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싫다.
더위를 많이 타는 탓에 여름은 미운 계절이었다. 모든 방학과 휴가가 점철된 성수기에도 홀로 비수기를 자처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5평 남짓의 방을 시원하게 가꾸는 것은 값싸고 손쉬운 작업이다. 그래서 대개 먼저 약속을 잡지 않고, 오는 약속도 내치는 날들이 늘어간다.
그럼에도 태양이 부지런하고, 우리 집이 동향인 탓에 비교적 일찍 떠지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녹녹한 손에는 거슬리는 것이 없다. 거스러미가 없다. 조금씩 습도가 올라오는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연한 살결이다. 그럼 이른 기상에 찌푸려졌던 얼굴도 흐물해진다.
거스러미 하나에 하루를 망친 적이 셀 수 없이 많다. 작은 것에 휘둘리는 감각은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다. 겨우내 핸드크림을 수시로 발라주더라도 환절기에 잠깐 방심하면 열 손가락에 번갈아 올라오는 거스러미는 꼭 손톱깎이 없이 외출한 날에 유독 성을 낸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만큼 작기 때문일까. 그만큼 모질게 대하며, ‘나 여기 있어요’하고 온 힘을 다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거스러미가 거슬린다니, 딱 거기까지다. 그러나 집에 도착하기 전에 이 녀석을 어떻게 해보겠다 오기라도 부리는 날에는 결국 피를 보고야 마는 것이다. 그럼, 유독 더 아픈 날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토록 사소한 것에 휘둘리는 자신이 더 보잘것없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름이 차츰 다가오면 손이, 마음이 뭉근해진다. 거스러미 하나에 노심초사하며 지내던 시기는 거짓말처럼 가시고, 그에게 틈을 내어주지 않을 만큼의 습기가 방안을 메운다.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날이 온다.
작년 여름을 지나고, 오늘 여름을 보내며, 내년 여름을 기다리는 마음은 한결같다. 이 비신사적인 여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러나 해마다 느끼는 것은 여름이 신사답지 않다고 해서,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불쾌함의 이유가 되었던 것이 내 힘으로 용을 써 피하고 싶었던 작은 하나를 해결해 주는 나이스함을 선사한다.
여름을 없는 셈 치던 나에게 ‘나 여기 있어요’하고 호소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