷변환]스크린샷_6-7-2025_205432_www.youtube.com.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7/20250706205811_xukcipyk.jpg)
인간의 생존 원동력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나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지능도, 기술도 아닌 관계라고 답을 내리고 싶다. 영화에서 델가도 일가족의 생존을 통해 힌트를 얻었다. 델가도 가족 중 가장 어린 소녀는 스피노사우로스가 인간들을 처참하게 잡아먹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먹게 된다. 한동안 영화에서 말을 잃었는데, 그러던 중 아퀼롭스라는 작은 초식공룡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아끼는 감초 젤리를 주며, 아퀼롭스와 유대를 쌓게 된다. 서로 신뢰를 쌓게 되었는지 나중엔 소녀의 가방에서 항상 함께하게 된다. 소녀는 아퀼롭스에게 돌로레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 어린 소녀가 작은 공룡과 친구가 되는 장면은 관계에 관한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이 둘은 함께 연대한다. 어쩌면 이처럼 우리는 자연과 친구가 되어야할까.
영화에선 인간은 자연과의 단절을 멈추고,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우리는 독점적으로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와 공룡이 친구가 되는 것처럼, 인간 역시 자연과 유대감을 회복해야 한다.

나의 고등학생 시절 때, 생활과 윤리 시간에 배웠던 ‘레오폴드’라는 학자가 있다. 레오폴드는 『대지 윤리』에서 인간이 ‘자연의 정복자’가 아니라 생태계 구성원으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생물을 포함한 자연의 것들이 인간의 경제적 가치로만 환원되는 사고방식을 비판했다. 자연을 쪼개어 ‘쓸모 있는 부품’으로만 보려는 인간중심적 사고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레오폴드의 의견은 생태계 전체를 중시하는 파시즘, 전체주의로 이끌 수 있다. 자연 전체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억누르는 전체주의적 생태주의는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연대는 통제가 아니라 이해이고, 전체는 강제가 아니라 관계의 방식이다. 영화 속에서 아이가 공룡과 친구가 된 순간은, 비지배적 관계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좋은 관계는 전체를 위한 지배 관계가 아닌 겸손과 공감, 그리고 자발적 연대에서 시작된다.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결코 진짜 의미의 연대를 가져오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루빈 델가도가 제이비어에게 조언을 해주는 장면이 있다. 제이비어는 본인 스스로 하찮고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 한량같은 자신의 모습에 타인은 싫어할 거라고 스스로 판단하며, 자신이 누군가에게 존중받고 싶다는 자존의 욕구를 가진다 가족을 위해 몇 번 몸을 희생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제이비어에게 루빈 델가도는 이렇게 말한다.
“남이 하는 안 좋은 평가에 신경쓰지마. 그러면 그대로 그렇게 되는거야.”
나 자신이 아닌 ‘타인들’이라는 전체에 눈치보지 말고, 자유롭게 본인 소신대로 살라는 것이 아닐까.
매슬로우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단순히 ‘살아남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물론 공룡들이 버려진 섬에서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단계로 하락했지만, 열악한 곳에서도 좋은 삶을 살아가는 것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자유롭게 존중받고, 관계 맺으며, 자기 삶을 실현할 때 비로소 ‘삶을 살아간다.’
생존의 열쇠도 그저 지능과 통제가 아니라 자유 속에 꽃피는 공감과 자발적 연대에 있었다. 우리는 생태계 일원으로 존재하되, 책임 있는 공동체 속 개체들이다. 다만, 공동체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아실현을 추구하며 연대와 희생을 통한 자아초월을 갈구한다. 쥬라기월드를 단순한 오락 거리와 스릴러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한 번 되새김질해보면 생각할 만한 거리를 준다.
과학은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것이라고.
지능보다도 자발적 연대라는 관계가 호모 사피엔스 생존의 핵심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