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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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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그을린 사랑>을 본 직후,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내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포스터에 적혀 있는 말처럼, “21세기 가장 강렬한 충격과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이다. 관객은 나왈이 겪었을 끔찍한 고통, 그리고 그 참상을 마주하는 잔느와 시몽 남매를 영화관에 꼼짝없이 갇힌 채 목격하게 된다.


잔느와 시몽, 쌍둥이 남매는 얼마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을 확인한다. 유언에는 전쟁 중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 그리고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어머니가 남긴 편지를 전하라는 임무가 적혀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전하기 전까지는 절대 장례를 치르지 말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확인하게 된다.

 

남매는 아버지와 형제를 찾기 위해 어머니 나왈의 흔적을 찾아 중동으로 떠나게 되고, 그 과거의 종지부에서 상상조차 못했던 충격적 진실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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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남긴 충격은 단순한 반전 때문만은 아니다.

 

관객은 딸 잔느의 시선으로 어머니의 파편화된 인생을 바라보기 시작하다가, 점차 어머니 나왈의 시점으로 전쟁 속 참혹한 현실과 그녀의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남자와 그의 아이를 떠나 보내고 마을에서 추방되었으며, 이후 종교적 갈등으로 벌어진 전쟁을 마주하게 된다. 그 전쟁에서 복수심으로 벌인 일로 인해 나왈은 정서적, 신체적인 학대를 수도 없이 경험한다.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의 흔적에 의거해 아버지와 형제의 정체를 유추하지만, 관객은 두 남매보다 먼저 충격적인 진실을 눈치챈다. 곧 그 현실을 목도할 남매를 스크린 너머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관객은 벼랑 끝에 놓인 심정이다.

 

나왈의 삶, 그녀가 겪은 전쟁과 종교적 갈등, 그리고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한계를 넘어선 것처럼 느껴지는 영화 속 현실은 관객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다.

 

더 잔인한 사실은 그 모든 일들을 나왈은 생생하게 겪었으며, 실제 영화 바깥의 누군가는 전쟁을 통해 이와 비슷한 고통스러운 일들을 수도 없이 마주했으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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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후엔 공허한 마음과 함께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과연 나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나왈을 지탱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아들을 만나겠다는 단 하나의 희망으로 살아온 그녀,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 후 남긴 유언은 옳은 결정이었을까?

 

인생이란, 결국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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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을린 사랑>을 보고 난 뒤, 영화를 떠올리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언급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영화의 메시지가 있다. 종교로 인해 벌어지는 전쟁의 비극, 그리고 나왈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을린 사랑>은 끔찍한 진실을 마주 보게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에 균열을 내고,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충격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든, 혹은 그렇지 않든, <그을린 사랑>이 남기는 여운은 분명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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