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저녁 뮤지컬 ‘원스’ 공연 시작 15분 정도를 앞두고 강남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공연장에 들어서자 무대에서는 이미 버스킹이 한창이었다. 관객들 중 일부는 직접 무대에 올라가 배우들과 호흡하고 영상을 찍기도 하며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 뮤지컬은 공연 20분 전, 그리고 인터미션 때 관객들에게 추억이 될 특별한 이벤트(프리쇼)를 열고 있었다. 일반 관객들에겐 무대에 서는 경험이 흔치 않고 배우들의 노래를 바로 앞에서 눈에 담을 기회도 적다보니 다들 즐거운 모습으로 이 공연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경험을 즐기고 있었다.
손에 ‘원스’라고 프린팅 된 컵을 들고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알고보니 무대에서 음료와 와인을 구매하면 특별한 기념품이 될 리유저블 컵에 담아주고 있었다. 필자는 뒤늦게 무대에 올랐더니 줄이 길어 결국 구매하지 못했지만 공연 중간에 마시는 화이트와인과 사과쥬스가 참 달고 시원해보였다.
색다른 이벤트와 함께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뮤지컬 ‘원스’는 2025년 2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원스’는 본 공연도 무대 위 배우들의 연주와 하모니 위주로 진행된다. 대형 뮤지컬에선 대부분 오케스트라가 함께 수준 높은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긴 하지만 이번 공연은 배우들이 직접 악기 연주까지 하며 모든 무대를 만들다보니 조금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무대에 배우들이 노래만 얹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직접 만들어가고 있어 몰입감이 높았다.
음악 영화로 유명한 작품인 만큼 그런 특징이 서사의 톤과도 더 잘 어우러졌다. 예를 들어 오프닝에서 남자주인공이 늦은 밤 거리에서 노래하는 장면은 본 공연 시작 전부터 이뤄진 버스킹(프리쇼)부터 이어져 더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게 보였다. 배우들의 주도로 중간중간 이어지는 연주도 풍성한 만족감을 줬다.
원스는 음악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감미로운 기타 선율로 시작하는 Falling slowly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학창시절 기타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교실에서 이 곡을 한 번쯤 연주했었다. 이 곡으로 인해 기타에 흥미를 가진 이들도 여럿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10년도 더 된 과거 어린시절에 흥얼거리던 음악을 뮤지컬로 만나니 과거의 추억들이 떠올라 아련하고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Falling slowly는 제 80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원스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이지만 사실 이 작품에는 그외에도 명곡들이 여럿 등장한다. 특히 영화에서 남주인공을 연기한 글렌 한사드가 부른 곡들은 허스키한 목소리와 독특한 창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매력있는 곡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특유의 스타일이 강해 다른 배우가 그 느낌을 주기는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는데 이날 메인 캐스팅이었던 윤형렬 배우가 원작의 거칠고 애절한 느낌을 모자람 없이 표현하고 있어 놀랐다. 남자주인공의 특유의 우울하고 찌질한 성격에 더해 뮤지컬의 익살스러운 연출도 무리 없이 표현하고 소화해내고 있었다.
또한 작중 여자주인공은 체코 출신 이민자인데, 한국어로 진행되는 이 뮤지컬에서는 여주인공의 대사를 동남아 국가 출신의 억양을 가진 한국어로 표현하면서 서툰 언어에서 비롯되는 장면들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동시에 무대 장치 한쪽에는 체코어 대사를 작게 띄워주고 있어 원작의 느낌도 일부 가져갈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언어의 간극은 이 서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활용된다. 원작의 느낌과 의도를 적절히 반영하면서도 작품이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공연장에 들어갔다면 낯선 말투에 당황할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이날 공연장은 즐거운 웃음으로 차 있었다. 신한카드 아티움 공연장은 방문할 때마다 관객들의 분위기가 좋다는 생각을 한다. 공연되는 작품마다 일부 차이는 있겠지만 이곳에 올 때는 대부분 편안한 분위기에서 웃으며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장점이 있었다. 이번 뮤지컬에는 유머 포인트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고 관람 중 움직임에 대한 부담도 적어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러 오기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연의 한줄평을 남겨보자. 뮤지컬 ‘원스’는 평온한 주말 오전 마을에 모여 따뜻한 빵을 하나씩 나눠들고 입안 가득 크게 베어무는듯한 포근함을 선사하는 뮤지컬이었다. 따듯하고 만족스러운 감각, 추억이 담긴 작품의 음악을 뮤지컬로 만나보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