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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동시에 앞으로 인간의 경쟁력은 '창의성'이라고 했다.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계가 가질 수 없는 창의성을 가져야 한다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더 나아가 사회에서도 모두가 창의성이 곧 미래 경쟁력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지브리풍 그림과 AI가 쓴 영화 시놉시스를 통해 알 수 있듯이, AI에게서도 '창의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노동 관련 직업만 대체할 줄 알았던 AI는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예술의 영역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AI와의 경쟁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은 '창의성'일까.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지만, 여전히 창의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창의성 교육이라는 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창의성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책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는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언제, 어디서부터 등장했고, 그 개념이 정립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논쟁이 있었는지를 담고 있다. 책을 통해 기존의 가지고 있던 창의성에 대한 관점과 비교해 볼 수 있었고, 앞으로 우리는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떠올린다면 대부분은 예술이나 과학을 떠올릴 것이다. 예를 들면 영감을 받아 곡이나 시, 소설 같은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모습 혹은 세상에 없던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아인슈타인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나 또한 책을 읽기 전까지는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창의성의 역사는 우리의 예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심지어 창의성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연구'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니라, 당시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속에서 정립되기 시작했다.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주 쓰이게 된 것도 1970년대 무렵부터다. 오랫동안 쌓여온 명확한 개념도 아닌 창의성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치를 표현할 때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현재 사회의 창의성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바라보며 숭배하는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특히 우리는 창의성을 이야기할 때, 무언가를 창조해 인류에게 큰 기여를 한 인물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모든 능력이 그렇듯이, 창의성 역시 언제나 좋은 방향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도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창의적 산물이 끔찍할 수는 있어도, 창의성 자체는 무해한 것으로 여겨졌다.


즉, 창의성의 결과물이 언제나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책을 읽다 보면, 창의성이 성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열어줄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창의성 교육을 주장했던 토런스의 메시지를 통해 부모와 교사들이 위안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창의성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은 지양해야 한다. 창의성이란 결국,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고, 어떻게 사용되어 왔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함께 바라봐야 하는 개념이다.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발언이 가장 공감이 갔다. 저자는 현재의 창의성 숭배 현상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다른 형태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결국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창의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공장 노동자, 간호사, 배달기사와 같은 사람들 덕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지금까지의 복잡했던 느껴졌던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조금은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창의성 개념이 정립되는 과정에서도 창의성이 극소수의 사람만을 위한 것이 되지 않도록, 개인이 아닌 집단 중심의 연구가 시도되었고, 성별 격차 문제에도 주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창의성'에 대한 인식은 지나친 숭배로 변질되어, 창의성 교육을 받는 어린아이들에게 '창의적인 직업'만이 가치 있고, 그렇지 않은 직업은 중요하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 부분을 저자가 정확히 짚어주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창의성 교육을 할 때, 창의적인 일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모든 직업과 역할 또한 가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이 '창의성 교육'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우리에게 창의성이 과연 언제나 선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지금의 우리는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지금의 지나친 창의성 숭배는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책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창의성'에 대한 관점을 점검하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 나갈지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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