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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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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Youtube 디바마을 퀸가비 Ep.35

 

 

최근 숏폼을 뜨겁게 달군 ‘힙레’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힙레’는 Youtube ‘퀸가비’ 채널에서 탄생한 춤의 이름인데,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힙합과 발레가 합쳐진 합성어다. 익살스럽게 탄생했지만, 생각보다 박력 넘치는 안무가 오래도록 뇌리에 꽂혀 잔상을 남긴다.

 

이 ‘힙레’를 더 뜨겁게 퍼트린 노래가 있는데, 바로 NCT 마크의 ‘1999’다. 발레 하면 바로 떠오르는 클래식에 이 힙레를 췄을 때보다 마크의 신곡인 ‘1999’에 ‘힙레’를 접목했을 때 그야말로 완벽한 챌린지가 만들어졌기 때문인데, 하여튼간 이 작은 씨앗이 인터넷망 곳곳에 퍼져 초등학생부터 발레 전공자까지 이 힙레 챌린지를 올렸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숏폼 유명 노래가 된 이 노래. 그러나 이대로 ‘힙레’ 노래라고만 알려지기에는 쌓아온 정성과 노력이 굉장히 아쉽다. 이 ‘1999’의 매력은 힙레가 잘 어울린다는 것 말고도 한참 남아있기 때문이다. 챌린지에 가려진 가사와 이야기에 집중하는 순간, 알지 못했던 새로움이 온 신경을 덮친다. 그 매력을 지금부터 알아 가보자.

 

 

 


마크의 첫 번째 솔로 앨범 ‘The Firstfruit’의 타이틀곡 ‘1999’. 어쩌다 보니 수많은 1999년생의 ‘주제곡’이 탄생했다. ‘1999’는 한국으로 건너와 NCT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글로벌 아이돌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진 지금, 그 모든 과정을 회고하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전적인 앨범의 타이틀이다. 그 시작을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돌아본 곳에는 자기 자신이 탄생한 순간이 있을 터였다. 새로운 자신감이 발끝부터 차오르는 지금, 첫 숨을 쉰 그 순간에 대한 감회는 얼마나 새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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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기를 살펴보면 마크는 강력하게 이 곡을 타이틀로 밀어왔다. 자기 자신을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였기에 앨범명으로도 이 숫자를 고려하기도 했다. 더불어 곡이 가진 테마도 그렇지만, 곡의 임팩트도 가장 컸다. 그 임팩트는 인트로부터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고점에서부터 하락하며 거대한 문을 열듯 순식간에 긴장감을 끌어 올리면, 그 뒤로 허점을 공략하듯 흘러나오는 펑키한 리듬이 맥을 탁 풀리게 만든다. 이는 전혀 ‘NCT’스럽지 않다. 지극히 ‘Mark Lee’적이다. 단번에 분위기는 경쾌해지고, 우리가 익히 들어 알던 가사가 흘러나온다.

   

 

1999, 다시 느껴 난 (What)

Today I feel so new, feels like '99

(World, listen to me)

'99, yeah, '99

'99, yeah, '99 (What)

'99, yeah, '99 yeah

1-9-9-9

 

 

어떻게 보면 1999년도에 태어난 것이 행운이라고 볼 수 있는 파트다. 1998도 아니고, 2000도 아닌 딱 1999. 보통 어떤 말을 뱉을 때 사람들은 ‘어감’이라는 것을 신경 쓰게 되는데, 1999에는 반복이 주는 안정성이라는 게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가사 속에서 라임이 되어 훅으로 발전한다.

 

덕분에 강한 파열음이나 탁음 없이 물 흐르듯 흐르는 훅은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쉽도록 연결되었다. 멜로디도 어렵지 않고 단순해 챌린지용으로 제격이다. 다만 마크하면 떠오르는 선명하고 쨍한 톤이 아니라 가벼운 가성으로 전개되는 것이 새로운 포인트다. 어떤 무드인지 종잡기 힘들어질 때쯤, 우리가 알던 익숙한 랩 톤이 치고 나온다.

   

 

10년째 키운 내 Dream

소박할 리 없지

Got a call

From my Maker

Told me wake up, I said okay

오늘 저 태양

젊어 보여 I feel reborn

Used to think but now I know baby

1-9-9-9

 

   

그렇게 풍부한 악기 사운드와 어우러지는 랩을 감상하다 보면 발밑이 둥둥 뜨는 듯 느껴질 정도로 자신감이 차오른다. 세기말에 태어나 스스로 한 세기를 사로잡겠다는 이 포부, ‘1999’는 바로 그 마크의 강렬한 자신감을 선보이는 곡이다. 마치 똘똘 뭉친 열기 덩어리 같다. 가사도 내리쬐는 햇빛 아래에서 자라나는 미래를 한껏 그려내고 있다. 과거를 회고하고 있지만 끝없이 상승 기류를 타는 노래, 다시 태어남은 하락이 아니라 또 다른 성장의 시작이다.

 

그렇다 보니 3분 내내 넘쳐나는 에너지가 모든 우울과 무기력을 다 씻어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만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씻겨나가는 느낌이라기보다는 그 모든 액운과 불안들이 서서히 그늘에 스며드는 햇빛으로 인해 장렬하게 타오르는 듯한 느낌에 가깝다. 압도적인 자아, 무조건적인 희망보다는 무한한 가능성에 중점을 두어서 그럴까. 이 노래 속에서 마크는 실패든 성공이든 다 부딪힐 준비가 끝나 보인다.

   

 

Light it up, hoo

해가 떠 방 안에 (huh!)

This is a revolution (huh!)

I'll leave the 99 (huh!)

Just to get the 1 baby

세기 마지막에

태어난 애

이 시대에 마지막이 될게

Only one more question remains

 

 

경쾌한 리듬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브릿지까지는 순식간이다. 그리고 브릿지에서 다시 등장하는 오케스트라는 느슨했던 토론토 바이브에 다시금 긴장감을 더하며 곡에 스토리를 만든다. 마치 높게 점프하기 전 웅크려 앉아 추진력을 모으듯이 천천히 게이지를 올리는 음률이다.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한 뒤에는 당연히 펑, 하고 클라이맥스가 터질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흔한 K-POP 클리셰가 전개될 타이밍에 고조되는 오케스트라를 받아 치는 건 본투비 토론토 보이의 여유를 엿볼 수 있는 가벼운 웃음과 휘파람이다. 우직하면서도 유연한 마크는 언제나처럼 예상을 벗어난다.

 

이렇게 끝이 날까, 의외라고 생각하며 끝을 맺기에는 또 아쉬운 게 사실이다. 그런 마음을 다 예상했다는 듯이 이 노래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몰아친다. 휘파람을 불며 숨을 고르고 웅크린 자세에서 걷듯이 일어난 마크는 잠깐 어슬렁거리다가 본격적으로 뜀박질을 시작한다. 세상에다 ‘mark it’ 하겠다는 포부를 실천하러 지구 위를 뛰어간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여정의 시작이라고 소리치는 것과 다름없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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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으로 정말 ‘마크스럽다’고나 할까. 이전 발표곡인 ‘200’이나 ‘Child’가 마크의 여러 면 중 한 면, 한 면을 따다 붙인 것 같이 느껴졌다면 ‘1999’는 마크를 그대로 녹여낸 듯이 자연스럽다. 자신의 탄생 연도부터 이름까지 모든 것을 이용해 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크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운명적이라는 느낌 또한 떼어 놓기 어렵다. 하필이면 이름이 ‘Mark’고 하필이면 태어난 연도가 ‘1999’일게 뭔가. 1999는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지기에 그 무엇보다도 적절한 숫자다. 1999년도 당시를 살아보지 않아 시대상이 정확히 어떠했는지는 묘사하기 어려우나, 온갖 음모론과 희망이 뒤섞여 들끓었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새천년을 맞기 직전의 세기말, 다행히 그 뒤의 결말은 운석 충돌이나 세계 멸망이 아니라 일상의 연속이었고 21세기의 시작이었다. 그 시대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낸 사람들은 얼마나 큰 희망을 바랐을까. 마크 또한 그만한 희망을 품고 태어난 셈이다.

 

만약 이 ‘1999’를 듣고 마크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번 앨범 ‘The Firstfruit’를 1번 트랙부터 다시 찬찬히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앨범은 마크가 거쳐온 도시인 토론토-뉴욕-밴쿠버-서울의 4 챕터, 총 13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자서전과도 같은 구조라 챕터별로 변모하는 분위기와 스토리를 느껴가는 재미도 있다. 모든 트랙이 마크가 걸어온 발자국들로 꽉꽉 들어차 있다.

 

그렇게 가다듬고, 또 가다듬어 세상에 내놓은 첫 열매. 소중한 이들에게 바치는 헌정이자 세상을 향해 던지는 출사표. 일생일대에 단 한 번 있는 이 기회에서 자기 자신을 당차게 내어놓기까지 마크는 수도 없이 다양한 길을 걸어왔다. 그럼에도 아직 마크는 보여줄 게 한참이나 남아있다는 듯이 웃음을 짓는다. ‘Mark’로서 내딛는 첫 발걸음, 새로운 팝스타의 출발점에서 같은 출생연도를 기념하며 그 앞길을 축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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