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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어느 날, 오늘 자신을 칭찬한 적이 있는지 혹은 감사한 적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짤막하게 이야기하고 지나가 그때엔 말하지 못했으나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났다. ‘아 이런 게 있었지...!’하며 아쉬워하던 것 때문인지 몰라도 그날과 그 전날에 내가 나에게 어떤 칭찬과 감사를 했는지는 아직도 기억한다. (한 일 년 전쯤에 있었던 일로 기억한다.)

 

그날에는 내가 전날 계획했던 대로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내려가서 복사해야 할 것들 복사해서 챙겨서 제출하는 것까지 완료했었다. 정말 계획한 대로 딱딱 맞춰서 완수하면서 기분이 좋았던 나는 혼잣말로 ‘와 나 잘했다. 계획했던 대로 오늘 했네!’하며 움직였었다.

 

그 전날에는 혼자 타지에 살고 있으면서도 잘 챙겨먹는 걸 칭찬했었다. 더불어 무난한 내 입맛에도. 부모님들은 일반적으로 타지에 나가게 된 자녀를 보면 먹는 걸 많이 걱정한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나에게 그랬다. 너는 다른 건 걱정이 되는데 먹는 거만큼은 걱정이 안 된다고. 그 정도로 나는 배고프거나 식사 시간이 되면 알아서 잘 챙겨 먹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일이 있어서 나가서 집에 혼자 있을 때에도 나는 집에 있던 재료들로 먹고 싶은 걸 만들어 먹고야 말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몇 달 전, SNS를 하다가 그런 글을 봤다. 세상에는 축복받은 입맛이 있는데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글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그냥 음식이라면 배를 채우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먹는 사람이었고 다른 하나는 먹어도 계속 맛있다 하면서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중에 나는 명백히 후자다. 나는 집에서 자주 이런 말을 한다. 하루 세 끼, 일 년 365일을 모두 김치볶음밥을 먹어도 나는 언제나 행복하게 맛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솔직히 나는 그렇다고 장담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김치볶음밥을 좋아하던 나는 엄마가 뭐 해줄까 하고 물어보시면 1초도 안 돼서 김치볶음밥이라고 매번 외쳤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전히 김치볶음밥이라는 말만 들어도 배가 고프고 침이 나올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요 몇 년엔, 닭갈비 덮밥을 엄청나게 먹었다. 일 년 중 8개월을 타지에 있는데 그중 한 80~85%의 주중의 점심을 닭갈비 덮밥으로 먹을 정도로 먹었으니. 나중에 가서는 식당 아주머니께서 오늘도 닭갈비 덮밥? 하실 정도로 도장을 찍었었다.

 

어쨌든 나는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거의 매일 나 자신을 칭찬하고 잘했다고 한다. 오늘 계획한 대로 잘 살았다고, 오늘 밥을 잘 챙겨 먹었다고, 물을 충분히 챙겨 먹었다고, 심지어는 알람을 잘 들었다고(잠귀가 어두워서 일반 알람으로는 잘 못 일어난다.)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칭찬하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습관이고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듯하고 왜 그런 습관 아닌 습관이 자리잡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참 좋은 행동이고 하루에 지친 내가 다시 버틸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준다고.

 

 

 

나의 삶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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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실패를 겪고, 누구나 좌절하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그럴 때도 내가 나의 삶을 사랑하고 응원하면 쉽게 일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 언제 어디서나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사랑과 칭찬, 그것은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의 삶을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첫 번째 사람이 된다면 나는 언제든지 당차고 씩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실패와 실수도 내 걸음을 멈추는 존재가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오늘 나에게서 들은 칭찬과 사랑이 내가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테니 말이다.

 

 

 

가장 쉬운 이유


 

아무래도 내가 나에게 하는 것이기x 때문에 아무런 준비물이 필요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 어떤 인적 자원도 물적 자원도. 그냥 언젠가 어디선가 아무 때에 시공간에 얽매이지 않은 채로 나에게 건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말하기 힘들 때도 생각만으로도 들을 수 있는 칭찬이 될 테니.

 

또 다른 이유를 찾아보자면 힘들거나 지쳤을 때 그 상황과 내가 느꼈던 감정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이다. 일단 주변에 설명하더라도 그 사람은 내가 느꼈던 걸 동일하게 느껴줄 수는 없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거나 위로해 주는 등의 행동을 할 수는 있어도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그 상황에서 타인에게 듣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나만큼 나에게 위로나 칭찬의 말을 건네는 데 알맞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어려운


 

앞선 이유 외에도 여러 쉬운 이유가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려워하는 것 같다. 전에 이야기를 나눴을 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던 게 이런 생각의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감사 일기’와 같은 상품들을 보고 잘 팔리는 걸 봤을 때도. 물론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생겨난 제품이겠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습관이 되지 않아서도 있을 테지만 힘들어서 나를 칭찬하는 시간을 가지기보다 쉬는 시간을 갖고 잠을 자고 싶어서도 있을 것 같다.

 

*

 

어제는 계획한 대로 아침에 움직여서 세탁기를 기다리지 않았던 것과 먹고 싶은 것 챙겨 먹은 점, 그러면서도 배부를 때 딱 멈췄던 점 등을 칭찬했었다. 칭찬이라고 하니까 뭔가 기분이 좀 그러니 어제 잘했던 점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어제는 저런 부분을 칭찬했었고 오늘은 아침에 일찍 시간 맞춰 일어난 부분이 있다. 또 다른 점도 있고.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나는 그날의 내가 잘한 점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점들이 나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것 또한.

 

오늘도 수고했어,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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