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팝(Dream pop)'은 1980년대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장르로 ‘얼터너티브 록’과 ‘네오 사이키델리아’의 영향을 받았다.
이 장르의 특징적인 것은 음향의 질감과 분위기인데, 리버브와 딜레이로 흐릿하게 처리된 기타와 보컬은 감정의 결을 부드럽게 자극하고, 느리게 부유하는 듯한 멜로디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국 볼티모어 출신의 '빅토리아 르그랑'과 '알렉스 스칼리'가 2004년에 결성한 듀오 그룹 ‘Beach House’는 나에게 드립 팝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리버브가 가득한 신시사이저, 반복적이고 느릿한 리듬, 그리고 르그랑의 묵직하고 중성적인 보컬은 마치 안개 속 풍경을 생각나게 한다.
2006년 데뷔 앨범 < Beach House >를 시작으로 < Teen Dream >, < Bloom >, < Depression Cherry >, < 7 >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매번 조금씩 다른 색조의 몽상을 들려주었는데, 그중 2012년에 발매한 < Bloom >은 그들의 음악적 실험과 시적인 감수성을 집약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이 앨범에서 드림 팝의 본질을 밀도 있게 구현하면서도 특유의 섬세한 가사로 감정의 결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낸다. 앨범의 제목처럼, 수록된 음악들은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 고요히 가라앉은 감정을 서서히 피어오르게 한다.
Myth- Beach House
앨범의 첫곡 < Myth >는 무엇이 허상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묻는다.
르그랑의 보컬은 무게감과 공허함 사이를 오가고 신시사이저와 기타는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다. 그 반복은 생각의 굴레 혹은 떠나지 않는 기억처럼 파고들어 정체성과 시간, 허상과 진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인생, 기억, 감정 같은 것들이 형태는 존재하나 그것을 붙잡거나 고정할 수 없다는 깨달음. 사랑이나 정체성조차도 뚜렷해 보이지만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것이라는 테마가 곡에 응축되어 있다.
어떤 감정이나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려 하지만 애초에 그것이 무엇에 대한 해답이었는지 생각하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싶어하던 욕망에서 해방된다. 허상과 의미에 대한 강박, 그러한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이 곡은 굉장히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Beach House의 음악이 마음에 든다면, 1990년대 드림 팝과 사이키델릭 록을 대표하는 밴드 ‘Mazzy Star’의 음악도 들어봐야 한다. 호프 샌도발의 신비하고 멜랑콜리한 보컬과 느리고 공간감있는 사운드는 서늘하면서도 정지된 시간에 대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1996년 발매된 세 번째 앨범 < Among My Swan >은 이들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고요하고 내성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전체적으로는 드림 팝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과 포크적인 단순함이 조화되며 이전 앨범들보다 더 느리면서 정제된 감정의 흐름이 강조되었다.
Flowers In December- Mazzy Star
앨범의 대표곡 < Flowers In December >는 겨울에 피는 꽃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의미는 명확하지 않지만, 겨울 속에 피어난 꽃이 주는 인상은 Mazzy Star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고요한 감각과 맞닿아 있다.
이 곡은 감정을 격하게 토해내지 않고 목소리는 오히려 속삭임에 가깝다. 하지만 이렇게 차분한 톤이야말로 Mazzy Star 음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조용한 목소리로 고백하는 것은 따듯함을 원하는 마음이 아니라,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어떤 존재에 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