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세 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내게 '영화 감상'은 즐거운 취미다. 움직이는 이미지와 절묘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야말로 시청각적 매혹을 일으킨다.
평균적으로 짧게는 한 시간 반, 길게는 세 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영화는 내게 자신을 마음껏 드러낸다. 시도 때도 없이 웃게 하고, 감정이 복받쳐 오르게 만들고, 분노에 휩싸이게 하다가, 갑자기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기도 하면서.
물론 영화 말고도 드라마나 소설 등의 예술도 즐기지만, 유독 어떻게 즐겨야 할지 모르겠는 예술이 하나 있다. 바로 '미술 감상'이다.
한창 전시가 유행하던 무렵, 몇 차례 전시회를 방문했었다.
어떠한 설명도 없이, 제목과 함께 덩그러니 놓여있는 미술 작품을 보며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이 그림이 유독 마음에 남네요' 하며 몇 시간 동안 하나의 그림 앞에 서 있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멈춰져 있는 이 이미지를 보며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자세히 봐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감상의 심리학』은 그런 나, 아니 미술 감상을 당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우리를 위해 쓰인 책이다.
이 책은 미술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역사의 흐름, 작가의 인생을 알려주며 배경지식을 채워 넣어 주는 대신, 미술 작품의 소비 주체인 감상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반응을 탐구한다.
미술관에 방문한 관람객들의 평균적인 그림 감상 시간은 몇 초인지, 그로테스크함이 주는 각성은 감상 선호와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 대칭과 비대칭은 각각 어떤 이유로 사람들에게 선호되는지 등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하고, 분석한다. 이 분석은 어떻게 미술 감상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접근법 제시로 이어진다.
『감상의 심리학』은 결국 미술이란 감상자가 보기 나름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예술에 무딘 사람이란 없고,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는 거다.
그림과 함께 제시된 설명을 읽어보고, 그림 속 이야기를 우리 마음대로 상상해 보자. 아무리 터무니없을지라도 괜찮다. 내가 직접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허공에 붓질도 해보고, 작품 속 인물의 제스처를 따라 해보는 것도 좋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이 책을 통해 나만의 작품 감상 방법을 찾고, 나에게 다가오는 작품을 만나면 된다고 저자 오성주는 이야기한다.
이제 필자의 마음을 움직일 작품을 찾아 다시 미술관으로 떠날 시간이 된 것 같다. 어느 날 미술관에서 허공에 붓질을 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누군가의 뒷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