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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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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스토리로 마음을 적신 영화 <원더>의 속편이 마침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작 <원더>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법을 보여주었다면, 속편인 <화이트 버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정함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원더>에서 줄리안은 선천적 안면기형을 가진 친구 '어기'를 괴롭혀 퇴학 당한다. 그리고 <화이트 버드>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로운 학교에 적응 중인 줄리안에게, 그의 할머니 사라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소녀가 사라였고, 그런 그녀를 숨겨준 사람이 바로 또 다른 '줄리안'이었다. 줄리안은 온갖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매순간 사라를 돕는다.

 

<화이트 버드>는 지난해 북미 개봉 이후 로튼토마토 팝콘 지수 99%, 시네마 스코어 A+를 기록하며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따뜻한 이야기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 아름다운 연출로 찬사를 받은 <화이트 버드>가 3월 12일 국내 개봉을 알리며 드디어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다정함이 다 이겨


 

사라는 훗날 자신의 회고전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두운 시기에는, 사소한 것들이 우리에게 인간성을 일깨워줍니다.”

 

줄리안은 자신이 소외당하면서도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고, 결국 사라를 숨기면서 그 다정함을 실천했다. 그는 단순히 친절한 것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선한 선택을 했다.


사라는 줄리안에게 말한다. "넌 나한테 잘해주는구나. 난 네게 잘해 준 적 없는데." 하지만 줄리안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그래도 넌 항상 달랐어."


그 말 한마디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섬세하게 이어져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줄리안이 따돌림을 당할 때, 사라는 다른 아이들처럼 그를 놀리지 않았으며, 그가 노트를 주워 주었을 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아주 작은 순간들이었지만, 결국 그 작은 다정함이 줄리안을 움직였다.


시대적 배경이 2차 세계대전인만큼, 줄리안의 행동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죽음을 무릅쓰고 행하는 것이었다. 작은 다정함조차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시대.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필자는 줄리안처럼 행동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자백하면서도,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그 용기와 다정함을 마음에 새기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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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는 어둠 속에서, 소년과 소녀는 서로에게 빛이 되어 준다. 언제 들킬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도 줄리안은 매일 학교에서 배운 것을 사라에게 들려주고, 카드 게임을 하며 공포를 승부의 짜릿함으로 바꾸어보려 애쓴다. 사라와 줄리안의 감정선은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깊은 애정을 품게 되는 것으로 보여졌다. 그들은 서로에게 유일한 기쁨이자 구원이었고, 서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이트 버드


 

영화 속 ‘화이트 버드’는 단순한 새가 아니다.

 

그것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존재이자, 힘든 순간마다 사라에게 다가와 사라를 위로하는 상징적 존재다. 창고에 갇혀 세상과 단절된 사라에게 현실은 좁고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줄리안과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다르다. "프랑스로 가고 싶으세요?"라고 묻고, 낡은 차의 헤드라이트를 벽에 비추며 뉴욕과 프랑스를 자유롭게 상상하는 그들의 모습은 현실의 벽을 뛰어넘는 탈출구를 만든 모습이다.


이처럼 생사의 경계에 놓인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사라는 갇혀 있으면서도 자유를 꿈꾸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은 ‘화이트 버드’라는 형상으로 그녀 곁을 맴돈다. 창고 천장에서 올려다보이는 새는 실제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힘든 순간에 나타난 환상인지조차 불확실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새가 사라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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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세계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상상의 세계는 무한합니다."

 

사라가 했던 이 말처럼, 화이트 버드는 단순한 새가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기적, 그리고 상상의 힘으로 현실을 버티는 한 소녀. 화이트 버드는 그 모든 것을 의미한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영화는 황홀한 장면들을 선사한다. 들판을 수놓은 꽃들, 달빛이 어리는 어스름한 숲, 늑대 떼가 스치는 신비로운 밤. 그리고 헤드라이트를 켜고 벽을 바라보며, 뉴욕과 프랑스를 꿈꾸는 줄리안과 사라. 현실의 한계를 넘어 자유를 향한 그들의 갈망은, 곁을 맴도는 ‘화이트 버드’와 함께 더욱 선명해진다. 그것이 실제이든, 환상이든, 화이트 버드는 이 이야기 전체를 감싸는 자유와 희망의 상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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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차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애를 그린 이 영화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다정함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실천할 수 있을까? 용기를 내어 선(善)을 지키는 것, 그리고 다정함이 결국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

 

<화이트 버드>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어둠은 어둠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오직 빛만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사라의 이 말처럼, 우리는 다정함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다정함이 다 이기는 세상이 정말로 있을까?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이 질문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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