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과의 교감은 그 무엇도 감히 깨트릴 수 없는 특유의 신성한 감동을 선사한다"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는 말머리에 예술과의 교감을 통해 느낀 바를 풀어준다. 독자들에게 예술가를 둘러싼 환경, 생애, 사상을 분석하며 작품이 더 흥미로워졌던 경험을 들려준다. 이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거나, 작품에서 풍겨지는 아우라를 함께 공감한다거나, 예술가의 감정을 이해하는 등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 경험을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먼저, 예술가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가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야하고, 어떤 배경에서 이 작품을 탄생시켰는지에 대해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작가는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한다. 작품보다 삶에 초점을 맞춰 한명 한명의 삶의 내막을 읽어준다.
그렇게 조명한 예술가들의 인생. 작품의 뒤편에 가려져 있었던 그들의 삶을 따라가 본다. 빈센트 반 고흐,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등 유명한 작가들의 잘 알고 있는 삶부터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니콜라 드 스탈, 레이먼드 메이슨, 키타이 등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의 삶 속에도 들어가 본다.
nature-morte, 1955, Nicolas de Staël
작품의 ‘색’을 충분하게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니콜라 드 스탈.
그의 작품에 대한 감동을 더욱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의 삶을 따라 가보는 것이다. 과감한 붓 터치와 선명한 색감은 그가 예술을 통해 삶을 변화시켜보려 했던 노력이 투영된 것이다.
어릴 적 겪은 극심한 가난을 짜릿한 성공으로 바꾸고자 애썼던 마음,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고 여겨 본인의 스타일을 찾고자 끊임없는 수련을 이어갔던 그의 집념,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을 때의 상실감을 풀어보고자 했던 마음. 야간 축구장의 조명 속에서 형상과 색채가 충돌하는 것에 감명을 받아 실존 하는 것을 묘사하던 시기.
니콜라 드 스탈의 인생을 읽으며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초창기부터 마지막까지 작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며 몰입을 높인다. 왜 그때 그런 작품을 그렸는지,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작품의 표현이 바뀌었는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것보다 더 깊은 애정을 토대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삶과 예술은 불가분 관계임을, 예술을 해석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담론임을 깨닫는다.
이 밖에도 호안미로, 앙리미쇼, 베이컨 등 27명의 예술가들의 삶을 쫓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서 작품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나’를 반추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끌리는 작품과 끌리지 않는 작품은 ‘나’를 닮아있다. 나의 취향에 가까운 작품에 애정이 가고, 나의 지식과 배경을 기반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은 더욱 기억에 남는다. 작품을 읽는 과정은 자기 성찰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
나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삶과 예술이 서로 미묘하게 작용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나의 초상이다. 내가 해석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 느끼는 것을 기반으로 해석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예술을 감상하는 행위는 인문학적인 행위다. 인간의 삶과 철학을 이해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총체적인 과정은 가장 깊고 내밀하게 ‘사람’을 읽는 시간이다.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을 읽는 모두가, 예술가의 인생을 읽으며 나의 인생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