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뮤지컬 <드림하이>가 4월 5일부터 6월 1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재연을 맞은 이번 공연은 2023년 초연 이후 대사를 다듬고 서사를 보완해 더욱 높은 완성도로 돌아왔다. 특히 이번 공연은 4월 11일 일본에서도 개막하며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드림하이> 원작에 추억을 갖고 있는 관객에게는 오랜만에 기억을 되살려보는 시간이, 원작을 잘 모르는 관객에게는 다양한 춤과 뮤지컬을 함께 만나보는 새로운 공연 경험이 될 것이다.
새 옷을 입고 돌아온 <드림하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송삼동, 성악을 전공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뜻하지 않던 길을 걷게 된 혜미, 꿈 때문에 아버지와 갈등하는 진국... 기린예고를 배경으로 개성 강한 인물들의 성장담을 그린 드라마 <드림하이>는 2011년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수지, 옥택연, 우영 등 대표적인 2세대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캐스팅은 드라마 방영 전부터 화제였고, '드림하이', 'Dreaming'처럼 드라마의 중요한 장면마다 흘러나온 OST는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드라마는 마지막화에서 시간이 흘러 한국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K(삼동),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종영했다.
그 후 벌써 15년이 지났지만 그때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드림하이'라는 제목만 듣고도 느껴지는 향수와 풋풋한 설렘이 있을 것이다. 케이팝이 지금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도 전이었기에 드라마 속 인물들의 꿈은 더 간절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추억 속에 잠들어 있던 <드림하이>가 2023년 새로운 옷을 입고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뮤지컬은 드라마로부터 10년이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을 줄이고 서사를 압축해 약 2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꿈'이라는 소재에 집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뮤지컬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글로벌 스타가 된 삼동과 진국, 기린예고 교사가 된 백희, 댄스학원을 운영하는 제이슨이다. 드라마에서도 늘 아이들을 도와주고 친구처럼 함께하던 교사 강오혁이 세상에 치여 살아가는 이들을 다시 한번 기린예고로 불러 모은다. 어른이 된 드림하이 멤버들이 다시 찾은 기린예고는 옛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많은 것이 변해 낯설어지기도 했다. 이곳에서 무엇을 다시 배울 수 있을까? 뮤지컬은 이들이 곧 있을 1학년 쇼케이스를 담당하게 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춤을 전면에 내세운 쇼뮤지컬
일반적인 뮤지컬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이 넘버라면, 뮤지컬 <드림하이>의 주안점은 춤에 있다. '쇼' 뮤지컬을 표방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독특한 작품을 위해 오랫동안 댄서들과 함께하며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아트원컴퍼니 김은하 대표가 제작자로 나섰다. 여기에 <프로듀스> 시리즈와 그룹 세븐틴의 안무를 담당한 적 있는 최영준 안무가가 합류했다. 그 결과 수십 명의 댄서가 앙상블의 역할을 하며 힙합, 락킹, 팝핀 등 다양한 춤을 선보이는 작품이 되었다. 엄숙하기보다 춤에 따라 관객도 리듬을 타고 힘껏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최영준 안무가는 몸짓과 움직임으로 인물들의 감정과 이야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안무를 만들었다. 보통은 주연 배우가 중요한 넘버를 부르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지만 <드림하이>에서는 춤이 중요한 장면을 구성하는 이유다. 그 결과 주연만이 아니라 댄서 한 명 한 명에게 눈길이 가는 공연이 되었다. 특히 기린예고의 풍경을 보여주는 의자 군무 장면이나 춤의 역사를 알려주는 수업 장면에서 댄서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들의 움직임에 집중해서 관람한다면 색다른 공연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인물인 삼동과 진국이 케이팝 스타라는 설정이고 뮤지컬에서 춤이 중심이 되는 만큼 아이돌그룹 출신이 배역을 맡은 것도 눈에 띈다. 특히 삼동은 피나는 노력 끝에 대중가수로서 최정상에 올랐지만 중요한 무대에서 고질병인 이명으로 실수를 하고 슬럼프를 겪는 인물이다. 삼동 역을 맡은 세븐, 김동준, 영재, 진진 모두 오랫동안 무대에 서며 그 고충을 아는 이들로, 삼동의 심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이들의 활약은 새로운 관객의 유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각자의 꿈과 함께, Keep Dancing!
<드림하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꿈'일 것이다. 제목부터 '드림'하이인 데다가 꿈을 이루기 위한 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한창 꿈 많은 10대들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였다면, 뮤지컬은 어느새 어른이 된 이들에게 꿈의 의미를 묻는 이야기다. 드라마 종영부터 뮤지컬 개막까지 그 사이에 있는 12년은 이 작품을 보고 자란 이들도, 작품 속 인물들도 꿈이 단순히 '이루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깨닫기 충분한 시간이다. 시간이 흐르며 꿈은 짐이 되기도 하고, 예전에 그렇게 간절했던 것이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학생시절을 벗어나도 여전히 꿈은 우리 삶의 화두라는 것이다.
우리가 꿈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처럼, 뮤지컬 <드림하이> 속 인물들이 꿈을 대하는 태도도 제각각이다. 대외적으로는 꿈을 이뤘다고 여겨지지만 스스로는 여전히 불안한 삼동, 아이들의 꿈을 돕는 것을 자기의 꿈으로 생각하는 오혁, 꿈과 욕심 사이에서 헷갈려하는 교장... 모두가 각자 마음 속 꿈 때문에 괴로워하고 또 행복을 느낀다. 그래도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은 "킵 댄싱(Keep Dancing)"을 되뇐다. 흔들리는 와중에도 자기 속도에 맞게 방향을 잡아 간다. 이들의 모습은 꿈 이야기를 일부러 하기가 멋쩍은 관객에게 계속해서 꿈에 대해 말해보라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드림하이>가 방영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여러 모로 풍족하고 화려해졌다. 노래가 아닌 것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고 폄하받던 아이돌그룹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한다. 다소 허무맹랑해 보이던, K가 한국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다는 드라마의 결말도 어느덧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세상에서 오히려 꿈이라는 단어는 빛을 잃어가고, 촌스러워져 간다. 특정 업계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런 때야말로 조금은 뻔한 질문을 던져볼 시기가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꿈은 무엇인가." 뮤지컬 <드림하이>는 이 질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