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동경’을 생각했다.

 

저자가 그가 동경했던 일, 공연의 기획에 다가서는 과정의 기록이 마냥 막연했다가도 굉장히 가까운 일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문화예술이 참 좋다. 걷다가 보는 꽃 하나에서 멋들어진 악상과 춤, 그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늘 동경한다. 각박하게만 느껴지는 하루가 좋은 노래 하나로 충만해지는 감각을 좋아한다. 하루가 지나도록 곱씹게 되는 3시간, 혹은 2시간의 영화를 사랑한다. 몇 시간, 수십, 수천 시간의 노력을 집약해 사람들의 순간을 지배하는 예술의 아름다움에 늘 압도된다. 예술에 한해서만큼은 ‘잘 코딩된 T’라는 평을 듣는 나도 속절없는 사랑꾼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예술이란 나에게 너무나도 먼 이야기다.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꾸준히 글을 쓰는 것, 이 정도가 나의 한계라고 늘 선을 긋는다. 언제나 가까이하고 있음에도, 소모임이나 동아리같이 직접적인 교류 앞에선 한 발짝 물러선다.

 

썩 도전적이지 못한 자세라는 건 [무대 뒤에 사는 사람]을 읽기 전에도 자각하고 있었다. 물이 무서워 수영장 주변을 하염없이 도는 아이처럼, 막상 좋아하는 일에 직접 발을 담그긴 겁이 나서 그 주변을 빙빙 맴도는 것이다. 이를테면 짝사랑이랄까. 아쉬워하면서도 늘 “짝사랑도 사랑이다”라며 자신을 합리화하곤 한다.

 

저자 또한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예술을 사랑한다고 느꼈다. 그의 글에선 늘 예술가들을 향한 존경과 존중이 보인다. [무대 뒤에 사는 사람]의 모든 막과 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공연’이라는 산출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책에서 언급되었듯이, 공연 기획이라는 일은 사랑과 존경만으로는 할 수 없다. 단단한 마음, 다짐이 필요하다. 철철 흘러넘치는 애정을 발판으로, 저자 이정모는 “좋은 공연을 만들겠다”라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해 나간다.

 

 

표지1_무배경.jpg

 

 

저자와 나와의 차이를 꼽자면 뛰어들겠다는 확신, 그리고 모두와 함께 그 바다를 헤쳐 나가겠다는 다짐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곱씹던 도중 문득 기획이란 참 멋진 일이라는 감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그들 사이에서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함께 계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이 얼마나 마법 같은 일인지 생각했다.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그 일부가 되면서 내가 느꼈던 고양감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물론 그 작업이 전부 낭만적일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책 [무대 뒤에 사는 사람]은 이를테면 공연 기획이라는 분야를 꾸밈없이 소개하는 가이드와 같다. 저자 이정모는 공연기획자가 지니는 책임에 관해 이야기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보수’를 보장해야 하는 기획팀으로서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노동법을 지킬 수 없는 현실과 스스로에게 제대로 된 보수조차 보장할 수 없는 여건이 얼마나 힘든지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참 멋진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기획’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읽어도 저자가 공유하는 기획자로서의 경험과 고민이 많은 울림을 줄 테다. 저자의 겸손한 태도에도 목표를 향한 그의 자기확신이 반짝이는 글이다. 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었다면, 내게 저자와 같은 어른이 주변에 있었다면 지금의 내 진로가 사뭇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지 못했던 공연장의 뒷면, 잘 알지 못했던 기획이라는 직무를 돌아보고 생각하게 해준 좋은 에세이였다.

 

 

박주은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안녕하세요, 일상의 생기를 포착하는 글쓴이 박주은입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