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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은 그 상징성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제국이다. 크리스토퍼 켈리의 『로마 제국』은 로마의 복합적인 측면 모두를 섬세히 조명하고 있다. 단순히 밝게 빛났다 가 어두워지는 구조라기보다, 한 공간 안에서 생기는 빛과 그 빛으로 인해 생긴 그림자를 모두 담아내고 있다. 이를 통해 로마는 가장 인간적인 공동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 인간에게 오로지 빛만 있을 수 없고, 어둠만 있을 수 없듯이, 로마제국 또한 그렇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근간에는 로마인으로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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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반짝임은 그 정치 체계에서부터 시작된다. 로마의 공화정은 유력한 개인의 대두를 견제하며, 국가의 통치를 다양한 지배자들이 공동으로 담당하는 형태였다. 이러한 체제의 근간에는 로마인들, 특히 로마시민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가진 군사로서의 정체성이 숨어있다. 정복과 성장이 전부였던 시절, 군사력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군인으로 참여한 자들은 권력을 가지게 되었고, 로마는 그 권력을 최대한 같은 크기로 나누려고 하였다. 그래야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시민이 되고 큰 군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념의 흐름이 자연스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때 당시 로마가 가지고 있는 체계와 관념은 분명 자연스러움을 뛰어넘는 우수성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 엘리트 사이의 권력 공유가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원로원 조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물들도 상당수 원로원에 진출해 있었고, 이는 로마제국 내에서 다양한 인재들이 발굴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들의 체계가 평등에 기초하고 있으며, 조직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이 체계성이 단지 공화정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영토를 지배하게 된 로마는 그 영토를 제압할 만한 군사령관 즉, 황제가 필요했을 것이다. 정치적인 후퇴나 퇴보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 넓은 영토를 차지하게 된 로마에, 숙주국이 생긴 로마에 꼭 필요한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도 “진정한 ‘로마 혁명’은 공화정 체제 속에서 제국을 세운 것”이라고 말한다. 시기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다르며, 그것을 받아들인 로마를 인정하는 문구이다. 로마가 이것을 의도하고 체제를 바꾸었다고 할 순 없지만, 어느 체제이든 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모습은, 로마를 성공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황제의 등장으로 속국의 포용도 쉬워졌다. 살아있는 황제를 신으로 묘사하면서, 속국에 로마의 황제를 찬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속국의 귀족들은 전통적인 신들과 로마의 황제를 통합하여 자신의 특권적 지위를 강화할 수 있었다. 처음 공화정을 시작한 것, 제국으로 변모한 것 모두 효율적인 정복을 위한 것이었다. 이들의 정체성은 로마의 정치체제를 바꿨으며, 로마의 성공을 가져왔다.


하지만 빛이 있었을 때는, 그 빛에 따른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로마가 자신의 정체성인 군사에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있는한, 폭력은 불가피한 요소이자 이들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였을 것이다. 로마의 군사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책에서는 로마와 현재 미국 군대 규모를 비교하는데, 로마의 군사 규모는 현재 미국의 병력의 10배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큰 규모의 군대를 가진 로마인 만큼 다른 나라를 지배하고 제압할 때의 폭력성은 평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는 반란을 일으킨 브리타니아 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했고, 이는 인종청소의 초기 사례라고 불릴만한 수준이었다. 미개한 나라를 문명화하겠다는 로마의 말은 정복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는 근대의 식민 지배를 떠오르게 한다.

 

책에서 언급한 웅변가 키케로의 말에 따르면 로마가 "전쟁을 벌이는 유일한 이유는 우리 로마인들이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쟁은 이들의 삶에 불가결한 요소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기독교들을 살해한 로마 원형경기장의 모습은 로마의 폭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책에서 로마 원형 경기장은 “도시 한복판에서 군사 중심주의에 근거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평화로운 시대에도 계속해서 싸움을 벌이는 장소”라고 설명한다. 원형경기장은 평화로운 시대에도 군사의 정체 성을 가진 로마인들이 전쟁과 피를 갈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기독교인들을 모욕하거나 싫어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책을 살펴보면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순교가 필요했으며, 순교는 이들에게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 승리의 표시였다. 그리고 로마인 들은 정복의 역사와 자신들의 힘을 보여줄, 나와 싸워서 패배할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이다. 이러한 로마의 폭력성은 로마를 세우는 데 분명 필요한 성질이지만, 폭력이 이들의 ‘필요’였다는 점은 다시 들여다볼 만한 이들의 어두운 부분일 것이다.


이처럼 로마는 군인이라는 정체성 아래 찬란한 문명을 세워갔지만, 그 찬란함 뒤에는 잔인한 폭력성이 숨어있었다. 어느 한 사람도 완벽한 사람일 수 없듯이, 로마제국의 모습 또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존재한다. 로마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역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켈리의 시선처럼 복합적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은, 결국 사람과 공동체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시선을 기억하며 다른 사람도, 문화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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