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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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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표현하는 문장이 꽤 있다. 한바탕 봄에 꾼 꿈이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극과 극이다. 덧없고 허망한 것이 되었다가 설렌 마음으로 발걸음을 떼는 길이 된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표현도 있다. 인생은 연극이라는 거다.


5월 30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 걸린 고선웅 연출의 <유령>은 백상예술상 백상연극상을 수상하며 일반대중에게 존재를 크게 알렸다. 연극에 관심 있는 이들은 진작에 알았겠지만, 상을 받아야지만 작품의 진가를 알아볼 기회가 생기는 이들도 있다. 나는 후자의 인간이다. 고작 몇 줄짜리 설명을 읽고 극장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커지기만 하던 기대감은 관람과 함께 마땅한 반응이 됐다.

 

별다른 소품 없이 의자 높이의 원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채워진 무대는 단순한 구조였으나 역으로 배우들의 몸짓을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배우들은 그 위에 앉아 있다가도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뛰어다녔고, 감정이 극에 치달으면 위로 올라가 소리를 쳤다. 언뜻 실험극으로 보이던 무대 탓에 '상'에 걸맞은 노블함이 나를 맞이하지 않을까, 입장 후 5분 지레 겁먹었던 것이 우스울 만큼 <유령>은 지금 바로 여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정확히는 바로 여기에, 그러나 잘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


연극 <유령>은 사회의 무관심 속 지워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풍자적인 극이다. 무대는 분장실과 시체 안치실 두 공간을 꿈처럼 기묘하게 연결 지으면서, 우리의 관심 밖에서 사라진 무연고자들의 삶을 판타지적으로 구현했다.


연극은 정석적인 서사 풀이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캐릭터와 해당 배역을 맡은 배우의 대사들이 어지럽게 섞여 들어, 관객이 비극에 마음 아파하다가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지거나, 혼란스러워하다가도 더욱 공감하게 만들며 극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에 천천히 한 발짝씩 가까워진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무연고자들의 삶을 마냥 비극적으로도 혹은 무조건적인 희극으로도 승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일면 난잡한 형식은 인생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이란 걸 관객이 깨닫게 하는 데다, 무연고자의 삶에 들어있던 희로애락을 인정하고 다독여줄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예의 바른길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연극이고 우리는 연기자다. 뿐인가. 이 연극이 잘 굴러가도록 관리하는 무대감독이 있고, 누군가 총괄해 연극을 연출했으며, 모든 것을 관객이 관람하고 있다. 무대는 연출의 뜻으로 마련되었으니, 모두 맡은바 다해 제대로 보여주자. 망할 놈, 한 번도 내려와 우리 연극을 살핀 적 없고 내용도 거지 같지만, 그래도 연극에 충실해 보자. 그러면 관객이 우리를 인정해 줄 거야.


<유령>은 풀어나가는 방식이 어지러울지언정, 목표가 명확하다. 살아있는데도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들의 삶을 무대 위로 불러와, 관객이 그들을 보게 하는 것이다. 이때 그들의 삶을 불러 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연기자다. 그것이 동물이든 유령이든 사람이든, 다른 어떤 존재에 빙의해 그들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무당 같은 이들. 연기자의 힘을 빌린 잠깐의 목격으로, 무연고자들은 유령이 아니라 비로소 사람이 된다. 그리고 사람으로서 이들의 마지막 길을 아무도 알지 못하고 존중하지 않았으니, 무당이 된 연기자와 유일한 목격자이자 구경꾼인 관객이 그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 배웅한다.


단지 쇼를 위해 무대 위로 무연고자들의 삶을 불러내지 않았다는 점이 이 작품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이젠 영영 알 수 없게 된 누군가의 진실과 속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엿보고 생각할 수 있음은 귀중한 경험이 된다. 우리는 경험하지 않은 것은 영영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극의 마지막 5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수백의 인원 모두가 간절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또 강렬하게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기리면서 끝나는 이 연극은 말이 아닌 경험이 필요한 작품이다. 거기에 나는 없고 우리가 있다는 느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심과 성의를 보이는 것은, 콘서트에서 열광하는 공동의 경험과는 다른 일이다. 제의에 가까운 끝마무리가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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