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가사의 문학성을 중시할 것이고, 누군가는 멜로디의 독특함을 중시할 것이다. 아니면 그 외 다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 나에게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확실히 멜로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가사가 별로여도 멜로디만 좋으면 된다기보단 음악을 들으며 가사를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라고 해야 할까. 수백 번 들은 노래여도 가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가사보다 멜로디에 끌려 좋아하게 된 음악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Justice - Stress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언급해 알게 된 노래.
자주 듣는 노래가 아님에도 가끔씩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혼란스럽고 불안한 감정을 음악의 형태를 빌려 구현한 듯한 노래로, 제목에 걸맞게 듣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기도,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기도 한 음악이다.
혼잡스러움 속에서도 중심 멜로디가 있고 다른 요소들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강이채 - Koi's Kingdom
‘백제 고이왕 시대를 그린 곡’이라는 앨범 소개와 앨범 아트 때문인지, 듣다 보면 저절로 사극의 한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 노래다.
황야를 말 한 마리와 외롭게 지나고 있는 것 같기도, 사람들로 번잡한 시장을 거닐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풍성한 현악기의 선율이 살아본 적 없는 시대를 추억하게 한다.
Babymetal - Gimme Chocolate!!
처음 이 노래를 듣고 받았던 충격이 생생하다. 강렬한 락/메탈 사운드, 그와 정반대인 가사, 그리고 멜로디와 장난스러운 가사가 가져다주는 중독성까지. 이게 뭐야! 하면서도 노래가 머릿속에 맴돌았고, 바로 베이비메탈의 다른 곡도 찾아듣게 되었다.
만약 이 노래가 취향에 맞았다면 베이비메탈의 KARATE도 추천한다.
James Blake - Asking To Break
처음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웅얼거리는 듯한 느낌 때문에 가사가 명확히 존재하지 않는 노래인 줄 알았다. 듣다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여전히 가사보다는 멜로디가 주는 느낌이 훨씬 큰 음악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노래가 가진 특유의 몽환적이면서 잔잔한 느낌을 좋아한다.
한낮에도 새벽의 고요함을 선사해 주는 노래.
康士坦的變化球 (KST)-美好的事可不可以發生在我身上 (Lucky As You)
영어로 된 가사는 듣다 보면 단어 한두 개라도 이해할 수 있는 반면, 그 외 다른 언어로 쓰인 노래는 해석을 따로 찾아보지 않는 이상 가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 노래도 그런 노래 중 하나이다. KST는 대만의 록밴드로,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무대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좋았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여전히 가사는 고사하고 밴드 이름도, 노래 제목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밴드다.
이 밴드의 다른 노래들도 멜로디에 집중하게 되는 노래들이지만, Lucky As You는 그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잔잔하게 시작하는 도입부와 점차 고조되는 구성, 마침내 터지는 순간의 카타르시스까지.
매력적인 멜로디와 이해할 수 없기에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들리는 듯한 가사가 합쳐져서 매력을 자아낸다.
가사가 없는 노래 혹은 이해하지 못하는 노래는 오히려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게 도와주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멜로디 자체가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 같고, 알아듣지 못하는 가사를 들으면서도 감동을 받는다.
멜로디를 1순위로 두는 나와 반대로 가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이번만은 잠시 가사를 잊고 선율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