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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청각의 예술이다. 그리고 영화는 극장(Theater)에서 상영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2025년 3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열린 Soundberry Theater에서는 장시간의 영화가 상영됐다. 앉아서도, 서서도 영화를 관람할 수 있고, 아무때나 입퇴장이 가능하며 중간에 식사를 하고 와도 무관한 영화다. 사실은 농담이고, Soundberry Theater는 KBS 아레나에서 진행되는 국내 최초 실내 뮤직 페스티벌이다.


이 실내 뮤직 페스티벌을 영화에 비유한 건, 내가 실제로 KBS 아레나에서 영화같은 순간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리의 눈 앞에 촬영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어떤 음향을 들려준다.

 

영화에서 사용되는 음악은 이 이미지들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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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의 음악도 영화 속에서와 유사하게 작동한다. 매일 걷던 거리도, 별 거 아닌 풍경들도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그건 나만이 볼 수 있는 영화로 재탄생한다. 버스에서 혼자 귀에 이어폰을 꽂고, 괜시리 센치해져 창밖을 그윽하게 바라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때까지는 음악을 꽤 자주 들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음악을 잘 듣지 않게 됐다. 누군가의 공연을 본지도 오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대학 축제 때는 연예인 공연보다 선배들과 술 마시러 나가는 게 더 좋았고, 콘서트나 페스티벌은 비용이 비싸단 핑계로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음악에 큰 관심이 없다보니, 새로운 음반을 플레이하는 것도 어쩔 때는 부담으로 느껴졌다. 매일 듣던 음악들, 10년 전 mp3에 넣어두었던 음악만이 내 플레이리스트에 남아있었다.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홀로 마주한 음악 공연은 영화를 볼 때 만큼이나, 어쩌면 영화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크게 울려퍼지는 음악은 피부에 와닿았고, 심장의 박동은 반주에 맞춰 그 움직임을 함께하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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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상하게도 무대 위의 뮤지션들보다 객석에 앉은, 내 옆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더 눈길이 갔다.

 

핸드폰 후레시 불을 켜고 노래에 맞춰 좌우로 팔을 흔들던 움직임, 무대에서 시작된 비눗방울이 객석으로 흘러들어오던 순간 고개를 돌리며 좋아하던 사람들의 웃음, 함께 온 연인과 친구와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의 열기.

 

생각해보면 내가 Soundberry Theater에서 느낀 설렘은 단순히 음악 때문만은 아니었던 거 같다.

 

음악은 그 음악을 듣고 있는 우리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이번 페스티벌은 혼자였지만, 다음에는 내가 사랑하는 그대와,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할 누군가와 꼭 함께 Soundberry Theater에 와야겠다고 결심해본다.

 

아주 오랜만에 내가 듣는 음악들이 업데이트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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