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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밴드? 나도 밴드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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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한 나에게는 하나의 꿈이 있었다. 그 꿈은 바로 대학교 밴드부에 들어가는 것!

 

평소 음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학교에 밴드부가 없어 아쉽게도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대학교에 들어가면 반드시 밴드부에 들어가 친구들과 멋진 공연을 펼치리라 꿈을 꿨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고, 나의 대학 생활의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게 될 밴드부를 만나게 되었다. 밴드의 이름은 '불꽃'이었다. '불꽃', 'Sound of Flare', 처음 밴드 이름을 들었을 때 가슴이 쿵쾅거렸다. 너무나 직설적인, 누가 들어도 '아! 밴드부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은 그런 이름이었기에 '밴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 나는 가슴이 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밴드부 '불꽃'의 '키보디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밴드부 '불꽃'과 영화 '스윙걸즈'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불꽃'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밴드부와 다르게 악기를 처음 다뤄보는 사람도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불꽃'이 만들어진 계기는 '우리끼리 재밌게 공연하고 음악을 즐기는 것'이었다. 따라서 누구나 음악을 즐겁게 접하고 연주할 수 있는 밴드가 '불꽃'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키보드를 제외한 모든악기들은 선배들의 레슨 시간을 통해 배울 수 있고(키보드는 배우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 선배들 역시 후배를 알려주며 본인의 실력을 점검하며 함께 성장하는 밴드가 되어왔고, 계속 나아가고 있다. 물론 솔직히 공연의 퀄리티는 일반적인 다른 밴드부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의 재미와 호응, 환호는 그 어떤 공연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풍성한 공연을 만들었다. '우리끼리 즐겁게!'라는 하나의 큰 모토가 우리의 부족한 실력을 가려주었고, 실수가 있더라도 더 큰 호응과 박수로 열심히 포장해 가며 공연자와 관객 모두가 함께 '즐거움'이 목적이 되는 공연을 만들어갔다.

 

 

 

'스윙걸즈'를 보며 '불꽃'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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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윙걸즈'를 보며 나의 밴드부 '불꽃'을 떠올렸던 계기는 '밴드'와 관련된 영화라는 단순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들의 모습이 마치 우리의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밴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들이 성장해 무대를 서게 되는 그 과정은 너무나 흡사했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공연을 서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의 순간을 마주한다.

 

 

1.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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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여행을 가며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을 때 '스윙걸즈'의 주인공들은 연습실에 모여 연습한다. 관악기를 불지 못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운동장에 나와 근육 훈련과 체력 훈련을 하고, 고통의 시간을 건너 겨우겨우 '뿌' 소리를 내었을 때 환호하며 좋아하는 모습들은 '불꽃'의 여름방학을 떠오르게 했다.

 

당시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마치 사우나와 같던 연습실에서 코드 한 개를 잡기 위해, 한 마디를 연주하기 위해 우리는 구슬땀을 흘렸다. 그렇게 1곡을 처음 완곡하게 됐을 때, 마치 우리가 최고이자 레전드 밴드인 '오아시스'가 된 것처럼 행복하고 좋아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이 있으면 언제나 그 반대의 아픔도 존재한다는 잔인하면서도 슬픈 현실은 '스윙걸즈'의 주인공들과 '불꽃'에게 찾아왔다.

 

영화 '스윙걸즈'에서 주인공들이 결국 1곡을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연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기존의 밴드부가 돌아온다. 그리고 결국 '스윙걸즈'는 그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손에서 악기를 내려놓게 된다. 겉으로는 어차피 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괜찮은 척을 하며 연습실을 나오지만 결국 그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다.

 

밴드 '불꽃'도 본의 아니게 밴드부의 폐지를 놓고 고민했던 상황이 있었다. 당시 연습실을 '불꽃'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다른 학회도 함께 사용하면서 연습실 사용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이는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연습실을 편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계속 밴드부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그만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사실 밴드부를 없애면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맞다. 레슨 시간에 편하게 공강 시간을 즐길 수 있고, 저녁까지 학교에 남아 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고민했던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우리는 음악을 참 좋아했고, 열악한 시설이지만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소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밤을 새워 연습하던 친구들과 후배들의 연주를 듣고 싶었다. '스윙걸즈'의 주인공들이 흘린 눈물도 아마 이러한 이유이지 않을까?

 

 

2.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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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서 나온 '스윙걸즈'의 멤버들은 '빅밴드'의 감동을 잊지 못해 그리워한다. 그중 주인공 '토모코'는 혼자서라도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중고로 악기를 구한다.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길을 걸어가던 중 빅밴드에서 피아노를 맡고 있던 '나카무라'를 만나게 된다. 그도 '토모코'와 마찬가지로 빅밴드의 감동을 잊지 못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고 둘의 합주가 이어지며 빅밴드 '스윙걸즈'는 접어두었던 날개를 다시 펼치기 위해 시동을 건다.

 

토모코와 나카무라는 친구들에게 가서 중고 악기를 구매하자고 설득하고 아이들은 중고 악기를 구매하기 위해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큰 실수가 벌어지게 되고 토모코를 포함한 4명의 아이가 해고당한다. 그리고 해고를 당한 아이들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빅밴드'에 대한 열망보다 명품에 눈이 멀어 탈퇴한다.

 

'불꽃' 역시 항상 '열악한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여름에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사우나와 같고, 겨울에는 손이 얼어 악기를 연주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악기와 앰프도 오래되고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밴드부원들은 어떻게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에어컨 대신 냉풍기를 구매해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이 얼음을 얼려와 냉풍기를 가동했다. 그리고 부원들 각자 자기 악기를 중고라도 구하기 위해 돈을 모았고, 선배들은 졸업할 때 자신들이 쓰던 악기를 기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구슬땀이 모여 밴드 '불꽃'은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며 뜨거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밴드를 할 수 없어 탈퇴할 수밖에 없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게 한명, 한명 떠나다 보니 30명이 넘던 13기(필자가 13기다.) 부원들은 어느새 10명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고, 어떻게든 공연을 올리며 이어 나갔다.

 

 

3.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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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걸즈'는 무너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올랐다. 그들의 마지막 공연은 그 어떤 공연보다 완벽했고 아름다운 공연으로 묘사됐다. 나는 마지막 공연 장면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들이 정말 완벽한 무대를 했을까? 그들의 실력이 정말 저 정도로 뛰어난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저렇게 완벽한 무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 모두 재능 있는 천재들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나는 마지막 무대를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그들의 실력은 뛰어나지 않았다. 그들의 무대는 완벽하지 않았다.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있었고 그들의 소리는 균형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무대는 아름다웠고, 화려했으며, 그 어떤 공연보다 행복했다. 그 이유는 완벽한 음정보다 그들의 행복한 표정이 더 빛났고, 완벽한 박자보다 그들의 귀여운 몸짓이 더 돋보였으며, 완벽한 소리의 균형보다 최선을 다해 서로의 소리를 듣는 배려심이 더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불꽃' 역시 완벽하지 않은 무대였다. 하지만 우리는 무대에 오르는 그 순간이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 이유는 우리는 서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열심히 연습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음이 틀리고 박자가 밀리고 밸런스가 맘에 들지 않아도 그 모든 순간이 '음악'일 수 있었다. 우리는 최고가 아니었고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 우리가 즐거웠고, 그런 우리를 보는 많은 이들이 즐거워했으며, 아무 걱정 없이 우리 모두 음악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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