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담은 듯한 푸른빛은 때론 뜨거운 태양빛을 녹일 만큼 시원하게, 때론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시리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품는 생명력을 지닌 바다처럼, 어쩌면 파란색은 그 어떤 색보다도 따뜻한 색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지친 어느 날 문득 마주하는 바다처럼, 파란색은 잔잔한 위로가 되어 다가옵니다.
오늘은 그런 파랑의 따뜻함을 온전히 품고 있는 작품들을 소개드리려 합니다.
책 한 권, 노래 한 곡, 그리고 영화 한 편을 함께 감상해보며, 파란색이 전해주는 다정하고도 깊은 울림을 함께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천개의 파랑

‘천 개의 파랑’은 소프트웨어 칩이 잘못 삽입된 기수 휴머노이드 콜리와 로봇 천재 연재가 만나 무릎 관절이 망가진 말 투데이를 살리기 위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책은 표지부터가 아주 파란색이기도 해서, 언뜻 본다면 책 제목의 파랑이 영어의 ‘Blue’를 의미한다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국어 사전에서 ‘파랑’을 검색해보면 첫 번째 뜻은 파란 빛깔이나 물감이지만, 조금만 더 내려가면 잔물결 혹은 큰 물결이라는 뜻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작가가 ‘파랑’이라는 단어를 통해 전하고자 한 진정한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작가의 메모장 가장 아래에 적혀 있던 이 문장이 해당 작품의 시작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가장 빠르게 달리는 것이 중요한 경마장에서의 ‘느리게 달리는 말’을 주제로 삼은 이 작품은 ‘결과’ 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삶의 의미를 비춥니다.
SF적 설정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 소설은 모든 인물의 감정과 선택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각자의 '삶의 파랑들'을 조명합니다. 무심한 듯 파도치는 삶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고, 아주 작지만 끈질긴 연대를 만들어냅니다. 그 과정 속에서 ‘희망’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파랑파랑’ 빛납니다. 그 빛은 마침내 더 큰 물결이 되어 독자의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을 남길 것입니다.
Blueming

이 곡은 가수 아이유의 다섯 번째 미니 앨범인 ‘Love Poem’의 타이틀 곡으로, 새로이 시작하는 사랑에 대한 설렘을 담았습니다. 이 곡에서 파란색은 아이폰의 imessage의 파란색 말풍선에서 영감을 받아 하나의 메타포로 사용되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전달하는 애틋한 파란 메시지 창 속에서 피어나는 푸른색 장미는 마치 사랑이 숨 쉬듯 피어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 곡의 주요 테마가 파랑 그 자체인 만큼, 파란색을 이용한 메타포와 말장난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그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곡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마음을 고백하기 직전의 그 순간, 우리에게는 마치 기적과도 같은 사랑이 샘 솟습니다. 세상의 모든 달콤한 말을 주고픈 상대와의 파란색 대화창 속 색깔처럼 아주 새 파란색의 장미를, 그 장미의 꽃말인 ‘기적’과도 같은 우리의 사랑을 백만 송이 정도 피워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확신에 차곤 하죠. 이런 기적과도 같은 사랑의 결실인 파란 장미가 피어나는 것을 blue와 어감이 비슷한 bloom으로, 그리고 두 단어의 의미를 덧붙인 blueming으로 만들어 낸 것은 작사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동시에 리스너들에게 직관적인 의미 전달을 도와줍니다.
뮤직비디오 또한 파란색을 주된 시각 요소로 사용하여,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청량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내기 전, 혹은 그 설렘을 추억하고 싶을 때 이 노래를 감상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당신의 마음속 푸른 장미 한 송이가 조용히 피어날지도 모릅니다.
Inside Out

영화 'Inside Out'
이 영화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성장해온 모든 어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어린 시절 가장 주축이 되는 감정인 '기쁨이'는 매사에 밝고 희망적입니다. 하지만 유년 시절을 지나면서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일이 잦아지고, 이 시기에 개인의 내면에서 몰래 성장하는 ‘슬픔이’는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합니다. 극 중 기쁨이가 슬픔이를 계속해서 가두며 외면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결국 진정한 행복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즉 라일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감정인 ‘슬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라일리가 사춘기를 겪으며 겪는 정서적 변화 속에서, 우리는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는 그 존재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함을 느끼게 됩니다. 기쁨이 슬픔이를 멀리하려 할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결국 진정한 기쁨은 슬픔을 통해 완성된다는 메시지를 영화는 전달합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피하고 싶은 감정이지만, 때로는 그것을 온전히 마주함으로써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기쁨의 빛이 더 따뜻하고 눈부신 이유는 그 이면에 슬픔이라는 감정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JOY의 푸른빛 머리카락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영화를 감상한다면 이 영화가 진정으로 주고자 했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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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작품이 전하는 파란색의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엔 하나의 결로 이어집니다. 바로 ‘따뜻함’입니다. 때로는 슬픔으로, 때로는 설렘으로, 또 어떤 때는 희망으로 다가오는 파란색은 우리의 감정을 고요히 감싸주고, 잊고 있던 위로의 언어를 되새기게 해 줍니다.
오늘 이 글이, 점점 더 흑백으로 물들어가는 세상 속에서 당신만의 색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내일이, 파랑처럼 깊고도 따뜻하게 빛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