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의 세계
나는 길을 걷다가 곧잘 멈추는 사람이다. 우연히 어떤 장면에 사로잡혔을 때, 그 장면이 흔치 않은 순간이라고 느껴질 때, 붙잡아야 할 아름다움이라는 직감이 들 때 그렇다.
그런 나에게 필름 카메라는 아주 매력적인 도구다. 찰나의 풍경을 세밀하기 포착하기에는 고속 연속 촬영이 가능한 휴대폰보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신중하게 셔터를 눌러야 하는 필름 카메라가 더 적합하다.
필름 카메라의 매력은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은 후 현상을 맡기러 가는 일련의 과정 속에도 있다. 촬영을 끝낸 후 필름을 감고, 현상소의 위치를 찾아 방문하고, 작업이 완료되길 기다리는 시간의 잔잔한 설렘. 신속하게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 텀을 두고 알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마주한 결과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 역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일의 묘미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결과물의 빛깔, 온도, 분위기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품게 되는 순수한 기대감이 좋다.
필름 카메라의 세계에 필연은 없다. 우연만 존재할 뿐이다. 나의 의도와 다르게 찍힌 무수한 사진 속에서 만나게 되는 예상치 못했던 장면들. 그건 어쩌면 실패보다 우발성의 아름다움에 가까울 것이다. 간혹 그렇게 촬영된 이미지들이 내가 포착하려 했던 순간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더 잘 담고 있기도 하니까.
내가 필름 카메라로 포착한 순간들
<하루카 열차 안에서>
<초여름 자판기>
<료안지 : 돌 정원 가는 길>
<파동>
<돌멍 타임>
<빛과 그늘>
<연못>
<앵무>
<빵과 커피와 사람들>
<어촌 마을, 이네>
<비에 젖은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