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얻는 새로운 시각
미술과 비즈니스라는 두 영역은 얼핏 동떨어져 보이지만, 사실 그 사이에는 의외로 많은 접점이 있다.
예술이 주는 감동과 영감은 기업의 전략과 운영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통 미술과 비즈니스를 연결할 때는 작품 그 자체의 자산적 가치를 논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런 방식으로 제작된 책들을 읽어왔는데, 이 책은 색다르게 비즈니스 전략을 깨닫게 한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의 저자는 이를 넘어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의 의미를 깊이 탐색하며, 이를 일할 때의 전략이나 회사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까지 확장한다. 그리고 미술관이 단순한 문화적 공간을 넘어 비즈니스와 전략적 사고를 길러주는 중요한 장소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시각은 기존의 미술 감상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미술관을 바라보게 하며,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롭고 신선했다.
알폰스 무하로부터 배우는 사업 다각화 혹은 집중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알폰스 무하 미술관에서 얻은 사업 다각화와 집중화에 대한 통찰이었다. 작가는 무하를 순수 예술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상업적 디자이너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소개한다.
무하는 단순히 아르누보풍의 아름다운 작품을 그린 화가가 아니라, 포스터, 광고, 장식 미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품 활동을 펼치며 예술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그의 경력은 단일한 예술적 성취에 머물지 않고, 다각화 전략을 통해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잡은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을 하고 싶은 열정에 더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순수 예술뿐만 아니라 상업적 광고로 자신의 그림을 판매해 선풍적 인기와 더불어 성공까지 잡은 무하의 전략 사례는 많은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 전략과 집중 사업화, 수직적 확장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지점과 닮아 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고,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특정 분야에 집중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반복 수익 및 이익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지, 많은 기업들이 이 질문에 부딪히며 방황한다.
무하는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업적 디자인을 통해 대중의 요구에 부응했다. 이는 단순히 ‘예술’을 넘어서 상업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을 결합한 결과였다.
그가 선택한 다각화 전략은 자신이 그린 아름다운 포스터가 상업적 가치를 띠는 데 성공했고, 이는 예술을 대중화하는 동시에 경제적 성공을 이루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와 같이 무하는 예술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킨 독창적인 전략으로, 작가는 지금까지도 많은 기업들이 그 사이 지점을 고민하고 있을 때, 무하의 사례를 떠올려 보라고 한다.
물론 무하의 선택이 항상 정답을 될 순 없지만 나 또한 무하의 사례를 떠올리며,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때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다각화를 통해 시장을 넓히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기존의 핵심 사업에 더 집중해 수직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일지. 각 회사의 상황과 목표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것은 무하처럼 자신의 정체성과 핵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환경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균형을 찾는 것이 바로 성공적인 전략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리 미술관의 '폭포수 효과'와 전략적 성공
모리 미술관은 2003년 10월 개관 이후, 미술관 자체의 수익은 크지 않지만, 미술관이 위치한 모리타워는 상업적 가치를 크게 증대시켰다. 미술관이 건물 전체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면서, 그 효과가 '폭포수 효과'처럼 타워 내의 다른 상업 공간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미술관의 존재가 타워 전체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다른 상업 공간의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로, 미술관 운영 자체가 직접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타워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모리 미술관은 그 자체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상업적 공간들이 밀집해 있는 모리타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타워 내의 다른 사업들을 부각시켰다. 이를 통해 미술관이 단순한 예술 공간을 넘어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미술관이 매력적인 문화 공간으로서 타워의 가치와 함께 상승하는 방식은 ‘폭포수 효과’를 잘 보여준다. 타워의 다양한 상업적 공간들이 미술관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했다. 이는 미술관이 단독으로 운영되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 전략적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많은 기업들이 마주하는 고민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의 사업이 단순히 독립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업들과의 관계에서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술관의 존재가 타워 전체의 상업적 가치를 높인 것처럼, 각 사업 부문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미술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에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미술관으로부터 배우는 전략
결국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는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삶과 일, 그리고 비즈니스의 전략에까지 확장하는 책이다. 미술 작품을 통해 돈의 가치를 논하는 것을 넘어, 미술관이 지닌 의미와 그 운영 방식에서 얻은 교훈은 일상 속에서 전략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알폰스 무하 미술관에서의 통찰은 단순히 미술 감상의 즐거움을 넘어, 사업 다각화와 집중화 사이에서의 균형에 대한 고민을, 또한 모리 미술관 사례는 한 사업이 독립적인 성공을 이루기보다는, 다른 사업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생각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이 뿐만 아니라 직장인으로 일하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20개의 전세계 박물관을 주제로, 미술 작품 분석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미술과 사업 중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하는 작가의 글들이 어느 미술 도서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