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을 보다가 문득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20살이 되면서 집과 학교의 거리가 멀어 자취를 시작했다.
내 방에는 온갖 소품, 피규어, 포스터, LP들이 과할 정도로 가득 차 있다. 아마 미니멀리스트인 친구가 본다면 기절할지도 모른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 생각해보면 일단 갑자기 방 꾸미기에 흥미를 가진 게 아니다. 아마 처음으로 내 방이 생기고 나서 인형 하나, 장식품 하나씩 놓다 보니 점차 쌓여간 것 같다.
방을 꾸미는 이유는 단순하다.
집에 들어왔을 때, 내 방이 ‘내 방’ 같아야 안도감과 편안함이 들기 때문이다.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나를 보호해 주는 안식처 라고 생각한다. 바쁘고 지친 하루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내 방이 매일매일 내 방 같지 않다면 휴식의 공간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방을 꾸미는 과정에서 내 취향이 자연스럽게 반영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포스터를 붙일 때 빈티지한 포스터를 고를지, 앨범 아트나 영화 포스터를 선택할지 고민하고, 마음에 드는 소품을 발견하고 수집하는 즐거운 과정이다. 어쩌면 나에게는 다이어리 꾸미기의 연장선이 된 취미일지도 모른다. 방을 꾸미며 내 취향이 무엇인지 더 확실히 알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장하고 싶은 것들을 방에 놓고 바라볼 때의 뿌듯함과 기쁨은 특별한 감정이다.
반대로, 주변인들의 집에 가면 그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어떤 사람은 나처럼 물건을 가득채우기도, 또 어떤 사람은 깔끔하게 최소한의 것만 두는 걸 선호하기도 한다. 그런 개개인의 공간을 보면 ‘이 사람은 이런 색감과 분위기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취향이란 참 재미있다.
나도 처음부터 이렇게 방을 꾸민 건 아니다. 중학교 때 하이틴 영화에서 본 예쁜 방들이 눈에 띄었고, ‘저렇게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포스터를 붙이기 시작했다. 점점 취향이 확립되며 방이 가득찼고 이제는 박물관 같은 느낌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중한 물건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1. LP들
턴테이블이 없어 직접 듣지는 못하지만, 존재 자체로 엄청난 가치와 소중함을 지닌다.
게다가 인테리어 효과도 탁월하다.
진짜 턴테이블은 없고 미니 턴테이블 피규어는 있다.
2. 포스터들
공연 포스터부터 사진작가의 포토북을 포스터처럼 붙여 두었다.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인테리어 요소다.
3. 도쿄 아톰 시계
동묘에서 구입한 빈티지한 시계.
비록 작동하지는 않지만, 존재만으로도 엔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멋진 소품이다.
사용할 수 없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의미를 가지는 물건이다.
방 꾸미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 취향이 반영되는 것.
내가 사는 곳이니 가장 나다운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방은 단순한 생활 공간을 넘어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가끔은 물건이 많아 청소가 힘들기도 하다. 그래도 결국 내 방이니까.
이 글을 읽었다면 한 번쯤 공간을 돌아보며, ‘이 공간이 나를 얼마나 닮았는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더 견고하게, 더 나답게 만들어 가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