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가족은 쉼터와 같은 존재이다.
숨 돌릴 곳 없는 사회에서 잠시 들어와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떠들썩하게 이야기도 하고 고요하게 있을 수도 있는 곳. 가끔 떠나기도 하고 있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언제나 늘 쉼터로 이름 붙여져 있는 곳.
엄마는 그 쉼터에서 가장 따뜻한 아랫목 같다. 지쳐있는 나를 언제나 따뜻하게 보살펴주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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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한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이야기한다.
애순이와 관식이는 제주의 같은 마을에서 태어난 1살 터울 소꿉친구 사이다. 어린 시절, 아빠를 잃은 애순이는 잠녀(해녀의 제주 방언)인 엄마와 새아빠 사이에서 자라게 된다. 그러나 애순이가 10살이 될 무렵, 엄마는 물질을 하다가 폐병으로 죽고 애순은 엄마와 새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돌보며 10대를 다 보낸다.
관식은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애순이를 돌봐준다. 애순이 대통령이 되면 자기는 영부인이 될 거라던 관식이는 묵묵하게 애순의 곁을 지킨다.
고등학생이 된 애순이는 식모생활을 청산할 것이라 선포하고 집을 나서지만 아무도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관식이와 함께 부산으로 야반도주한다.
그러나 미성년자 신분으로의 부산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사건사고 끝에 결국 제주로 돌아온 애순이와 관식이는 결혼하고 아이도 낳는다.
나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너무나도 현실적인 한 가족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꼈다.
보통의 로맨스물이라면 부산으로 야반도주를 갔을 때 둘이서 어떠한 역경을 딛고 이러쿵저러쿵 잘 되어서 제주로 보란 듯이 돌아오는 게 정석이다. 그렇지만 애순이와 관식이는 부산에서 사고를 치고 경찰에게 붙잡혀서 엄마에게 끌려 제주로 돌아오게 된다.
둘이 결혼을 한 이후, 관식의 어머니가 애순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둘은 집을 박차고 나간다. 둘은 힘들게 집은 구했지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관식은 일자리를 잃고, 쌀독에는 쌀이 떨어지고, 집세를 못 낼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런 애순과 관식을 살려준 사람은 바로 이웃들이다. 주인집에서 쌀독에 쌀이 떨어진 것을 보고 매일 밤 조금씩 쌀을 채워 넣어주고, 애순의 새아빠의 새부인이 '장학금'이라며 세 달 치 집세를 대신 내준다. 또, 애순이와 관식이가 자식을 잃고 슬픔에 잠겨있을 때 이웃들은 그래도 살아야 한다며 집에 몰래 음식을 넣어주고 아이들의 밥도 챙겨준다.
또, <폭싹 속았수다>는 딸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잘 그려낸다.
광례(애순의 엄마)는 애순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가난한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내고 애순을 할머니 댁으로 보낸다. 그러나 애순이 할머니 집에서 생선 한 마리도 못 먹는다는 것을 듣고 애순을 데려온다.
광례가 죽기 전에 애순에게 절대 '자신처럼' 식모살이하지 말고, 잠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못 박는다. 딸에게는 자신과 같은 힘든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엄마의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광례는 죽은 이후에도 꿈에 나타나 애순을 도와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준다.
애순은 광례처럼 자신의 딸 금명에게 나처럼 살지 말고 하고 싶은 것 다 하라는 메세지를 계속 전달한다. 결국 금명은 엄마의 바람대로 서울대에 입학하고 꿈을 향해 달려간다.
엄마의 사랑을 보여주는 장면은 딸들의 마음을 사무치게 한다. 늘 결심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지만 '앞으로 엄마에게 더 잘해야지'하는 다짐을 또 하고 말았다.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
나는 눈물이 없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웃들의 정과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 슬퍼서 울기도 하고, 감동받아서, 행복해서 울기도 했다.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감동과 눈물을 안겨주는 이 이야기를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폭싹 속았수다>는 4개의 막을 4계절로 나타낸다. 애순과 관식의 청소년기를 봄, 어린 부부일 때는 여름, 금명의 대학생활과 그 뒤를 치켜주는 애순과 관식을 가을로 보여주었다. 아직 나오지 않은 그들의 겨울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