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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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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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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단어가 어느덧 진부해진 세상이다. 꿈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걸 잘 알아서 일찌감치 없는 척하거나 꿈꾸는 사람을 비웃는 세상에서 쇼뮤지컬 <드림하이>는 그래도 다시 한번 꿈을 이야기한다. 2011년 고등학생이던 드림하이 멤버들은 20대가 되었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삼동은 꿈을 이뤘어도 여전히 불안하고, 진국은 처음의 꿈을 계속 좇아야 할지 고민한다. 꿈으로 괴롭기는 어른도 마찬가지라서, 교사인 오혁은 아이들의 꿈을 지키려 하지만 자꾸만 현실에 부딪히고 교장의 꿈은 욕심에 흔들린다. <드림하이>는 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인다. 주로 넘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보통 뮤지컬과는 사뭇 다른 구성이다.

 

<드림하이>가 제작자인 김은하 대표의 꿈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더 깊어진다. 댄스학원의 데스크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학원을 이끄는 원장이 된 그는 2021년 댄서들과 함께한 <희노애락 콘서트>를 시작으로 제작자로서도 걸음을 내딛고 있다. 새로운 도전인 <드림하이>에는 댄서들이 좀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무대에 설 수 있기를 바랐던 김은하 대표의 마음이 담겨 있다. 지난 9일 김은하 대표를 만나 애정 어린 <드림하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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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도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모래시계>나 <또! 오해영>처럼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 많아요. <드림하이>도 그중 하나인데요. 왜 많은 작품 중 <드림하이>였는지 궁금해요.


댄스학원 원장으로 오랫동안 이 업계를 지켜봤는데, 댄서들의 공연이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쉬울 때가 많았어요. 결과물을 스토리로 엮어서 더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죠. 또 학원에 있다 보니 학생들이 나오는 이야기, 그들이 성장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제 관심사의 접점을 발견한 작품이 <드림하이>였어요. 그 후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과 기회를 만나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쇼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이었어요. 왜 쇼뮤지컬인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쇼를 좋아했어요.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쇼잖아요. 진지하고 복잡한 작품도 매력이 있지만 제가 잘 다룰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뮤지컬 형식이면서 퍼포먼스의 비중이 큰 작품이 되었고, 쇼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습니다.

 

 

그럼 <드림하이>의 춤은 일반적인 뮤지컬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가요?


보통 뮤지컬에서는 넘버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춤은 넘버를 더 풍성하게 만들거나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경우가 많은데, <드림하이>에서는 춤이 이야기 전개에 큰 역할을 해요. 춤의 비중이 60퍼센트 이상일 정도죠. 대사나 가사 없이 퍼포먼스만 봐도 이것이 2025년의 기린예고구나, 지금 이 인물의 기분과 생각은 이렇구나 파악할 수 있도록 최영준 안무가와 함께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퍼포먼스도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드림하이>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몇 개를 소개해 주세요.


‘댄스의 역사 퍼포먼스’, ‘오혁 찾기 퍼포먼스’를 꼽고 싶어요. ‘댄스의 역사 퍼포먼스’는 보통 케이팝으로 뭉뚱그려 이야기되는 댄스 장르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전하고 싶었던 제 의지가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힙합이 뭔지, 팝핀이 뭔지 하나씩 재미있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오혁 찾기 퍼포먼스’는 기린예고 교사 오혁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 알려지며 시작되는 퍼포먼스인데요, 여기저기 배회하는 오혁과 그를 찾아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을 쓸쓸한 도시를 배경으로 표현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계속 선생님을 할 수 있을까 오혁이 심리적으로 갈등하는 가운데 다양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도시가 된 무대를 빙빙 돌죠. 어른의 고민과 방황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만드는 일이 큰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일을 하려니 두렵기도 했어요. 댄서들이 더 주목받고 지속적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그 취지에 공감해준 댄서들 덕분에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댄스학원을 운영하며 댄서들과 쌓은 신뢰와 유대감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래서 100명이 넘는 댄서들과 함께 사고나 큰 갈등 없이 공연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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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동을 캐스팅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단순히 춤을 잘 추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보다

왜, 어떻게 스타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그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맡기를 바랐거든요."

 

 

재연으로 돌아온 이번 공연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초연 때는 제작자로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기에 일단 관객이 볼 수 있는 댄스 작품을 하나 완성해 올리자는 마음이었어요. 이번에 재연을 준비하면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전문가와 협업했죠. 쇼 연출을 극대화하고, 대사도 세련되게 다듬고 서사도 보완했어요.

 

 

또 재연에서 눈에 띄는 건 박경림 씨의 합류예요. 아트디렉터로 계시면서 교장 역으로 무대에도 직접 서시죠.


믿기지가 않는 인연이에요. 초연 때 제작설명회 사회를 봐주신 걸로 연이 닿았는데, 이후 공연도 여러 차례 보러 와주시고 저와 대화도 자주 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드림하이>를 만든 취지에 많이 공감해 주셨죠. 이번에도 이 작품으로 더 많은 사람이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도와주셨다고 생각해요. 다른 방송에 나가서도 <드림하이>와 제 이야기를 자주 해 주셔서 늘 감사하죠. 제게는 은인이자 귀인입니다.

 

 

여러 사람이 도운 덕인지 이번 재연은 일본에서도 개막하며 화제를 모았어요.


초연 때 일본의 연예기획사 LDH에서 공연을 보러 왔다가 명함을 주고 가신 걸 계기로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회사가 추구하는 바와 저희 <드림하이>의 성격이 잘 맞아서 이야기가 잘 되었습니다. 준비하는 동안 일본 댄서분들이 한국에 와서 춤을 배워 가시기도 했죠. 일본 쪽에서 삼동 캐스팅이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저희 쪽 삼동이들이 일본 무대에도 서게 되었고요.

 

 

삼동이 은근히 어려운 캐릭터여서 그랬던 걸까요.


저희도 삼동을 캐스팅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단순히 춤을 잘 추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보다 왜, 어떻게 스타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그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맡기를 바랐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마이클 잭슨 같은 이미지를 상상했어요.


극중 삼동이는 내적 갈등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겉으로 극적인 일을 경험하지는 않기에 내면에 자기만의 드라마를 갖고 있는 게 중요했습니다. 폭발적인 감정보다 여러 가지 모순된 상황을 표현할 수 있어야 했죠. 대외적으로는 꿈을 다 이룬 것으로 보이지만 스스로는 여전히 헤매는 상태고, 많은 걸 얻은 만큼 잃은 것도 많은 인물이 삼동이거든요.

 

 

공연은 그런 삼동이 오혁의 부름을 받고 다시 기린예고에 기간제 교사로 수업을 나가며 시작되죠. <드림하이>가 해석한 요즘 기린예고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제가 떠올렸던 건 심리적으로 혼란스럽지만 그걸 표현할 줄 모르고 간섭받는 것도 싫어하는 아이들이었어요. 달라진 기린예고를 ‘의자 퍼포먼스’에서 표현하려 했는데, 영준 안무가에게 무언가 뜨거운 것을 품고 있지만 터뜨리지는 못하는 상태가 드러나면 좋겠다고 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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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로서도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주고 싶습니다.

인생에는 보이지 않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고, 꿈을 이뤄가는 사람도 있다고요.”

 

 

기린예고의 변화에는 실제 학원 원장으로 오래 계셨던 대표님의 경험이 반영된 건가요?


맞아요. 예전에는 큰 꿈을 품고 무엇이든 도전해보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요즘 친구들은 재능도 기회도 많은데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비웃음을 살까 봐 꿈 이야기를 잘 하지도 않죠. 무대에서 망칠 수도 있고,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하는 데까지 해보면 좋겠는데, 두려움이 너무 큰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왜 그런 변화가 생긴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은 정보가 손 닿는 곳에 있어서인지 해보지 않고도 다 안다고 생각하고 간절히 바라는 법도 배우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댄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춤만 잘 따라 추는 게 아니라 가끔은 모든 걸 멈추고 생각만 해보기도 하고, 정말 뼈저리게 후회도 해보고, 내가 정말 만나고 싶었던 우상을 무작정 찾아도 가보고... 이런 여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이런 경험을 하며 마음의 근육이 생길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춤을 잘 추는 친구들은 많은데 간절히 추는 친구들은 별로 없고, ‘슈퍼 댄서’도 잘 나오지 않아요. 교육 쪽 일을 내려놓게 된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어요. 제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고, 아이들에게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드림하이>가 춤추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자극을 주거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작품을 보고 나도 저런 무대에 서고 싶다거나, 저런 안무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교육자로서의 관점이 드러나는 답변이었는데, 오랫동안 댄서들을 봐온 대표님이 춤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도 직접 춤을 추는 사람은 아니라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무엇을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만의 갈망과 감성, 예술가로서의 고민이 춤에 녹아들어 있으면서 그것이 또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인 안무를 만날 때면 안무가님들에게 경외심이 들 정도죠. 물론 거기까지 가지 못해도 치열한 고민이 움직임에 드러날 때, 찰나라도 어떤 몸짓 안에서 타인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느껴진다면 좋은 춤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림하이>는 각자의 꿈에 관한 이야기인데, 대표님도 앞으로 기획자로서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과감한 사랑, 그리고 인간 내면의 천국과 지옥을 춤으로 표현하는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비롯해 여러 작품의 IP를 갖고 있는데, 신선한 작품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또 어떤 작품을 하든 꿈에 관해서는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요. 제가 굉장히 힘든 10대를 보내고 가장으로 돈을 벌어야 해서 댄스학원 데스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거든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프로듀서로서도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주고 싶습니다. 인생에는 보이지 않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고, 꿈을 이뤄가는 사람도 있다고요.

 

 

마지막으로 <드림하이> 관객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최근 댄스 프로그램으로 예전보다는 많은 댄서가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댄스가 중심이 되는 공연에는 관심이 덜 모이는 것 같아요. <드림하이>는 그 벽을 깨기 위해 수많은 전문 인력이 고민해서 만든 작품이니 애정을 갖고 편견 없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많이 재밌게 봐주시고, 저희가 더 성장할 수 있는 피드백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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