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심리 치료사 배리 마이클스는 내담자에게 "불안의 이유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그는 지금까지 배운 지식으로는 이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때, 그의 앞에 '해결책'을 제시해 줄 한 사람이 등장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필 스터츠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심리 치료 방식에 의문을 가졌다. 원인을 아는 것만으로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 끝에 '초월적 힘'에 기반한 다섯 가지의 툴을 개발해 냈다. 툴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고, 나아가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다.

 

그는 고통을 회피하고 싶을 때, 타인에게 받은 상처에 매몰되어 있을 때,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때, 걱정으로 뒤덮여 다음을 내다볼 수 없을 때 툴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살면서 한 번쯤은 겪어봤을 문제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가오는 고통에 맞서는 것을 매번 망설인다.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고통을 몰아낼 수 있게 된다.

 

"고통의 원인이 아닌 해결법을 찾아주는 책"

 

그 한마디에 홀린 듯 책을 받아보았다. 아주 오래된 나의 고민을 책 한 권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확신, 그리고 아주 작은 의심.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이 책을 통해 나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큰 고통을 쥐고 있던 열여섯의 나와 함께 책장을 넘기며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 값진 대화를 바탕으로, 잠시 열여섯 살의 나로 돌아가 글을 써 내려가 보려 한다.



[표1]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jpg




포용의 툴 : 능동적 사랑


 

온 세상에 사력을 다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나를 살갑게 대해주는 이가 있을 리 없었다. 미워하는 것만이 정답인 줄 알았던 내게 나 자신은 가장 강력한 적이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미로에 가두었다.

 

 

우리는 이런 심리 상태를 미로라고 부른다. 깊이 빠질수록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느끼면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그 일이 머릿속을 온통 점령해서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당신은 상대방을 비난하고, 상대방과 말다툼을 벌이고, 심지어 앙갚음할 계획까지 세운다. 이런 상태에서는 상대방이 당신을 가두는 교도관인 셈이다. 당신이 반복적인 생각의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니까 말이다. (115p)

 

 

미로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 끝에 탈출구가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해지는 그의 메시지를 들으며 나아갔다. 그때는 그것이 후퇴하는 길이었음을 몰랐다. 포용만큼은 정답이 아닐 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한 명, 또 한 명. 적이 늘어갔다. 미로 사이사이에 놓인 이야기가 계속해서 거칠어졌다.

 

 

일단 미로에 빠지면 결국 피해를 입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115p)

 

 

끊임없이 나를 몰아붙이면 그 끝에 정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미로의 중앙으로 하염없이 달려가다, 중간에 그것을 그만두었다. 나아지기는커녕,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진 나와 내 삶을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그 미로를 빠져나왔다.


 

당신이 보낸 사랑이 상대방에게 들어가는 것을 당신이 '느낄' 때,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이러한 포용의 기분은 상대와 하나가 된 느낌을 경험해야 찾아온다. (127p)

 

 

하지만 그것이 ‘툴’의 방향은 아니었다. 부서지지 못한 미로를 저만치 밀어 두고 방치하는 것에 가까웠다. 즉, 언제든 다시 미로로 돌아갈 수 있는 상태였다. 실제로 가까운 과거에 종종 미로에 되돌아가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툴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것은 '능동적 사랑'이었다. 나를 미로로 밀어 넣게 만든 이를 사랑하라니, 의아한 마음으로 툴을 실행했다. 미운 이들을 떠올리고, 사랑의 물결을 그들에게 보냈다. 놀랍게도 마음이 빠르게 편안해졌다. '먼저 베풀어야 나에게 돌아온다', '미움은 나를 더 힘들게만 할 뿐이다'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사랑의 힘을 단 몇 초 만에 툴이 확인시켜 주었다. 지금은 생각날 때마다 툴을 실천하고 있다. 서서히 나의 낡은 미로가 옅어지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자유의 툴 : 내면의 권위


 

스스로를 골칫덩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사람이 있을까. 스스로를 깎아내리면 주변인들도 그 마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나는 다른 이들처럼은 될 수 없을 거라고, 모두가 나를 싫어할 거라고 되뇌며 그어놓은 선을 덧칠했다. 그 모습이 나의 그림자였다.


 

그림자는 우리가 싫어하지만 실제로 갖고 있는 모습이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된 것이다. 이를 그림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우리가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164p)

 

 

반가운 표현이었다. 나는 종종 그때의 나를 그림자에 빗대곤 했으니까. 그림자의 형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휘날리는 재를 피하려 한껏 웅크린 열여섯의 내가 보였다. 지금까지도 나는 그 아이를 멀리해왔고, 때론 두려워했다. 그림자를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의 앞에서는 그를 완전히 지운 척 행동하기도 했다.


 

그림자는 없앨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165p)

 

 

그림자를 지우려 한껏 나의 모습을 바꿔봐도, 마음의 끝에 머무는 그 아이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해답을 찾은 지금 생각해 보니 눈을 마주쳐 주기를 원했던 것 같다. 나의 절반을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은 이미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지만, 하나 분명한 건 그림자는 7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를 끌고 와주었다는 것이다. 그때 내 마음을 바라보며 얻은 것들은 현재까지도 나의 강한 동기로 남아 삶의 방향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와 하나 된 일체감을 느낄 때 비로소 내면의 자아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 툴을 숙달하면 당신이 과거에 얼어붙곤 했던 상황에서도 마음껏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178p)


 

그럼에도 나는 그림자를 멀리했다. 여전히 그 시간에 갇혀 그대로인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 때마다 꽁꽁 언 얼음이 된 것처럼 굳어버렸다. 역시나 툴이 해답을 주었다. 그림자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을 넘어, 온전히 받아들이고 삶에 함께할 때 진정한 나를 발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얼룩진 나의 모습을 수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의 모든 밤을 품은 그림자와 하나 된다면, 내가 지닌 별빛이 더 잘 보이게 될 것은 확실하다.

 

 

"나야말로 내 자신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청중이니까요" (181p)

 

 

나의 존재 의미는 오직 나만이 부여할 수 있다. 미움받을 줄 알면서 먼저 내게 다가와 준 그림자를 위해 툴을 조금씩 실천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머지않은 날에 완전히 하나 된 우리의 모습이 점점 기대된다. 같이 가꾸어 나갈 미래엔 분명히 더 나은 것이 기다리고 있겠지?

 

 

 

초월적 힘



 

먼저 그 문제가 당신에게 우연히 일어난 고난이라고 생각해보라. 그것은 당신의 발전에 아무 관심이 없는 무심한 우주 안에서 그냥 일어난 일이다. 기분이 어떤가? 이번에는 그 문제가 우주가 당신을 위해 마련한 도전이라고 생각해보라. 당신의 발전을 원하고 당신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우주가 준비한 고난이라고 말이다. 기분이 어떤가? (363~364p)

 

 

만약 우리가 겪는 고통이 모두 계획된 것이라면 어떨까? 처음에는 나 또한 믿기지 않았다. 찬찬히 과거를 되짚어 보았다. 만약 내가 미로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그림자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매일 같은 하늘 아래 단조로운 오늘을 지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인간의 시야를 벗어난 무언가가 나의 잠재력을 이끌어주기 위해 마련한 것이 고통이라면, 나는 기꺼이 감내해 볼 생각이다.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닥친 밤은 별을 만나기 위해 지나온 성장의 발판이었으니, 이제 널 보살필 일만 남았구나. 널 고통 속으로 더 이상 던지지 않을게, 널 평생의 내 그림자로 삼을게. 견뎌줘서 고마워.


 

 

작가 태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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