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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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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 처음 자취를 했을 적 나는 꽤나 요리를 자주 해 먹으면서 끼니를 잘 챙기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20대 중반에 인문대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고, 어느덧 시간이 더 흘러 지난 해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석사 학위 논문을 썼다. 일과시간이 끝나면 나는 이제 사무실에 홀로 남아 밤까지 논문을 쓰곤 했다. 두 가지 일을 다 해내기 위해서는 식사를 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논문을 위한 모든 절차가 끝날 때까지의 꽤나 긴 기간동안 거의 모든 식사를 사 먹곤 했다. 그렇게 긴 기간 동안을 스스로 밥을 해서 먹지 않고 사먹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졸업 시즌이 한참 지나서도 나는 내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후 나의 식사를 겨우 책임지던 것은 수없이 시켜먹던 배달 음식이었다. 배달 음식이 다 나쁜 건 아니지만, 점점 시켜먹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재료를 준비하고, 식사를 만들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하는 모든 행위들이 점차 귀찮고 버겁게만 느껴졌다. 요리를 하기 힘들어지는 것은 이내 요리를 해먹지 않고 끼니를 거르는 것으로까지 이어졌다. 나를 쓸모있는 존재로 작동하기 위해 거르거나 짧게 넘어갔던 식사는 점차 귀찮고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로부터 나타난 가장 처음의 변화는 체중의 변화였다. 음식을 직접 해먹지 않고 시켜먹을수록 삐쩍 말랐던 나는 점차 살이 찌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식습관의 변화는 단순히 살이 찌는 것 이상의 변화를 야기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때면 재료를 직접 사서 다듬고 어렵게 해서라도 기꺼이 요리를 해서 먹던 20대 초반의 나는 어느덧 그렇게 날 위한 식사를 차려먹는 것의 의미를 점차 망각하게 된 30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시간이 충분히 생겼으니 음식을 준비해서 먹자고 다짐을 하다가도 일말의 완벽주의가 마음에 올라와 그것이 번거로움과 귀찮음과 만날 때면, 쫄쫄 굶다가 생각이 나는 음식을 시키고는 급작스러운 배부름에 허탈함을 느꼈다. 이런 시간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허탈함과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던 와중, 문득 '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 생각이 들고 난 이후로 성에가 가득한 내 냉장고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먹지 못한 배달음식과 사놓은지도 모르고 방치되었던 식재료들도 치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냉장고를 바꾸고 나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각가지의 식재료를 주문했다. 그리고 그 재료들이 상하기 전 간단한 음식이라도 만들어 먹음으로써 소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만들다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조금은 내가 나를 위해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들었다. 살아가는 것에 급급하고 내 앞에 닥친 일들을 해치워 가는 것에 전념하다 보니, 나를 구성하게 해주는 식사에 대한 의미를 점차 내가 과소평가하면서 살아온 것 같았다.

 

닭가슴살 야채카레를 준비하고 먹었을 때, 내가 이제껏 배달음식의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 본연의 재료가 주는 그 풍미들에 무감각해졌구나 하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준비해서 먹으면 정작 마음이 편하고 내 몸에도 좋은 것을, 나는 왜 이제껏 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의 의미를 너무 어렵게 생각해왔던 나의 완벽주의 때문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 완벽주의는 내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지만, 이제껏 나를 여기까지 움직이게 해주었던 동력이기도 했다.

 

그건 그거고 글의 제목처럼 나를 위한 식사를 내가 기꺼이 차린다는 것의 의미란, 놓치고 망각하기 쉬운 가치들을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는 것과 같다고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 나 역시 잘 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글을 씀으로써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지만,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도 부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잊지 말고 잘 수행해나가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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