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나는 영원을 믿는다. 시작부터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그렇다. 아니 사실은 영원을 바란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세상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끝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끝’이 있기에 영원은 더욱 빛dl 난다. 언젠가 끝난다는 것을 알기에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꿈꾸며 현재를 살아간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느냐 없느냐를 논쟁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 나를 스치는 감정이, 생각이, 그리고 나를 둘러싼 것들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결국 나에게 있어 영원을 믿는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모든 순간 순간을, 지금을 소중히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 자신들이 부르는 노래가 영원한 청춘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가수가 있다. 모든 순간을 노래하는 밴드, 데이식스다.

 

지난 2월 1월과 2일, 부산 BEXCO에서 데이식스의 콘서트가 열렸다. 이들이 단독 공연으로 부산을 찾은 것은 약 5년 만이다. 현재 세 번째 월드 투어 ‘FOREVER YOUNG’(포에버 영)으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데이식스는 이번 부산 콘서트를 시작으로 대전 – 광주 – 대구로 이어지는 전국 투어를 앞두고 있다. 투어의 시작이었던 인천 공연을 함께했던 나는 이번에도 부산으로 향했다. 설레는 마음을 한가득 안고 콘서트장으로 입장했다. 지난 2024년 연말 콘서트만큼 가까운 좌석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만족했다. 만 명도 채 안 되는 좌석 중에 내 자리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잔잔하게 깔리던 음악의 볼륨이 커지고, 관객들의 함성이 터진다.

암전이다.

공연이 시작됐다.


멤버들의 목소리가 그 막을 연다.


우리는 무한을 꿈꾸지만 모든 것은 유한하다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위해 부르는 우리의 노래가 영원한 청춘의 순간으로 기억되길

찰나로 빛나는 유한의 청춘, 그렇기에 더 아름다운 우리의 한 페이지

그렇게 우리는 ‘지금’을 살아간다 ‘나의 하루’를

- 'FOREVER YOUNG' 나레이션 중


그리고 이어지는 첫곡, ‘Best Part’


한 순간도 나에게 있어서는 의미가 없지 않아

언젠가 끝일지 모르는 지금이 Best Part

- 데이식스 ‘Best Part’ 중

 

항상 공연의 후반부나 앵콜 셋리에 자리했던 ‘Best Part’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가 오프닝 곡으로 올라왔다. 그래서 새로웠고 그래서 좋았다. 나의 ‘지금’을 ‘한 페이지’로 남기자는 가삿말로 시작하는 콘서트라니, 이보다 ‘포에버영’스러운 셋리스트는 없을 것이다.


이번 콘서트는 전석 지정좌석제로 진행됐지만, 데이식스에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모두를 일으켜 세웠고 다 함께 뛰어놀았다. 자리에 앉아있는 순간은 멤버들의 멘트타임과 발라드 섹션 말고는 없었다. 오히려 좋았다. '이게 밴드지!' 싶을만큼 모두가 함께 뛰고 환호하고 노래했다.


포에버영 콘서트의 셋리스트는 앵콜을 제외하고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고 각 섹션마다 공통된 메세지를 전달한다. 데이식스가 쌓아온 시간 동안 각자 다른 앨범의 담겨있던 곡들이 한 데 모여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가장 최근 나온 앨범인 ‘Band Aid’의 수록곡과 발매된지 오래된, 팬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곡들이 적절히 섞인 구성은 그들의 오랜 리스너이자 팬인 나로 하여금 반가움과 아련함, 뭉클함을 모두 느끼게 만들었다.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와닿은 순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May I be happy


 

May I be happy?

매일 웃고 싶어요

걱정 없고 싶어요

아무나 좀 답을 알려주세요


So help me

주저앉고 있어요

눈물 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제발요

Tell me it's okay to be happy

- 데이식스 'HAPPY' 중


'HAPPY'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알 수 없는 감정의 요동침에 당황스러움도 잠시, 눈물이 흘렀다. 분명 밝은 노래인데도 슬픈 것은, 이 노래의 가사 때문일 것이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에 마냥 괜찮다는 위로를 주지 않는다. 그저 ‘나도 똑같아.’ 라는 말을 건넬 뿐이다. 누구보다 반짝여 보이는 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어떤 것 보다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

 

이 곡은 행복해도 되겠냐는 질문만을 던질 뿐, 아무런 답도 내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답은 콘서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노래의 진가는 콘서트에서 나타난다. 가수가 관객에게, 관객이 가수에게 ‘우리 조금 더 행복해져도 되지 않을까!?‘ 라고 외치는 그 순간이 내가 찾은 ’May I be happy?’에 대한 답이었다.

 

 

 

#내가 더 행복해지길 바래


 

내가 더 행복해지길 바래

매일 같은 내 바램

Nobody can

날 흔들지는 못해


내가 더 행복해지길 바래

매일같이 난 말해

Nobody can

날 더 아껴주진 못해

- 데이식스 '바래' 중


이 곡도 콘서트에서 다 같이 떼창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곡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화자도 ‘나’이고, 청자도 ‘나’인 독특한 구성이다. 혼잣말처럼 들리기도, 나를 타자화하여 진심을 전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살면서 나의 안위에 대해, 나의 행복에 대해 이리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눈을 감고 가사를 곱씹으며 노래하다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누구보다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행복에 대한 답은 내가 스스로 찾아야한다. 나를 가장 아껴주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니까.

 

 

 

#Alt F4는 없어


 

인생을 하나의 게임에, 그 속의 나를 게임의 플레이어에 비유했다.


Everyday continue

Alt F4는 없어

Everyday something new

악착같이 Level up

- 데이식스 '망겜' 중


Alt F4는 게임에서 강제 종료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악물면서도 잠깐의 멈춤은 있을지언정 절대 강제 종료는 없다는 그 깡이 듣는 이에게도 한번 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준다.


데이식스가 노래하는 청춘은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찬란함과 반짝거림이 아니다. 이들의 청춘은 오히려 조금은 구겨지고 어딘가 모나있고 때로는 불안에 떨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평범함이 이 밴드를 더욱 빛나게 한다. 살아가면서 벅차도록 기쁘고 행복한 순간에도, 때로는 넘어지고, 뒤처지고, 주저앉기도 하는 모든 순간들에도 이들의 노래가 맞닿아있다. 자연스럽게 듣는 이의 삶에 스며든다. 그렇게 데이식스는 모든 순간을 노래한다. 행복하지 않은 날도 괜찮다. 별것도 아닌 순간은 없다. 그 ‘지금’들이 모여 내가 되는 것이기에.


이번 ‘포에버영’ 콘서트의 엔딩곡은 ‘Welcome To the Show’였다. 공연장을 한가득 날아다니는 파란 나비와 함께 오늘의 공연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데이식스의 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의 오늘이 또 다른 한페이지로 기억되길 바라며 이들의 다음 쇼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