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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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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름다운 삶을 위한 예술의 뇌과학’

 

책의 표지에 제목과 함께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예술과 뇌과학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글귀였다. 예술을 경험하면서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테지만, 표지에 이렇게 적혀 있으니 ‘예술’이 또 어떤 부분에서 뇌과학과 연결이 되고 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 주는지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1 건강 지탱하기


  

 

“예술 창작 행위 자체는 생리학적으로 차분히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54p)”

 

“우리에게는 운동이나 명상 루틴만큼 중요한 매일의 예술 활동이 있다. 이제 여러분도 이해하겠지만 예술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다. 자신과의 대화이며, 정신과 신체와 영을 연결하고 건강과 웰니스를 지탱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 단 20분만 스케치나 낙서에 시간을 투자해도 코르티솔 수치가 내려간다. 또 어떤 날은 점토로 뭔가를 빗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텃밭에서 흙을 주무르는 등 꼭 손을 써야만 머릿속이 잠잠해지고 몰입 상태에 빠질 수 있다. … 이때 예술 활동의 결과물은 중요치 않다. 예술 활동은 하나의 과정이며, 능동적으로 존재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방식이니 말이다. (362~363p)”

   


이 두 부분을 읽고서 ‘예술’이란 게 얼마나 나의 삶에 큰 기둥이었는지를 인지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 만들기를 즐기는 편이고 시험을 친다거나 한동안 노력을 기울이고 나서는 무언가를 꼭 만들어야 성이 풀린다. 그래서 항상 노력 들여 무언가를 한 다음에는 만들기를 했었다. 만약에 하지 않고 그냥 일상을 보낸다면 솔직히 내가 일반적인 정신 상태로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 번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그 주 주말에 영화 포스터를 그대로 따서 손바닥만한 도장을 판 적이 있었다. 하면서도 정말 이 크기를 파는 내가 신기했고, 그렇게 도장을 완성하고 찍어보고 수정하는 과정까지 거치고 나서야 그 묘한 만들고 싶은 충동이 가라앉았다.

 

나는 내가 꽤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 가장 효과가 빠른 방법은 단연코 만들기이다. 그다음이 책을 읽는 것이고. 만들기를 하다 보면 정말 순식간에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다시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게 되곤 한다.

 

 

 

#2-1 스트레스; 나만의 해소 방법 찾기


 

  

“게다가 감정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감정은 수천 년에 걸쳐 생존에 도움이 되도록 우리와 함께 진화해온 유용한 생물학적 정보 전달자다. 문제가 생기는 건 감정에 얽매일 때다. 그렇다면 목표는 감정이 덮쳤다 물러가는 과정이 좀 더 수월해지도록 조절하는 쪽으로 수정하는 것이 맞다. 정신적 온전함이란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덮칠 때도 일상의 파도를 헤쳐나가는 내적 여력과 수완을 갖추는 걸 의미한다.”

58p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경험한다. 그러한 수많은 감정 중 어떤 감정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감정에 얽매일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는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가장 해소하기 힘들어하는 감정 중에 꼽을 수 있는 것에 스트레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한두 가지의 방법만 이야기하거나 잠을 잔다거나 달콤한 걸 먹는다는 등의 일반적인 방법이 나오는 경우가 다수이다. 물론 그런 방법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면 나에게 가장 효율이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나 같은 경우엔 만들기가 가장 효율이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그런데 ‘만들기’라고 하면 어느 정도를 내가 칭하는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만들기’란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이다. 바느질, 뜨개질, 도장 파기, 종이접기, 풍선 아트, 레고 조립, 모루로 만들기, 마크라메, 페이퍼아트, 가죽 공예, 퍼즐 맞추기 등. 이 외에도 수없이 다양한 만들기가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만들기를 하다 보면 생각한대로 잘 안돼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더없이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2-2 스트레스; 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돌아보며


  

“그는 표현적 글쓰기를 시킨 그룹에게 인생에서 가장 트라우마적이었던 경험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써보라 하며, 의식을 파고들어 가장 깊이 묻힌 감정을 들여다보라 했다. 제출한 글은 철저히 비공개며 맞춤법, 문장 구조, 문법 같은 건 보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켰다. (121~122p)”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에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나 자신에게 쓰는 카톡방이나 메모장을 열거나, 노트북에서 한글 파일을 켜서 하는 방법인데, 책의 121-122p에 있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 그냥 그 상황에 든 감정과 스트레스를 받아서 하고 싶었던 말과 같은 것들을 아무 생각 없이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그 순간에 맞춤법이나 문장 구조, 오타 등은 절대로 신경 쓰지 않고 정말 날것 그대로 쓰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해소가 된 것 같거나 다 쓰고 나면 저장하지 않고 그냥 창을 닫아 지워버린다. 솔직히 다 쓰고 나서 나중에 보면 정말 가관이긴 하다. 오타는 기본이고 중간중간에 정체 모를 기호들이 보이기도 하고 어느 순간 영어로 바뀌어서 적혀 있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 자판을 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감정을 적기 위해서 자판을 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저장할 필요 없다. 또한 나중에 그 글을 다시 읽는다면 다시금 스트레스를 받게 될 확률이 매우 높기에(처음에 봤을 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차근차근 해독하다 보면 내가 쓴 것이다 보니 쉽게 해독이 가능하다) 그냥 지워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에 이런 방법이 있다 보니 위의 문장을 봤을 때는 반가운 감정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방법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 항상 신기한 방법이고 생각지 못한 방법인데 좋은 방법인 것 같다는 반응이 돌아왔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무도 내가 작성한 글을 보지 않는다는 약속 아래에서 오타와 문장 구조 등을 신경 쓰지 않고 그런 글을 쓰는 것이 정말로 나의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실제로 결과로 나와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자기만의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있으면 만성 두통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긴장을 완화하고 통증을 덜 목적으로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실제로 통증이 완화되고 증상이 개선되었다. (162p)”

 

나는 큰 소리에 꽤 예민한 편이다. 어릴 적부터 그랬는데, 그래서 야구장이나 농구장과 같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걸 힘들어했고, 콘서트나 축제에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가면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서 재미있었던 만큼 힘듦과 두통, 스트레스를 쌓고 돌아왔기 때문에 그냥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내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에서는 노래를 듣는 방법이 있다. 그것도 아주 큰 소리로. 때마다 다르지만, 가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노래를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끌리는 노래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한두 개가 생각이 나는데 그러면 그걸 최대한 소리를 크게 해서 이어폰을 끼고 듣는다(귀에는 좋지 않을 테지만 가끔씩 하는 방법이다). 이런 때에 듣는 큰 소리는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나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소리가 된다. 162p의 해당 문장을 읽기 전까지는 큰 소리가 나에게 이런 대조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고 인지하지 못했었다. 큰 소리에 예민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어떤 큰 소리는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해당 문장을 읽으면서 전에는 내가 연결하지 못했던 것들이 사실은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3 학습 격차 감소시키기


 

  

“멘저의 문헌 검토에는 「2011 국립예술기금 보고서」도 언급되었다. 이는 예술 활동 참여와 예술 교육이 유아기, 청소년기, 성년기 초반, 나아가 노년기까지 생애 전체에 걸쳐 인지적, 사회적, 행동적 결과의 개선과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다수의 연구가 결론지었음을 밝히는 내용이었다.

또한 예술 교육이 평등하게 이루어져 모든 아이가 똑같이 접근할 수 있을 때는 저소득 가정 학생과 고소득 가정 학생 간의 학습 격차가 줄어든다.”

214~215p

 

 

이 부분에서는 많은 생각을 했다. 보통 저소득 과정과 고소득 가정 간의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원 방법으로 책이나 공부비를 지원해 준다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위의 문장을 보면 예술 교육이 평등하게 이루어져 모든 아이가 똑같이 접근할 수 있을 때 저소득 가정의 학생과 고소득 가정의 학생 간의 학습 격차가 줄어든다지 않는가.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지만 또 정말로 그렇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예술은 그 무엇과도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변화시킨다. 병을 떨쳐내고, 건강을 되찾게 해주고, 스트레스 상태에서 차분해지게 하거나 슬픔에 빠졌다가도 기쁘게 해줄 수 있으며, 나아가 인생을 활짝 꽃피우게 해준다. 생리학적 작용 자체를 바꿔 철저히 변화된 상태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365p)”

 

책을 모두 읽고 마지막 부분에서 발견한 이 문장은 나에게 ‘예술’이 뇌와 나의 인생에 얼마나 방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고 ‘예술’을 통하여 나에게 좋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한 번에 담아낼 수 있는 문장이었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는 책을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란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란 말인가!

 

신체적인 부분부터 정신적인 부분까지, 감정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나의 인생을 활짝 꽃피우게까지 해준다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예술‘이 끼치는 영향 중에 나쁜 영향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 책은 나에게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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