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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견고딕걸>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극을 이끌어간다.

 

연극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수민’, 수민의 엄마 ‘진희’, 수민의 아빠 ‘우철’, 지은의 심장을 이식받은 ‘현지’, 지은의 각막을 이식받은 ‘미나’이다. 간접적으로는 수민의 쌍둥이 ‘수빈’, 수빈이 죽인 ‘지은’, 지은의 부모님이 등장한다.

 

연극 <견고딕걸>의 주인공은 ‘수민’이다. 수민은 쌍둥이 ‘수빈’의 죽음 이후 붕괴된 가정 안에서 움츠려 있다가 ‘미나’와 함께 ‘지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기로 마음먹는다.

 

연극은 수민이 쌍둥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죄하기 위해 지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각각의 인물에게 부여된 입체성이 극의 몰입도를 높여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하는 궁금증으로 연극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연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다. 수민은 미나와 함께 지은의 부모를 만나러 갈 것인지 고민하고 선택하고 지은의 부모를 만나 그들에게 사과하기로 한다.

 

수민의 외형은 올블랙 옷에, 검은색 립스틱, 새까만 아이섀도를 칠한 어두운 소녀로 묘사된다. 수빈이 친구 지은을 죽은 후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 진희와 우철의 사이는 더 멀어졌고 진희는 수빈이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찾기 위해 수민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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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전개되면서 ‘홀’에 대한 단어를 언급한다. 싱크홀, 블랙홀, 구멍……. 이러한 단어는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삶에 난 큰 구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수민 또한 삶에 난 큰 구멍에 파묻혀 집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지만, 수민의 구멍 밖에 있는 미나의 도움으로 그녀는 스스로 구멍에서 빠져나오고자 마음먹는다.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것, 삶의 우울과 무기력, 무력함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극초반에는 그것이 지은의 부모님에게 전하는 사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삶에 난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었다. 수민은 미나와 함께 지은의 부모님이 사는 지역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심장 이식을 받은 현지를 만나고 이전에 해본 적 없었던 경험을 간직하게 된다. 현지는 미나와 수민과 함께 지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기로 마음먹지만, 떠나는 날 그들의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현지의 선택을 존중한다.

 

<견고딕걸>은 자기 삶에 있어 인물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물들은 각기 다른 선택을 하고 그들의 미래를 꾸려 나간다. 수민처럼 지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선택을 하기도, 현지처럼 지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지 않기도 한다.

 

생각할 만한 점은 그 선택의 결과가 아닌 그것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 그것을 선택한 이유에 초점을 맞춰 연극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수민이 지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지 관객은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수민이 낸 용기로 인해 그녀의 삶이 천천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리란 걸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꾸려나가길 결심한 견고딕걸 수민에게 무한한 응원을 건네주고 싶은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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