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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내 삶에 새로운 것이 들어왔을 때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행동할까. 특히 첫사랑이 마음속에 찾아온다면 어떠할까. 영화 <귀를 기울이면>은 사랑의 시작이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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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소녀 ‘시즈쿠’는 매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다. 어느 날 빌린 책마다 도서 카드에 적힌 ‘아마사와 세이지’란 이름을 발견한다. 자신보다 먼저 이 책을 빌려 간 소년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 시즈쿠는 그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를 만나게 된다. 시즈쿠는 아버지의 도시락을 전해주러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한 골동품 가게를 방문한다. 바로 그곳에서 세이지를 만난다. 처음에 시즈쿠는 그가 세이지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미 학교에서 마주친 적이 있던 두 사람이지만 시즈쿠는 아직 그의 이름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 후 골동품 가게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며 부쩍 가까워진다. 그리고 세이지는 오래전부터 시즈쿠를 알고 남몰래 좋아했던 사실을 그녀에게 고백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사랑은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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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 사랑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커다란지 느낄 수 있다. 세이지를 좋아게 된 시즈쿠는 자신과 달리 이른 나이에 진로를 정한 그를 보며 움츠러든다. 세이지는 바이올리 장인이 되기 위해 원하는 학교가 있는 이탈리아로 가고 싶어 한다.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진취적인 성향의 세이지는 확고한 목표와 강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단순히 재미에서 끝내지 않고 재능으로 만들어 나간다. 그 결과가 어떠할지 미지수일지라도 일단 시작해 보는 도전 정신을 지녔다.


처음에는 그런 세이지의 모습이 시즈쿠를 스스로 비교하게 만들었다. 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와 달리 자신은 그렇지 못한 점이 못나 보였다. 그러다 문득 세이지가 한 말이 떠오른다. “나 정도는 수없이 많아.”, “일단 해 보지 않으면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고.” 자기 재능을 확인하러 가는 세이지의 결단이 시즈쿠를 일어서게 만든다. 그 애가 한다면 나도 해 본다는 마음으로, 시즈쿠는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간단한 거였어. 나도 하면 돼.”

 

시즈쿠는 세이지가 수습생으로 떠나있는 동안 열심히 소설을 쓴다. 그 과정에서 힘든 고비를 맞이하기도 한다. 소설에만 몰두한 나머지 학업에 신경을 쓰지 못하여 성적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언니와 말다툼을 하고 만다. 마음처럼 써지지 않는 글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하지만 시즈쿠의 마음은 굳건했다. 좋아하는 글쓰기가 재능으로 발휘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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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쿠는 골동품 가게에서 만난 주인 할아버지의 말씀을 새기며 글쓰기에 몰두한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크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걸 기대하면 안 되지.”

”너도 세이지도 이 돌 같은 상태지. 아직 연마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석.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악기를 만들거나 글을 쓰는 건 달라. 자기 속의 원석을 갈고 다듬어야 하지.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야.”


드디어 시즈쿠는 소설을 완성한다. 곧바로 할아버지께 달려가 자신의 소설을 보여드린다. 시즈쿠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쓰지 못한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할아버지의 칭찬을 부정한다. 그런 시즈쿠에게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거칠고 덜 다듬어진 게 세이지의 바이올린 같더구나. 시즈쿠의 원석을 보게 돼서 기뻤다. 수고했다, 넌 멋진 애야. 서두를 필요 없다. 천천히 다듬어 가렴.”


그리고 시즈쿠는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써 보고 알았어요. 의욕만으로는 안 돼요. 더 많이 공부해야 해요. 하지만 세이지가 앞질러 가니까 무리해서 쓰려고 했죠. 너무 두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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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만들어준다. 그 사람을 좋아하기에 지금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 시즈코가 소설을 쓴 이유도 그러했을 것이다. 열심히 행보하는 세이지를 보며 자신도 그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모습을 본받고 싶어서 한 행동들이 몰랐던 내 모습을 새로이 발견하게 해주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원석 중 빛나는 원석을 찾게 되었다.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던 것이 더 나은 내가 되어 성장하는 길을 닦아준 것이다.


그렇게 어리고 풋풋한 사랑의 시작은 꿈의 시작이 되었다.

 

 

 

컬쳐리스트 조은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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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생각을 나눈다는 건 꽤 근사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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