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사람이라 하면 우리는 보통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지 직면한 상황에서 바로 이야기하고, 또 좋고 싫은 것이 확실한 사람을 떠올린다.
하지만 짜증 난다, 화가 난다 하는 감정이 정말 솔직한 걸까? 혹은 그 감정을 그 상황에 바로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걸까?
그건 솔직함이라는 핑계로 그 상황에 함께 있는 타인이나 혹은 스스로에게 무례함을 내비친 것일 수도 있다. 솔직함이란 내 감정을 나에게 숨기지 않는 것이다. 우린 불편한 상황에서 내 제대로 된 감정과 마음을 숨기고 짜증과 화로 뭉뚱그렸을 수도 있다. 아님 그 상황을 당장 직면하기 힘들어 회피한 것일 수도 있다.
감정 네이밍이란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짜증과 화, 귀찮음 등의 이야기가 감정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
나의 경우로 예시를 하나 들 수 있다. 매주 금요일은 아침부터 밤까지 전공 수업만 내리 듣는 날이다. 전날에 과제를 몰아서 할 경우엔 시간이 부족하다 느낀다. 만약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하기에 한 끼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면 나는 홧김에라도 ‘짜증 나!’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린 의문이 생긴다. 대체 무엇이 짜증 나는 것인가?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이 상황의 원인과 결과를 알아낼 수 있다. 나는 과제를 제출하는 금요일이 되기 직전인 ‘오늘’이 목요일인 것에 시간의 촉박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 전에 약 5일 정도의 과제를 할 시간이 마땅히 있었다. 즉, 이 상황은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다. 또한 그럼에도 나는 과제를 잘 해내고 싶다는 성취 성향이 있어 과제를 하는 시간엔 내내 부담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나의 감정은 정말 짜증인 것일까? 아니다. 이건 과제를 잘 해내고 싶다는 부담감과 시간을 부족하게 만든 본인에 대한 책망이다. 스스로에게 실망을 느끼고 현재에 이르른 상황에 관한 속상함이 나의 ‘진짜 감정’인 것이다.
본연의 감정을 큰 감정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은 나의 내면에 솔직하지 않은 방안이다. 또 제대로 된 감정이 무엇인지 느끼지 못하는 채 짜증 난다거나 화가 난다고 이야기하는 건 자체적인 속임수가 되기도 한다. 내가 잘못된 감정을 내뱉음으로써 그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는 것은 너무 슬프다. 내 본연의 감정을 잘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감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방법으로는 ‘무드미터’가 있다. 무드미터는 내 감정의 척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각 감정의 색상을 통해 감정이 주는 느낌을 더욱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 무드미터로 내 감정을 알아낸 다음, 왜 이 감정을 느꼈는지를 옆에 적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금 더 감정에 무던해지고 싶다면, 각 감정 중 부정적이라 판단되는 부분에서, 없어도 괜찮다 생각하는 감정에 ‘X’를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이 없어지려면 어떻게 사고하거나 행동해야 하는지도 생각하면 좋다.
우린 항상 일상으로 회귀하려는 습관이 있다. 그 일상에서 상황이나 감정이 조금만 틀어지면 낯선 환경에 처해지고 불편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그 상황이 그렇게나 긴박하고 큰 무언가인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낯설어도 괜찮다. 꼭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어도 괜찮다.
다만 우리가 우리의 마음 속 깊이 박힌 감정이란 심지를 속이지 말 것.
그것부터 우리의 내면은 단단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