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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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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TVN)

 

 

처음 이 제목을 접했을 때, 단번에 싱그러운 풀 냄새가 풍기고, 매미 소리가 들려오는 여름 풍경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청춘이다. 나는 여름의 더위를 매우 싫어한다. 하지만 특유의 ‘푸릇푸릇한’ 분위기만은 깊이 사랑했다. 내가 사랑했던 그 분위기, 그 분위기를 아름답게 재현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 JTBC에서 방영했던 <반짝이는 워터멜론> 이다. 나에게 ‘청춘 드라마 보고 싶은데, 하나만 추천해 줘’ 라는 질문이 들어온다면, 나는 항상 이 드라마를 추천하고, 이 작품만큼 청춘인 드라마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청’춘을 다뤄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반짝이는 워터멜론> 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코다(CODA) 소년 은결(려운)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해 어린 시절의 아빠(최현욱)와 함께 밴드를 하며 펼쳐지는 판타지 청춘 드라마’ 에 관한 내용이다. 타임슬립, 청각장애인, 청춘? 이질적인 단어들의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코다 소년 은결이 1995년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아버지의 과거를 알아가고, 그들만의 사연을 함께 겪으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청춘’ 을 아름답게 또한 아프게 다뤄낸 스토리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한다. (줄거리 출처: TVN 공식 홈페이지)

 

 

 

아름다운 ‘청’춘의 분위기


 

청춘, 푸를 청에 봄 춘, 인생에서 젊은 시절을 뜻하는 단어이다. 이 드라마는 청춘의 ‘청’을 잘 담아낸 듯하다. 장면 장면마다의 그 색감은 마음속까지 싱그러워지게 한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개인적으로 “진짜… 낭만이다.” 라는 단어를 입에서 떼어내지 못했다.어떤 요인들이 그토록 아름다운 청춘을 만들어냈을까. 이 이야기는 대체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학교라는 배경은 ‘청춘의 클리셰’ 같은 이미지를 준다. 또한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복 교복을 입으며 등장하고, 무더운 여름을 계절로 전개된다. 여름과 학교는 청춘 드라마의 성공 공식인듯 하다. 이 드라마에서도 만약 학교를 배경으로 하지 않았다면, 혹은 여름을 계절적 배경으로 하지 않았다면, 전달하고 싶은 청춘의 분위기가 효과적으로 전달 되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장면마다 특유의 푸르른 감성,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분위기. 티격태격 은결과 이찬의 사소한 싸움들, 청아와 이찬의 사랑이야기, 밴드의 ‘첫사랑 기억 조작단’의 벅차오름. 전부 클리셰적인 요소이지만서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마음이 시원해지고,뭉클해지는 요소들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부모님들도 그들만의 ‘청춘’이 있다


 

-부모님도 아름답기만 한 청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 드라마에서의 ‘울음 버튼’ 이 있다면, 은결의 아버지 이찬(최현욱 배우)과 어머니 청아(신은수 배우)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는 이찬과 청아가 만나게 된 계기,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 깊은 서사들을 다루며 주인공 은결(려운 배우)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낭만 있게 전개하며 몰입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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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TVN)

 

 

이찬과 청아의 첫 만남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찬은 청아가 청각 장애인인지도 모른채, 처음엔 그저 “자기 말을 무시하는” 여학생이라고 오해한다. 결국 이 둘이 사랑에 빠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도입부만 보면은 “이찬아 오해하지마…” 라며 과몰입을 하게 된다.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두 캐릭터의 감정선이 짙어지며 마음을 깊이 울리는 메세지들을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이찬이 청아에게 스케치북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전달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이찬이 스케치북으로 청아에게 고백을 하고, 수어로 노래를 보여준다. 비록 스케치북으로 전달하는 투박한 사랑 표현이지만, 그 속에 담긴 메세지들은 시청자들을 마음을 깊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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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TVN)

 

 

드라마를 시청하다보면, “우리 부모님도 저런 과거를 가지고 있을까” 하며 괜한 센치함에 빠진다. 그런 개인적인 생각들을 건드려, 더욱 이 드라마에 과몰입하게, 나아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 드라마에서는 비단 아름다운 청춘만을 다루지 않는다. 이찬과 청아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각각 캐릭터의 가정사,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다루며 부모님들의 ‘아름답지만은 않은’ 청춘을 다루기도 한다. 드라마를 더 시청하다보면 알겠지만, 시원한 차도녀인것만 같은 청아(은결의 어머니)도, 마냥 밝은 이찬(은결의 아버지)도, 개인적으로 아픈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 또한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눈물버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수어의 영향력


 

-청춘 이외에, 이 드라마의 Key 메세지

 

반짝이는 듯한 손동작, 우리는 ‘반짝임’을 뜻하는 모션인 줄 알았지만, 농인들의 세계에서는 다르게 해석된다. 반짝이는 손짓은 ‘밝은 인사’를 뜻하는 것. 배우들의 ‘반짝반짝’ 수어를 보면, 마음까지 따뜻해짐을 느낀다. 수어, 그저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농인들의 언어라는 의미였지만, 작품을 접하고 나서의 생각은 사뭇 달라졌다.

 

작품 속에서 수어는 이찬과 청아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은결과 부모님을 연결해주는 다리이자, 은결.이찬.청아를 세상과 연결해주는 다리이다. 이찬은 수어를 전혀 모르지만, 청아와 소통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은결은 부모님과 세상을 연결해주기 위해서 수어로 소통한다. 또한 청아의 아버지도 하나뿐인 딸인 청아와의 소통을 위해 열심히 수어를 학습하고, 서툴게라도 대화한다. 이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수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님을 느낀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농인의 언어이겠지만, 그것을 넘어선 세상과의 매개체임을, 그리고 정말 아름다움 춤과 같은 몸짓임을 깨닫는다.

 

‘인사’를 의미하는 손동작은 이 드라마를 보는 중 나에게 절대 잊혀지지 않는 수어 중 하나였다. 신은수 배우의 햇살같은 미소와 함께 이 수어의 동작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수어는 참 대단한 언어인 것 같다. 사람의 음성을 어떻게 손으로 표현할 생각을 할 수가 있었겠는가? 이 드라마의 선한 영향력인 점은 수어를 정말 ‘반짝이게’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실제로 세계 수어의 날에 수어로 메세지를 전했고, CJ 도너스캠프에서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화체험 기부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이 드라마에서만 수어를 소개하고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과 기업도 더더욱 침묵의 세상 속에 있는 농인들의 삶에 다채로운 색을 더 해가도록 도움을 주었다.

 

드라마에 청춘이라는 색을, 수어라는 아름다운 언어를, 더한 <반짝이는 워터멜론>.

 

다가오는 무더운 여름, 이 드라마와 함께 수박같이 시원하고 싱그러운 청춘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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