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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안녕? 네가 재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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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음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밴드부 활동도 했으며, 이어폰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틈만 나면 음악을 들으며 살아왔다.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뉴에이지, 팝, CCM, 힙합,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고, 골고루 듣기 위해 노력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재즈'라는 장르는 익숙해지고 싶어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장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 재즈일지도 모른다. 카페만 들어가면 흘러나오는 음악은 대부분 재즈다. 뮤지컬이나 영화에서 들리는 음악들도 재즈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마치 재즈는 우리에게 친해지고 싶다며 손을 내밀지만, 그 손을 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피한 것인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냈다. 재즈와 진심으로 친해져 보기 위해 이번에는 내가 다가갔다.

 

 

 

너 나랑 친구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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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 성수아트홀에서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의 첫 내한 공연이 진행되었다. 이들은 다양한 곡들을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연주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베이스와 피아노, 드럼으로 구성된 트리오지만 마치 하나의 빅 밴드를 보는 듯한 풍성한 사운드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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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리더이자 피아노를 치는 마티스 피카드는 프랑스인 아버지와 마다가스카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 미국, 영국 등의 다양한 문화, 음악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풍성한 음악 세계를 구축한다.

 

현장에서 본 그의 연주는 정말 다양한 리듬을 소화한다. 프랑스의 샹송, 남미의 라틴, 아프리카만의 독보적인 리듬까지 섞어내는 그의 연주는 마치 피아노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때로는 우아한 왈츠를, 때로는 화려한 삼바를, 때로는 강렬한 탱고를 추는 그의 손가락은 그 누구보다 우아하고 화려한 댄서였다. 또한 그의 화려한 테크닉은 딸림음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미친 피지컬을 보여줬다. 속주를 하다 보면 놓치는 음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의 피지컬과 테크닉으로 하나도 놓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음악에 대한 성실함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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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의 기틀, 뼈대를 담당하는 베이시스트, 그의 이름은 파커 맥앨리스터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적부터 교회에서 가스펠 음악을 연주했고, 일렉베이스와 더블베이스를 모두 전공했다. 베이스 소리를 너무 사랑해서 이번 공연을 보며 베이스 소리를 최대한 열심히 듣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연주는 은은하면서도 묵직한, 또 몽환적인 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일반 일렉베이스 소리가 들리다가 갑자기 콘트라베이스(더블베이스) 소리가 들려 몇 번 놀란 적이 있었다. 그의 연주법이 피아노에 가려져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치 콘트라베이스를 현으로 연주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튕겨 음을 내는 주법)로 연주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의 다양한 사운드 톤과 주법이 아마 빅 밴드와 같은 풍성한 소리를 만드는 데에 크게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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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의 중심을 잡아 주는, 기둥과도 같은 존재인 드럼을 맡고 있는 그의 이름은 조에 파스칼이다. 그는 포르투갈 리스본 출신으로, 2001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지만, 영국 재즈씬을 뒤흔들고 있는 라이징 스타다.

 

그의 탄탄한 기본기와 지치지 않는 피지컬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돋보인다. 약 1시간 30분 동안의 공연을 진행하며 거의 쉬지 않고 연주를 감행한 그는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의 스트로크는 훨씬 강하게 스네어를 때렸다. 정말 가슴을 울리는 드럼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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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총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첫 곡부터 그들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테크닉을 몽땅 쏟아부으며 잊지 못할 재즈와의 첫 만남의 순간을 선물해 주었다.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이 하나가 되어 만드는 빅밴드의 사운드를 들으며 소리가 관객의 귀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 관객이 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의 세계로 끌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곡 중간중간에 있는 악기 솔로도 참 다양한 테크닉과 사운드를 선사했다. 보통 재즈 음악에서 '솔로'는 악기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주로 화려한 연주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테크닉적으로만 솔로를 연주하기보다는 곡의 분위기와 관객의 반응을 보며 순간에 맞는 '분위기 있는 솔로'를 연주했다. 특히 피아노의 솔로가 인상 깊었다. 필자 본인이 피아노를 치고 있어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떤 음도 대충 넘기지 않는, 모든 음에 의미를 부여하며 만들어내는 그의 코드, 화성은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들이 연주한 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마티스 피카드가 본인의 어머니를 위해 작곡한 곡이었다. 곡의 코드진행과 리듬, 중간중간 들어있는 엠비언스 사운드는 그의 어머니의 고향인 마다가스카르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참으로 아름다운 곡이었다. 그 곡을 들으며 온전히 음악과 나의 상상으로만 마다가스카르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눈을 감았다.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거대한 바오밥나무가 우뚝 솟아 있다. 그리고 그사이를 넘나드는 원숭이들과 무리지어 달려가는 얼룩말 무리, 웅장하면서도 부드럽게 걸어가는 코끼리 가족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그들의 연주는 관객을 다양한 장소에 데려다주었고, 다양한 냄새를 떠올리게 했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시간 여행을 시켜주기도 했다. 거대한 빌딩들과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가득한 서울의 한복판을 거대한 바오밥나무와 별빛으로 바꾸어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음악이 지닌 진정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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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양한 곡을 연주하며 그들의 음악 세계를 펼치기도 했고,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며 음악의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으며, 눈을 감고 그들의 음악을 감상하며 각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 나의 모습을 반성하기도, 대견하게 생각하기도 하는,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영상으로 남긴 그들의 앙코르 무대를 다시 한번 감상했다. 그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여운이 짙게 남은 공연이었고, 음악이었다. 그것이 바로 재즈라는 장르인 듯하다. 그 순간에만 즐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느낀 감정과 다양한 생각들,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가지고 또 하루를 힘차게 살아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재즈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정한 재즈의 친구가 된 듯하다. 이제는 재즈가 내미는 손을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앞으로 마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를 만난 것 같은 감동과 희열을 느끼며 그 손을 덥석 붙잡고 연신 소리를 지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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