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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가끔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가사가 있다. 새소년의 <난춘>이 그중 하나다.

 

'난춘(亂春)'은 '어지러운 봄'이라는 뜻을 가진다. 제목 그대로, 이 곡은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계절, 봄이 왔음을 실감하는 시기에 자주 찾아 듣게 된다.

 

"오 그대여 부서지지 마

바람 새는 창틀에 넌 추워지지 마

이리 와 나를 꼭 안자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봄은 보통 새 학기, 새싹, 새 출발과 같은 단어와 함께 희망차고 설레는 이미지로 그려진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봄은 기대보다는 막연한 불안, 혹은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의 계절일 수 있다.

 

새소년의 <난춘>은 이러한 양가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난춘2.jpg

 

 

이 곡의 뮤직비디오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짙게 담아낸다. 생명의 계절인 봄과는 상반되게, 죽음에 가까운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깊은 우울에 잠식된 얼굴, 무기력한 움직임, 생기 없는 시선들이 화면을 채운다. 모든 것이 따뜻해지는 계절 속에서도 차가운 심연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럴 때 우리는, 천천히 잠식되어가는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혹은, 그런 순간을 지나고 있는 나 자신을 어떻게 다독여야 할까?

 

나도 '난춘'을 겪은 적이 있었다. 무엇을 해도 무감각하고, 햇살은 눈부시게 따뜻한데 마음은 한없이 무겁고 복잡할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고, 그저 웅크리고 싶은 순간들. 하지만 <난춘>의 가사는 그런 나에게 속삭여 준다.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어지러운 봄을 지나 우리는 결국 또 다른 계절로 나아간다.

 

'함께 내일로 가자'고 말해 주는 덤덤한 손길. 나한텐 이 노래가 그렇게 다가왔다. 어떤 봄은 벅차고, 어떤 봄은 숨 막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부서지지 않도록 꼭 안아 주며 살아낸다.

 

그리고 그렇게 또 하나의 봄을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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