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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럭셔리 브랜드 R.LUX와 서울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아트 오브 럭셔리]는 변하지 않는 가치인 럭셔리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모양을 바꾸는지 제시한다. 럭셔리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향기,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는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공간은 총 4가지의 Luxury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처음은 material luxury이다. Luxury의 물질성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구성인데, 작품 자체가 작가의 개성이 되는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그래서 어떤 하나의 주제로 묶이는 작품보단 각 개성이 담긴 작품을 소개하며 독일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의 말을 실현한다.

 

["럭셔리는 지속적인 압박감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1_쿠사마 야요이, Pumpkin, 2010s, FRP (Fiberglass reinforced plastic), urethane paint, 270 x 270 x 270 cm.jpg

 

 

특히 쿠사마 야요미의 [pumpkin]은 쿠사마가 정신적인 불안과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박이 가득했던 창고에 숨어들어 안정을 찾았던 것에서 탄생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쿠사마의 시간 속에서 탄생한 작품인 것이며, 그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과거의 트라우마와 고통을 극복하였다.

 

쿠사마의 시간 속에서 큰 의미를 차지한 호박은 그 시간이 지날수록 더 고유한 가치를 갖게 되며 Luxury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서울미술관_아트 오브 럭셔리_전경_005.jpg

 

 

다음은 Inspiring Luxury이다.

 

이 공간에서는  R.LUX가 기획한 브랜드 존을 만날 수 있다. 특별히 각 브랜드의 시그니처 향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시작과 후각이 결합된 전시장을 경험할 수 있다. 시기별로 브랜드가 교체되니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후 공간에서는 spiritual luxury와 timeless luxury가 이어진다. 두 공간에서는 특별히 한국 현대 미술의 작품과 조선시대 백자를 모티브로 한 작품, 그리고 백자를 만날 수 있다.

 

 

서울미술관_아트 오브 럭셔리_전경_007.jpg

 

 

한국 현대 미술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등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우환의 [선으로부터]가 가장 인상깊었다.

 

이 작품은 캔버스에 파란색 선들을 위에서 아래로 계속 그으며 탄생한 작품이다. 선의 간격은 거의 비슷한데, 선의 또 다른 공통점은 아래로 갈수록 옅어지다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우환은 동양적인 정신을 작품의 담은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 또한 선을 통해 선 자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선을 긋는 반복적인 행위를 보여주어 동양적인 수행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는 반복적인 행위가 무위자연의 상태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보았고,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동양적 정신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동양적 정신은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요가와 명상이 점점 주목을 받으면서  사람들이 ‘수행’의 개념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수행을 통해 위로를 얻고 삶을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변하지 않는 정신적 가치, 즉 spiritual luxury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5_ 고영훈, 용이 놀다, 2006, 석고와 캔버스 위에 아크릴, 160 x 126 cm_고영훈, 달항아리-2015.1, 석고와 캔버스 위에 아크릴, 159 x 126 cm.jpg

 

 

마지막은 백자로 채워진 timeless luxury이다.

 

실제 백자들도 있었고, 백자를 재현한 작품들도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영훈의 작품이다.

 

고영훈은 한국 극사실주의 작가이다. 고영훈의 작품은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매우 사실적인 그림이다. 하지만 사진과 다르게 고영훈의 그림은 아무것도 없는 흰색 화면 속 도자기만 놓여져 있다. 이는 마치 도자기가 박제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그리고 실제로도 변하지 않는 도자기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작품은 timeless luxury라는 말과도 어울릴 뿐만 아니라, 백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여전히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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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떠나기 전, 조명 아래 빛나고 있는 백자 하나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우리는 luxury라는 말을 아주 납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luxury는 상류층이나 돈, 세속적인 물건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 오래된 시간 속에서 증명된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비싸다고 해서 luxury라는 이름을 함부로 붙일 수 없는 것이다.

 

개인의 시간 속에서 지난한 수행과 숙성을 마친 것들이 luxury라고 불릴 수 있다.

 

 

 

변선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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